일본 골프장 운영회사 도쿄레저디벨롭먼트가 매각하는 카바야 골프클럽 전경. 일본 관동 지방 북부에 위치한 27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일본 골프장 운영회사 도쿄레저디벨롭먼트가 매각하는 카바야 골프클럽 전경. 일본 관동 지방 북부에 위치한 27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엔저(低) 현상과 적은 자본금으로 골프장을 인수할 수 있는데다 일본 골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골프 관련 국내 업체들은 밸류체인을 일본으로 넓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 찾자” 현해탄 넘는 일본 골프장 매물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골프장 운영회사 도쿄레저디벨롭먼트는 일본 소재 골프장 3곳을 매각하기 위한 매각자문사로 KPMG재팬·삼정KPMG를 선정했다. 삼정KPMG는 KPMG재팬과 협업해 국내에서 마케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티저레터를 배포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 골프장은 카바야 골프클럽, 이세 나카가와 컨트리클럽, 키난 컨트리클럽이다. 카바야 골프 클럽은 일본 관동 지방 북부에 위치한 27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이세 나카가와 컨트리클럽과 키난 컨트리클럽은 간사이 지방 18홀 골프장으로 각각 나고야 국제공항,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일본 브로커를 통해 국내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 골프장 잠재 매물은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골프장 거래 건수가 한 해 20~30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일본 골프장 매물 대부분 한국에서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나용평·쇼골프 등 日골프장에 속속 투자

일본 골프장 물건이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에 대거 나온 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골프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국내 골프장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사업과 연계해 일본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종합 레저 전문기업 모나용평(옛 용평리조트)은 일본 규슈 서부 나가사키현의 아이노컨트리클럽과 시마바라컨트리클럽을 운영 중인 아이노리조트개발을 올해 초 인수했다. 모나용평은 골프와 콘도 회원권 시너지를 키우려는 목적이다. 해외 골프장과 리조트 체인화를 통해 회원권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골프 플랫폼 쇼골프도 일본 골프장 인수에 적극적인 SI로 꼽힌다. 지난해 말 규슈 가고시마현 사츠마골프리조트를 인수했다. 내년까지 일본 골프장을 5곳으로 늘려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업체 싸이칸홀딩스는 지난해 규슈 사가현 소재 아미야마 컨트리클럽과 위진스타일 국제컨트리클럽을 인수했다. 운영 중인 일본 골프장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일 방침이다.

홀당 가격 韓 66억 vs 日 9억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일본 골프장 인수에 나서는 건 일본 골프 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 관광객들은 제주도 대신 일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비행기값을 감안해도 골프 비용이 저렴해 일본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 골프장 그린피는 7~10만원으로 20만~30만원에 달하는 국내 그린피보다 저렴한 편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지역 골프장 내장객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은 40만672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국내에서 매수할 적당한 골프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일본 골프장을 찾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골프장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뒤 매수자와 매도자간 눈높이가 맞지 않아 거래가 끊겼다. 최근 3년간 국내 골프장 홀당 거래 가격은 평균 66억원인 반면 일본 골프장은 홀당 9억원 수준이다. 일본 골프장은 18홀 기준 150억원 안팎에 사들일 수 있는 셈이다. 엔화 약세로 저렴하게 자산을 인수할 수 있고 대출을 받더라도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연 0~0.1%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 IB 업계 관계자는 “일본 골프장은 버블 경제기에 2000여개까지 늘어나 공급 과잉 현상에 자산가치 하락이 이뤄졌었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되살아나고 있어 싼 가격에 매입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