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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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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워낙 부족한데다, 남은 의사들도 오랜 격무로 지쳐 있다. 적은 수의 의사를 두고 병원들끼리 ‘스카우트 경쟁’까지 하는 상황이다.”(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

세종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오는 22일 오후 6시부터 23일 오전 8시까지 14시간 동안 응급실 진료를 멈춘다. 최근 응급실 전문의 14명 가운데 3명이 퇴직한 여파다. 퇴직한 전문의 1명은 인근 사립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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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병원 사례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이후 6개월째인 비상진료체계가 응급의료에서부터 흔들릴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월 이후 응급실 병상을 줄인 곳은 5개월 새 4배 늘었다. 응급실 환자는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다.

18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가운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응급실 병상을 축소한 곳은 지난 2월21일 6곳에서 7월31일 24곳으로 증가했다. 응급실 병상은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거나 병동·중환자실에 입원하기까지 대기하는 공간인데, 이 병상이 줄면 중증 환자의 병원 입원도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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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지난달 55만784명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이 발생한 2월(58만2324명) 이후 가장 많았다. 3~4월에는 각각 46만2030명, 49만4758명으로 2월보다 줄었다. 그러나 5월 52만9130명, 6월 52만8135명에 이어 7월에도 5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의 재유행은 물론 의료 공백 장기화로 ‘경증 환자는 큰 병원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응급실 기능이 축소된 가장 큰 이유는 전문의들의 피로 누적이다. 전공의 이탈 뒤 남은 전문의들의 야간 당직 등 업무 부담이 커져, 병가·휴직 등으로 진료를 볼 수 없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최상위 응급실인 권역응급의료센터(44곳)를 비롯해 상급종합병원마저도 전문의 부재, 병상 부족 등으로 환자를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5월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회송된 사례는 총 28만99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7465건)에 비해 17.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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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응급 환자가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북부 한 응급의료기관 전문의는 “서울 시내 대학병원마저 심야 환자를 받지 못하면서 119 구급대가 서울 환자를 경기도까지 옮기고 있다”며 “최근엔 하룻밤에만 심폐소생술 대상 환자가 3명, 심근경색 환자만 4명이 오는 등 중증 환자가 (진료 가능한) 몇몇 병원으로 쏠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출신인 김윤 의원은 “단기적으론 응급의학과 이외 진료과목 전문의를 응급실 전담 의사로 채용하거나, 수술 일정 등이 줄어든 전문의의 응급실 근무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론 응급의료기관의 유형별 진료 기능을 명확히 해 권역응급센터는 중증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email protected] 손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