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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과정에서도 대통령실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애초 수사 외압 의혹은 해병대 채 상병이 무방비로 수중수색에 투입돼 순직하게 된 책임을 가리는 해병대 수사단 수사에 윗선이 개입하면서 불거졌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의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을 회수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게 하는 한편,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게 했다. 그런데 이 항명 혐의 수사에까지 대통령실이 개입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겨레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2일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 뒤 국방부에서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박 대령 항명 사건 등 처리와 관련한 대책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다. 이 가운데 8월4일 회의에는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을 수사하는 국방부 검찰단의 김동혁 단장도 이 회의 참석자였다. 검찰단 수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국방부 장관 주재로 수사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리고, 더구나 이 자리에 대통령실 비서관까지 참석한 것이다. 이를테면 검찰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회의를 열고 여기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동석한 셈이다.

이종섭 전 장관 쪽은 ‘장관이 검찰단장으로부터 항명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비서관도 상황 파악을 위해 회의에 참석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박 대령 사건의 처리 방향까지 논의했다면 대통령실이 직접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김동혁 검찰단장은 지난해 8월6일 임기훈 비서관과 6분여간 통화하기도 했다. 군 검찰은 결국 박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순수한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임 비서관은 이첩 기록 회수 당일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과도 여러차례 연락했다. 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경찰에서 사건 회수와 관련해 연락이 갈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이처럼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 비서관이 박 대령 수사에서도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연결하는 ‘핫라인’ 구실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제2의 수사 외압이라고 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