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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4조 α원' 체코 원전 수주 성공..."유럽 수출길 열려"

2024.07.18 04:30
체코의 24조 원 α 규모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터뜨린 '원전 잭폿'이다. 사업 규모로도 바라카 원전의 1.5배다.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원전 사업인 만큼 이를 교두보 삼아 앞으로 유럽 원전 수출길 확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정부 회의에서 한수원을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1·2호기) 지역에 각 1.2GW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당초 원전 1기를 지을 예정이었다가 올해 초 건설 규모를 총 4기로 확대했고, 사업비도 기존 총 8조 원에서 1기당 12조 원으로 원전업계에서는 "체코가 현대사 기간 중 짓는 가장 큰 규모의 원전"이라고 평가한다. 한국 정부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관 합동팀을 꾸려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프랑스전력공사(EDF)였다. 6월 14일 체코전력공사(CEZ)는 한수원과 EDF의 최종 입찰서를 체코 정부에 냈다. 체코 정부는 CEZ와 계약에 따라 입찰 대상자를 제외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한수원과 EDF 중 한 곳을 빼면 남은 곳이 우선입찰대상자가 되는데 체코 정부가 EDF를 제외하고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남긴 것이다. 한수원과 EDF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한수원은 강점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2021년 기준 킬로와트(kW)당 3,571달러로 EDF의 kW당 7,931달러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앞선 원전 기술력으로 건설 단가도 다른 원전 선진국에 비해 싼 점이 체코 정부에 높은 점수를 샀다"고 설명했다. 원전이 건설 기간이 긴 만큼 적기 시공 능력도 이번 수주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은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2011년에 착공해 3년 만에 1호기 원자로를 설치한 이력이 있다. 반면 EDF는 영국에서 진행 중인 원전 건설에서 준공 시기는 애초에 목표했던 2025년에서 2029년 늦춘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원전 수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 원전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이어지는 유럽 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향후 다른 유럽 국가에서 진행될 원전 공사에서 체코 신규 원전 수주 경험을 앞세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성공하면 앞으로 15년 이상 원전 생태계 일감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규모만 봐도 바라카 원전(20조 원)의 1.5배이기 때문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에 한수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함께 노력했다"며 "해당 기업들이 원전 건설 과정에 뛰어들면 관련해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고 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활로를 개척하며 K건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과거만 해도 국내 건설사의 영역이 단순 시공에 그쳤지만, 지금은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 국내 건설사가 세계 이름 있는 건설사를 모두 제치고 단독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추세면 1965년 첫 해외 건설 수주 이후 '누적 수주액 1조 달러(약 1,336조 원·6월 현재 9,794억1,000만 달러)' 돌파도 올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해외시장에 고군분투하는 국내 건설사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국내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아파트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보유한 브랜드 건설사로 유명하지만, 세계 시장에선 글로벌 톱티어 원전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1971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착공 때 원자로 운전에 필요한 계통 공사에 참여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뤄냈고 2010년 '최초의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프랑스, 미국, 일본 등과의 경쟁을 뚫고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 서쪽 바라카(Barakah)에 초대형 원전 4기를 짓는 200억 달러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총 사업비 14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다시 한번 원전 최강자의 저력을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차세대 원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11월 미국 원자력기업 홀텐 인터내셔널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을 했고, 이 일환으로 사막, 극지 등 지역과 환경에 제한 없이 배치할 수 있는 범용 원자로 SMR을 함께 개발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선진 건설시장인 유럽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폴란드를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폴 수교 30주년이던 2019년 10억 유로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 2021년 6월엔 폴란드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올렌(Orlen)으로부터 약 29억 유로 규모의 에틸렌 생산공장 확장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2년 3월 따낸 'SK넥실리스 동박 공장'을 통해 폴란드 시장에서 새 장을 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업비 2억5,000만 유로(약 3,700억 원) 규모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에서 수주한 첫 번째 산업 플랜트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얇은 구리 박막으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준공을 앞둔 폴란드 SK넥실리스 동박 공장, 헝가리 SK온 배터리 1·2공장(2021년 완공)을 계기로 한국 건설·엔지니어링업체의 산업플랜트 건설 기술력과 수행 능력이 입증된 만큼 진입 장벽이 높았던 유럽 지역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일관 제철소 건설, 국내 업계 최초 중남미 발전시장 진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도로 건설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K건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친환경·디지털 등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저탄소 철강, 이차전지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신사업 성공을 위한 역량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쟁력에 직결된 리튬 원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포스코이앤씨는 2020년 8월 아르헨티나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리튬을 채굴∙제련하는 데모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현재는 해발 4,000m 높이의 아르헨티나 살타주에서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인산리튬을 생산하는 커머셜 플랜트 1단계 상공정과 인근 구에메스 산업단지에서 인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변환∙생산하는 하공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2022년 3월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으로 편입된 후부터 지금까지 총 15개 국가를 돌며 현지 정상 및 주요 발주처 관계자 등을 만났다. 횟수로 따지면 매달 한 번꼴이고, 정상급 지도자를 만난 것도 9차례나 된다. 출장 지역도 이미 대우건설이 진출한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캐나다, 르완다 등 광범위하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정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발전, 항만, 토목 등 기존 강점이던 인프라 시공에 더해 도시개발 사업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시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나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신도시 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해외 대형 플랜트 강자인 GS건설은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억2,000만 달러(약 1조6,876억 원)에 달하는 파딜리 가스 플랜트 증설 공사를 수주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베일(Jubail)시에서 약 80㎞ 떨어진 파딜리 유전 지역 공단 내 운영 중인 기존 파딜리 가스 플랜트의 용량 확대를 위해 발주된 공사다. GS건설은 일일 800톤 규모의 황을 회수할 수 있는 황 회수시설 3기를 짓는 건 물론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지원까지 프로젝트 전 영역에 걸쳐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GS건설은 코로나 19 이후 유가가 회복되며 시장 상황이 변하자 이에 맞춰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동 국가 중심으로 대규모 가스전 발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 분야 선두에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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