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금은 어떻게 되나요?”…총선 결과에 긴장하는 집주인들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 결과에 집을 가진 집주인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정부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및 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등이 국회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부활하게 될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급등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부동산 세금이 강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시가격 오를까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지역구 의석 161석과 비례대표 의석 14석 등 총 175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지역구 의석 90석과 비례대표 의석 18석 등 총 108석을 확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부에서 추진하던 각종 정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를 구해야만 가능할 전망이다.
22대 국회 정당별 의석수
22대 국회 정당별 의석수
최근 집주인의 관심이 가장 큰 정책은 공시가격 현실화 방향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과세기준 등 64개 제도에 활용된다. 공시가격이 높아질수록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세금과 건강보험 등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 올려 시세와 공시가격 간 차이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관련 내용을 법제화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으로 인해 2021년과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20% 가까이 상승했다. 집주인의 보유세가 급증해 세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도 공시가격을 결정할 때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고, 올해도 현실화율을 동결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로 정할 수 있어 법 개정 없이 공시가격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22년에 비해 평균 18.61% 하락했고, 올해는 평균 1.52%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지난 정부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시세 20억원 미만 주택은 대부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등 세 부담이 줄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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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에는 법 개정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공시가격 로드맵 전면 폐지 방침은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거래·공급 활성화 정책도 빨간불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법안 역시 무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재 국회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를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3주택 이상과 법인에 대한 중과세율은 기존 8~12%에서 4~6%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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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중과 완화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법안이다. 여당은 개정안을 발의하며 “최근 주택시장이 금리인상,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침체하고 있다”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 중과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게 하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추가 완화 등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던 법안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면서 당분간 공급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 강화까진 어려울 듯”

일각에서는 야당이 부동산 세금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일방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이미 ‘파업조장법’(노조법 개정안) 등 정부에서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국회 주도의 부동산 규제 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또 국회가 법안을 개정하더라도 이에 따른 시행령 정비 등은 정부에서 해야 하므로 야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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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관계자는 “예전에도 각종 규제 관련 법안을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키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었다”며 “부동산 관련 규제도 민주당이 강행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정책은 잘못 건드렸다가 역풍이 불 수 있어 민주당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역시 “사실상 21대 국회랑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당분간 부동산 관련 규제와 입법 사항 등은 국회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이제껏 해온 대로 법 개정 없이 시행령 등으로 완화할 수 있는 규제를 중심으로 접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