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진숙 위원장 취임 직후 ‘2인 체제’에서 강행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의 효력을 법원이 정지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의 적법성과 절차적 하자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26일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과 관련해 “임명처분 무효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방통위가 새로 선임한 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 효력을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한다는 뜻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임명 당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티브이(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등 6명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기존 이사 3명은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두명의 찬성만으로 이뤄진 이사 선임안 의결은 위법·위헌적”이라며 법원에 새 이사진의 임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통위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기본적·원칙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방통위 쪽) 제출 자료와 심문 결과만으로는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에 앞서 1시간40분 만에 80여명의 지원자 심사를 마쳐 ‘졸속 논란’이 일었다.
권태선 이사장은 법원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이 민주주의의 가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법원 결정이) 공영방송 장악을 둘러싼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방송관계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저희는 ‘5인 체제’로 정상화된 방통위에서 여야 추천 위원 합의로 새 이사들이 선출될 때까지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 제구실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에서 “법원의 판단으로 공영방송 장악의 불법성이 또다시 입증됐다”며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을 중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출구임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mail protected] 박강수 기자 [email protected] 최성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