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구리 광산도 '초비상'…"공급량 반토막" 경고 [원자재 포커스]
구리 수요는 늘어나는데 광산 개발은 갈수록 어려워져
잠비아·칠레 구리 광산은 가뭄 탓에 이미 전력 공급 난항



수요폭증·공급 정체로 구리 가격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구리의 공급량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전선 등에 널리 쓰여 수요는 증가하는 와중에 구리 공급처인 광산은 가뭄에 노출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해 개발이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 구리 광산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가뭄에 노출될 전망이다. 현재 구리 광산의 가뭄 노출 비율은 10% 수준이지만 불과 25년 만에 그 수치가 급상승하는 것이다. 리튬과 코발트 역시 2050년 가뭄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율이 74%에 달했다.

구리 선물(3개월물)은 지난 2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t당 1만31.50달러를 기록해 202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겼다. 지난 1년여간 t당 8000~8500달러선에서 움직였던 구리 가격은 지난달부터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이달 t당 95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30일에는 톤당 9973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6개월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사진=마이닝닷컴)
최근 6개월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사진=마이닝닷컴)
친환경 핵심 광물인 구리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 센터 증설 수요가 늘며 구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 구리 배선이 대거 활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제조 시설이 증가하고 있는 점, 주요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점 등도 구리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공급은 정체돼있다. 구리를 공급하려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해야 하는데,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매장지를 찾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광산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도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광산업계가 이상기후 대응에 미숙한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농업의 경우 이상기후 영향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광물은 그렇지 않다고 PwC는 분석했다. 현재 잠비아의 한 구리 광산은 가뭄으로 인해 수력 발전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칠레 역시 물 부족으로 구리 생산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원자재는 생산지가 한정되어있다. 구리의 경우 칠레, 페루, 중국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PwC가 연구 중인 9개 원자재 역시 세계 공급량의 최소 40%가 3개국 이하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윌 잭슨 무어 영국 PwC 글로벌 지속가능성 리더는 “2050년까지 많은 원자재 생산 지역에 극심한 가뭄과 이상 고온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자와 사업자는 기후 변화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