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지도 않았다니까요"…중고거래로 산 '영양제' 괜찮을까 [이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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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어긴 거래 게시물 많아
식약처-플랫폼 간 협력으로 규정 마련
플랫폼 "모니터링 알고리즘 고도화 중"
식약처 "문제 발생 시 판매자 책임 질 수 있어"
현재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된 판로는 당근과 번개장터뿐이다.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개인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여럿 보였다. 연간 건강기능식품 최대 거래 가능 금액이 30만원임에도 한꺼번에 30만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하는 글도 있었다. 그동안 개인끼리 건강기능식품을 거래하는 건 불법이었다. 약국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영업 신고를 한 전문판매업자만 가능했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었다.
거래 가능 제품은 미개봉 상태여야 하며 게시물의 사진을 통해 제품명, 건강기능식품 도안 등 제품의 표시사항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아 있고 보관기준이 실온 또는 상온인 제품만 거래 가능하다.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는 연간 10회 이하, 누적 30만원 이하다. 영리 목적의 과다한 개인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해외 직접 구매 또는 구매대행 한 건강기능식품도 판매가 어렵다.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재판매가 허용된 배경에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과 세계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과 같은 해외에선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이미 67.9%에 달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규제가 무색할 정도로 국내에서 음성적인 거래가 만연해왔다는 통계도 있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의 '중고 거래 플랫폼 내 거래 불가 품목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총 5434건의 거래 불가 품목 중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2.5%에 달하는 5029건이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선물로 받게 되는 영양제를 안 먹는 경우가 많은데 중고 거래 앱으로 팔 수 있어 좋다"고 말한 반면, 50대 유모 씨는 "섭취하는 제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간편한 공식 경로 외에는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기업은 소비기한 필수 입력·판매 글 등록 시 본인 인증·다각도의 신고·모니터링 등을 통해 식약처 규정 위반 게시물을 잡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근 관계자는 "정책을 위반한 판매 게시글을 올려 적발될 경우 게시글은 미노출되며 이용자에게 알림 발송 후 서비스 이용 제한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의 신고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 게시물을 살피고 있으며 자동 모니터링 알고리즘도 고도화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건강기능식품 구매 시 이상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에 관해서는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가 가능하며 그 외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당근 분쟁조정 절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도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게시물은 1차 위반 시 신고된 판매자에게 경고 조치 후 상품 삭제 처리가 이루어지며 반복해 규정을 어길 경우 3일, 15일, 30일 순으로 판매 활동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1년간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 제도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경닷컴 측에 "부정불량식품 거래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칙적으로 원인 제공자를 처벌하게 돼있다"면서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 거래도 판매자가 판매 전 보관·취급을 잘못해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거래에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