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이 발표돼 내년 적용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제도를 두고 앞서 나온 부동산 정책 실패와 비교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책의 취지와 실제 효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31일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최로 비공개로 열렸다. 주식중개·사모운용·채권투자 담당자, 프라이빗뱅커(PB)를 비롯한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금융조세 분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금투세는 국내주식에서 5000만원, 해외주식과 기타 금융상품에서 250만원 이상 이익이 날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연간 국내주식과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차익 등에 대해선 수익 5000만원 초과분부터, 해외주식·펀드·채권 투자 이익 등에 대해선 250만원 초과분부터 세금을 뗀다. 세금 부과선부터 3억원까지는 22%(지방소득세 포함),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7.5% 세율을 적용한다.

이날 이 원장은 “과거 부동산 관련 제도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표로 선의로 설계했으나 시장참여자들의 행태가 예상치 못한 쪽으로 반영돼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촉발시킨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던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세 도입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됐다.

이 원장은 이어 “자본시장은 워낙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각각의 행태를 예측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만큼 그간의 환경 변화를 비롯해 금투세가 개인투자자와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금투세 도입을 이대로 해선 안된다는 의견”이라며 “금투세가 세제 관련 사안이긴 하지만 결국엔 (금감원 소관인) 개인투자자와 자본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 금감원도 자본시장 감독기관으로서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투세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현재 안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 지형이 국내 증시에서 해외주식으로 쏠릴 수 있다”며 “이날 회의에서도 국내 자본시장의 당면과제는 일단 체력과 크기를 키우는 것이라며 금투세를 폐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와 정부가 금투세 도입과 폐지 사이에서 결론을 지어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제도 도입을 재차 유예하는 대신 방침을 확실히 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앞서 "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도입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국회가 판단한다면 그렇게 결론을 지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고, 파인튜닝(미세조정)할 사안이라도 파악을 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여론 동향이) 곤란하고 시끄러우니 제도를 유예하자는 것은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는 적절치 않은 얘기”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