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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5 병원을 제외한 상당수 수련병원이 정부가 내건 기한까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았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여기에 지원하는 전공의도 많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자는 1167명(8.5%)에 그쳤다. 정부가 사직서 제출 기한으로 못박은 15일 이후에도 10명 중 9명 꼴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지난 18일 오후 2시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산망에 사직 처리됐다고 보고된 전공의 비율은 56.5%였다.

사직서 처리율과 실제 이탈자 비율 사이에 차이가 큰 건 많은 수련병원들이 미응답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지 않고 있어서다.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17일까지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를 일괄 사직 조처하면서, 사직 처리율이 92.0%에 달했다. 반면 복지부에 사직 현황을 제출한 13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의 사직 처리율은 27.3%에 그쳤다. 이들 병원 중 상당수는 연락이 닿지 않는 전공의를 사직시키지 않은 채,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숫자만 집계해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립대병원 교육·수련 담당 교수는 “일선 진료과 교수들 상당수가 전공의 사직 처리와 하반기 결원 모집에 반대하고 있다. 병원으로서는 사직서 등 근거 서류 없이 전공의를 사직시켰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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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는 오는 22일 시작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도 지원자가 거의 없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올해 1년은 쉬겠다’는 전공의가 많은 데다, 대다수 수련병원이 실제 결원보다 적은 인원을 모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2∼4년차 레지던트 422명이 사직했는데, 하반기에는 레지던트는 32명만 모집하기로 했다. 62명이 사직서를 낸 부산대병원은 하반기에 1명만 모집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정부가 지역에 관계 없이 하반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수도권 전공의가 빅5 등에 지원하는 경우도 드물 것으로 본다. 인기 진료 과목에선 과목이나 지역을 바꿔 지원하는 전공의는 뽑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 들어 17일까지 전국 88개 대학병원에 속한 의대 교수 1만4000여명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대하려는 목적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서를 낸 교수가 1452명(10.37%)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61명(1.86%)은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됐다. 정부는 대부분의 교수가 이직·개원 등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했다고 설명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교수 사직으로 인력 공백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호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