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14일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1980년 자신을 사형시키려 했던 군부 출신의 두 지도자 전·노를 용서하고 최대한 예우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2001년 3월14일 김대중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만찬을 함께 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1980년 자신을 사형시키려 했던 군부 출신의 두 지도자 전·노를 용서하고 최대한 예우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전두환·노태우는 자신들을 사면했을 뿐 아니라 재임 기간 내내 따뜻하게 대우해준 김대중 대통령에게 고마워했다. 2010년 8월 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있을 때 문병을 온 전두환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대통령 때 전직(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 재임 동안 10번 가까이 (청와대에) 초대받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현직이 안 봐주면 전직만큼 불쌍한 이들이 없지 않으냐. 어떤 대통령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병원을 나서면서 방문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얘기를 듣고 싶은 건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김대중 대통령 레거시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다. 전·노 사면은 1997년 12월20일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이후에 발표됐다. 형식적으론 현직 대통령인 와이에스(YS)가 사면을 했지만, 당선자인 디제이(DJ)의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디제이는 대선 과정에서 전·노 사면을 공약했다. 국민 통합이 명분이었다. 비판적인 이들은 선거에서 보수와 영남 표를 얻기 위해 디제이가 정의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물론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노 두 사람에게 보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김대중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는 1980년 김대중을 5·18민주화운동 배후로 몰아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김대중은 그해 9월11일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두환 대통령이 국민총화의 분위기 속에서 민주세력과 관용으로 토론해 나가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여기 앉아 계신 피고인들에게 부탁드린다.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정치 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싶다. 나는 기독교 신자로서 민주 회복을 위한 사회 구원, 민족 구원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