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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청 남문 건너편 강동 방면의 버스승강장. 이 승강장은 전기차 사용후배터리를 재활용한 지능형 버스승강장이다. 주성미 기자
울산 북구청 남문 건너편 강동 방면의 버스승강장. 이 승강장은 전기차 사용후배터리를 재활용한 지능형 버스승강장이다. 주성미 기자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를 재활용해 탄생한 지능형(스마트) 버스승강장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울산 북구청 남문 건너편 강동 방면 버스승강장. 승객들은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혔다. 이 승강장은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지능형 버스승강장으로 재탄생한 이곳에는 냉난방기와 휴대전화 무선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람을 인식하는 센서도 있어 승강장에 아무도 없을 때는 자동으로 절전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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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강장이 특별한 이유는 사용후 배터리가 재활용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가 2017년식 코나 자동차 개발 과정에 쓴 배터리를 재가공한 제품이다.

낮 시간 승강장 지붕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전력을 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한국전력공사로 보내는 방식이다. 북구가 2800만원, 지역 강소기업이 1900만원을 부담해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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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는 “7월 한달간 이 승강장의 전기요금은 일반 지능형 버스승강장에 견줘 60% 이상 줄어들었다”며 “한전으로 보내는 전력 할인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전기요금은 0원에 가깝다”고 밝혔다.

특허 출원까지 마친 이 승강장은 최근 기획재정부 공식 블로그에도 사용후 배터리를 적극 활용한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이 울산 북구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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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는 애초 사용후 배터리를 재활용한 버스승강장을 올해 연말까지 1곳, 내년 16곳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제동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사용후 배터리도 불안하다는 게 이유다.

지난 2일 북구의회 제221회 임시회에서 김정희 북구의원은 “전국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한 버스승강장의 안전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배형식 북구 교통행정과 교통시설팀장은 “지능형 버스승강장의 사용후 배터리는 저속으로 최대 50% 이하로만 충전되도록 설정돼 있어 기술적으로는 화재 위험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고, 관련 전문가 자문도 받았다”면서도 “안전 우려가 나온 만큼 올해 공사가 예정된 승강장에는 일반 소형 배터리 새 제품을 설치한 뒤 비교 운영하면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승강장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