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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22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청와대에서 시민단체 대표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강원용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강 목사는 김 대통령 부부와 가장 친했던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0년 5월22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청와대에서 시민단체 대표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강원용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강 목사는 김 대통령 부부와 가장 친했던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가장 많이 만난 인사는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 언론인 박권상씨 등 세 명이라고 박지원 의원(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은 밝혔다. 박 의원은 “김 대통령이 점심이나 저녁 약속이 없으면 이 세 분에게 먼저 연락해서 식사를 함께하며 바깥 여론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세 사람 모두 직언을 하는 분들로,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도 솔직하게 했다”고 말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이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강원용 목사(1917~2006)가 전두환 대통령을 만나 김대중을 살려달라고 구명운동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강 목사는 생전에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인터뷰에서 “당시 위독했던 정일영 박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중이 살려줘, 대중이 살려줘’ 하길래,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게 중요하지 내 명예가 뭐가 중요하겠나 하는 생각에서 신군부의 국정자문위원 제안을 수락하고 (1980년 11월25일 청와대에서) 전두환을 단독으로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대중을 사형시켜선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대학 시절부터 기독교 학생운동을 함께 한 이희호 여사와 친했으며 그 인연으로 김대중 대통령과도 만나게 됐다. 1962년 이희호가 김대중의 청혼을 받았을 때 강원용은 김대중을 만나본 뒤 이희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 같은 사회에서 유능한 정치가의 길이란 매우 험난하고 시련이 많은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당신은 사회활동에 능한 사람이니 정치가의 내조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결혼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