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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이라고 해서 기분 나빠요" 3년 만에 아동학대 신고당한 교사

2024.07.18 04:30
30대 초등교사 A씨는 졸업한 제자의 부모로부터 지난 5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3년 전 학교폭력 사건이 발단이었다. 당시 학폭 업무 담당이었던 A교사는 6학년생 두 명이 쉬는 시간에 장난치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손톱으로 긁은 사건을 맡게 됐다. 피해 학생의 신고로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에 실패해 지역교육청 산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사건이 이관됐다. 심의위는 학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가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법원도 학폭이 아닌 학생 간 발생한 안전사고로 판정했다. 그사이 A교사는 학부모 민원과 진정으로 교육청 등 관할 기관 조사를 수차례 받았다. 종결된 사건은 학부모의 신고로 다시 시작됐다. 해당 학부모는 “A교사가 5분 남짓 사건을 물으면서 아이에게 ‘학폭’이란 단어를 사용해 정서적 위압감을 줬다”고 뒤늦게 주장했다. 경찰 조사를 앞둔 A교사는 “학폭을 다루는데 해당 용어를 썼다고 고소를 당한다면 학폭 예방교육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학부모가 원하면 정당한 생활지도를 트집 잡아 또다시 그때의 상황으로 교사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교권 회복 운동을 촉발한 서울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이 18일로 1주기를 맞았다.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논란이 커지면서 ‘교권 5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됐고, ‘교원의 학생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활동과 학생 지도를 정상적으로 영위하기 어려운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서울과 대전 등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들이 잇달아 숨졌다. 지난달 전북 전주시의 초등학교에서 무단조퇴를 하려던 3학년 학생이 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려 공분을 샀다. 지난해 12월 충남 논산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다툼을 중재하던 교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한 학생도 있었다. 경남 김해시의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의 얼굴에 여성 신체를 합성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하며 조롱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 건수는 5,050건으로 전년(3,035건)보다 66% 증가했다. 교보위는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심의 기구로, 지난해 개최 건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2,662건)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교보위가 학교에서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이후에도 3개월간(올해 3월 28일~6월 30일) 1,364건이 개최됐다. 허소영 초등교사노조 교권실장은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설적으로 교권 침해가 늘고 있다”며 “교사들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려 드러나지 않은 교권 침해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들의 교보위 신고 요건이 완화돼 심의 건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교권 침해 자체가 증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교보위에서 심의한 교권 침해 유형별로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2,221건(44%)으로 가장 많았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교육활동 방해 행위 1,147건(23%), 상해폭행(503건), 성(性)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33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교보위에서 교권 침해가 인정되면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개정된 법과 제도가 교권 침해를 막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심해 교권 5법을 신속히 입법했고, 정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정비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정작 아동학대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 교사가 스스로 정당한 생활지도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전북 군산시의 중학교 교사 B씨는 학생 간 말다툼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양측 학생에게 상호 사과를 요구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학부모는 B교사가 사과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를 주장했다. B교사는 “교무실에서 다툰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라는 요구가 왜 아동학대로 판정이 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한 생활지도가 정당하지 않다면 교사는 무엇을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경찰 수사에서 B교사는 사과 요구가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해당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초등교사노조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나연 변호사는 “A교사나 B교사처럼 지도를 받은 학생이 기분이 상했거나 무리한 요구라고 받아들여 아동학대를 주장하면 교사들이 정당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교원의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판단하려면 이에 대한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의 진술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부추길 수 있다. 교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는 감소 추세다. 서이초 사건 이후 9개월간(지난해 9월 25일~올해 6월 30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553건으로 사건 발생 이전인 2022년(보건복지부 집계 1,702건) 대비 줄어들었다. 무고가 입증된 불기소 처분도 늘어났다. 서이초 사건 이후 수사가 종결된 아동학대 사건 159건 중 111건(69.8%)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이는 2022년(59.2%)보다 10.6%포인트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시행 등으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입증돼 교권 보호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도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70%에 달하는 불기소 처분율은 역으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의 태반이 혐의가 없음을 입증하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한다. 구체적인 기준과 행위가 없어 교사들이 걸핏하면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폭위나 교보위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신고하면 보복성으로 해당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무죄가 나오더라도 학생과 학부모는 피해가 없지만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진다”고 호소했다. 교원단체 등은 추가 법 개정을 통해 교권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동복지법에 정서적 아동학대의 기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교원지위법에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무혐의 결정 시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간주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교권 5법 개정과 제도 개선으로 교권 보호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라며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교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교사 본연 업무를 명시하고,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 요건을 규정한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이 포함된 이른바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가 발의됐다. 서이초 사건 이후 도입된 교내 민원대응팀,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 제도, 학교폭력전담조사관 등 제도 활성화도 과제로 꼽힌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권 보호 제도들이 잘 운영되려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육청 등 기관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교육활동 방해 학생 분리 제도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전담 교사와 분리 공간을 지정해줘야 한다. 현재는 학생을 분리해도 맡을 교사와 공간이 없어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또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가 경찰 조사 등을 받아야 할 때 변호사나 상담사 등 전담 인력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박 교수는 주문했다. 교육부도 법 개정과 관련 예산 편성 등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용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향후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관계부처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올해 편성된 교육활동 보호 예산 550억 원에 4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교보위 전문성 강화 등 제도 안착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들끓는 통닭을 손님에게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인 가운데, 해당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발생한 채로 조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사하구는 최근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통닭에서 발견된 구더기에 열처리가 됐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 구더기가 닭을 튀기기 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하구는 최근 민원인으로부터 구더기가 발견된 통닭 원물을 받아 생활환경 위생기업 '세스코'에 분석을 의뢰했다. 단백질은 열을 가하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열을 가하지 않은 단백질과 열을 가한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지는데, 세스코의 분석 결과 통닭에서 발견된 구더기는 열이 가해져 단백질 변성이 일어났다. 구는 해당 분식집에서 민원인이 통닭을 구매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분식집 인근 다른 가게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영상에는 업주가 통닭을 튀기고, 민원인이 통닭을 받아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구더기 분석 결과와 구매 당시 영상 등을 봤을 때 정황상 이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있는 통닭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업주는 통닭 상태 등을 근거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업주는 지난달 26일 본보 통화에서도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닭을 튀기고 있고, 보통 당일 다 소진돼 밤 11~12시에 와도 못 산다"며 "(사진 속) 통닭이 비쩍 마른 걸 보니 닭을 산 지 며칠 지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신선한 닭을 받아서 매일 튀기는데 구더기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업주는 구더기 분석 결과와 CCTV 영상에도 불구하고 구청에 "우리 가게 통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구청에 통닭 대신 다른 메뉴를 판매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관할 구청은 정황증거 외에 명확한 물증이 없는 데다 업주가 부인하고 있어 구더기가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별도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선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위생 불량에 대해서만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사하구 관계자는 "CCTV와 검사 결과를 보면 구더기가 해당 업소에서 나왔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보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추정만 하는 상황"이라며 "업주가 자기네 통닭이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서 위생 불량으로만 행정처분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구더기 통닭 논란은 지난달 23일과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통닭을 구매한 민원인의 지인이 글을 올리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작성자 A씨는 "친구가 새벽에 잠이 오지 않고, 소주도 한잔 생각나고 해서 24시간 하는 분식집에서 닭 한 마리를 튀겨 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며 "먹으려고 다리를 뜯는 순간 하얀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지면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더란다"라고 적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엔 통닭 안에 구더기 수십 마리가 있었다. 다만 발견 당시 구더기가 살아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구더기가 있는 채로 통닭이 튀겨졌는지, 통닭을 구매한 후 사후에 구더기가 발생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