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김철문 경북경찰청장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관련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준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찰에게서 고작 한 장짜리 사건 설명서를 제공받은 걸로 드러났다. ‘답이 정해진 졸속 심의였다’는 비판이 커질 걸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북경찰청에 수사심의 당시 심의위원들에게 교부한 채상병 순직 사건 자료를 요청한 결과, 경찰 관계자로부터 한 장짜리 사건설명서를 제공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수사심의를 할 때 수사심사정책담당관은 사건설명서를 작성해 심의위원들에게 교부하도록 돼 있는데,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1천여 쪽의 자료를 넘겨받은 경찰이 외부 위원들에게 겨우 한 장짜리 설명서를 제공했단 것이다. 더욱이 경북청은 지난 5일 심의 결과를 의결하면서, 그 이틀 전인 3일에야 등기로 이 자료를 심의위원들에게 발송했다고 한다. 외부 위원들이 사건 내용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하긴커녕 제대로 자료를 검토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셈이다.

앞서 5일 경북청 수사심의위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의견을 냈고, 뒤이어 경북청은 임 전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수사심의 규칙에선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만 수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경북청은 직권으로 수사심의 절차에 들어가 이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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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청은 심의위원들에게 교부된 사건설명서를 제출하라는 위 의원실의 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관련자 진술 등이 기재돼 있어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작 수사심의 규칙에서는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수사결과서에 인적사항 등을 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의원은 “경북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임성근 사단장 불송치 의견을 내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수사심의위원회 의결의 진행과정을 철저히 추궁하고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