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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관련 인권단체 ‘라스트 리조트’의 피오나 슈트어트 자문위원이 17일(현지시각) 취리히 기자회견에서 안락사 캡슐 ‘사르코’를 보이고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스위스 안락사 관련 인권단체 ‘라스트 리조트’의 피오나 슈트어트 자문위원이 17일(현지시각) 취리히 기자회견에서 안락사 캡슐 ‘사르코’를 보이고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버튼 한 번으로 사망에 이르는 ‘안락사 캡슐’이 조만간 스위스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캡슐 내 산소를 질소로 바꿔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인데, 너무나 손쉬운 방식으로 안락사 등 조력 사망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스위스 안락사 관련 인권단체 ‘라스트 리조트’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취리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캡슐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곧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산소 없이 공기를 마시고 영원한 잠에 빠지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방법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안락사 캡슐 ‘사르코’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의사 필립 니츄케 박사가 만든 것으로 질소 비용, 단 18스위스프랑(약 2만8천원)을 지불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기계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안락사를 원하는 이용자는 정신 능력을 포함한 의학적·법적 요건에 따른 평가를 받은 뒤, 보라색 캡슐 사르코에 들어가 뚜껑을 닫는다. 기계에선 ‘당신은 누구입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같은 질문이 흘러나온다. 대답을 마친 이용자에게 사르코는 “만약 당신이 죽기를 원한다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안내한다. 이용자가 해당 버튼을 누르면 공기 중 산소의 양은 30초 만에 21%에서 0.05%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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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인 니츄케 박사는 “사망하기까지 약 5분 정도 무의식 상태에 머물게 된다”며 캡슐 내 산소 수준과 환자의 심박수, 혈액의 산소포화도 등을 밖에서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버튼을 누른 뒤 마음을 바꿔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사르코를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사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아에프페 통신은 “캡슐의 잠재적 사용 가능성으로 인해 스위스에서는 법적·윤리적 문제가 제기됐고, 조력 사망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고 했다. 스위스는 안락사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조력 사망을 1942년부터 허용해 왔다. 다만 이번 캡슐 사용에 대해서는 스위스 발레주 의사는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주에서도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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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리조트의 자문위원인 피오나 스튜어트 변호사는 “사르코를 사용하는 데 법적 장애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질소는 의료 제품도 아니고 위험한 무기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조력 사망의 비의료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르코는 의사가 가까이 있을 필요가 없는” 제품이라며 “더 평화로운 죽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김미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