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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마치고 아내 멜라니아에게 키스하고 있다. 밀워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마치고 아내 멜라니아에게 키스하고 있다. 밀워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하면 “북한과 잘 지내겠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혔다. 또 미국의 “분열 치유”와 “단결”을 강조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연설에서 “나는 북한의 김정은(국무위원장)과 아주 잘 지냈다”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북한이 말을 안 듣지만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북한과) 잘 지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김 위원장)는 나를 다시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는 나를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를 다시 갈등과 전쟁 국면으로 몰아넣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의 국익과 평화를 위한 행동으로 자평하며 종종 자랑해왔다. 나아가 이번 발언은 재집권 때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취지를 밝힌 셈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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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설에서 “네 달 뒤 우리는 엄청난 승리를 거둘 것이며, 우리 나라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4년을 시작할 것”이라며 후보직을 수락했다. 총격 후 연설문을 ‘톤다운’시키겠다고 예고했던 그의 연설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는 했지만 전과 같은 공격적이고 거친 표현은 상당히 줄었다. 대신 그는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며 “미국인들은 단일한 숙명과 공유된 운명으로 묶여 있다”고 단결을 강조했다. 또 “난 절반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의 대통령이 되려고 나섰으며, 절반의 미국인들만 얻어서는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단결을 강조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배타적이면서 힘의 우위에 기반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지도력 하에 미국은 다시 존중 받을 것”이라며 “어떤 나라도 우리의 힘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국경을 봉쇄하고, 멕시코 장벽 건설을 재개하고,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서는 등 강력한 반이민 드라이브를 걸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자신이 집권할 때는 러시아와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이웃을 위협하지 못했다며, 이들에게도 강하게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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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제를 놓고도 “다른 나라가 우리 일자리를 약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그들은 미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오로지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며, 이는 우리 나라에서 엄청난 일자리들과 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또 “자동차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말하면서, 중국이 우회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서 만드는 전기차에 100~200%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예고했다. 보조금 지급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취임하자마자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30여분간의 연설에서 초반 15분 동안 자신의 피격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며 “신은 내 편이었다”, “우리는 기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가해진 총격 때 숨진 소방관의 복장을 연단에 세우고 입맞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당대회장을 가득 채운 공화당원들은 연설 중간중간에 “유에스에이”(U.S.A)와 “싸우자”(fight)를 외치며 호응했다.

밀워키/이본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