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했습니다.”
올해 최대 기대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26일 오후 5시 7부작 전편 공개됐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지난 9일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을 사랑해주신 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익숙한 공간을 식상하지 않게 변형시켰다”며 ‘익숙함’과 ‘새로움’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시즌1의 재미 요소를 이어가면서도 동어 반복이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시즌2를 보면 이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드러난다.
시즌1과 비슷한 듯 다르게
시즌2는 시즌1의 우승자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2에서도 기훈은 가장 끝 번호인 456번을 받는다. 첫 번호인 1번은 오영일이라는 참가자다. 그는 언뜻 기훈과 같은 편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작은 희생을 감수하자는 것이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며 기훈과 다른 참가자들의 마음을 흔들려 한다. 시즌1에선 기훈의 주위를 맴도는 1번 참가자 오일남(오영수)이 결국엔 게임 주최자임이 드러났는데, 시즌2에선 오영일이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 핵심 서사 중 하나다.
시즌2에서도 사회적 소수자가 용기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특전사 출신 엠티에프(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가 대표적이다. 그는 성 확정 수술비를 구하려고 게임에 참가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외면받고 겉돌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이들을 돕는 정의로운 모습과 리더십을 보여준다. 시즌1에서 새벽(정호연)이라는 새터민 캐릭터가 등장했듯 시즌2에서도 노을(박규영)이라는 새터민이 나온다. 새벽이 게임의 참가자였다면, 노을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총을 쏘는 ‘핑크 가드’를 맡았다.
참가자들이 하는 게임은 익숙한 듯 새롭다. 첫 게임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영희 인형이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다. 두번째 게임은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5인6각으로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하나씩 해나가는 방식이다. 대형 회전목마 위에서 노래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돌다가 정해진 숫자대로 뭉쳐야 살아남는 게임도 나온다. 누구나 어릴 적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골목에서 해봤을 평범한 게임이 실패하면 죽는다는 규칙과 만나 묘한 긴장감을 준다.
기훈의 변화된 모습도 관전 포인트다. 시즌1의 기훈이 게임에서 살아남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2의 기훈의 관심은 게임장 밖, 게임의 주최 쪽에 있다. 이 게임을 끝내려는 게 그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시즌1의 철없던 모습은 사라지고 줄곧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찬반투표 때 게임을 멈추자는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참가자를 구하기도 한다.
둘로 쪼개진 사회 풍자
시즌2에서는 시즌1에도 있었던 투표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이곳에서 나갈 기회를 준다. 참가자들은 매번 OX 투표를 통해 이곳에 남을지와 나갈지를 결정하게 된다. 나가는 것으로 결정되면 그때까지 적립된 돈을 참가자들이 나눠 갖는다. 게임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이어가고 싶은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은 둘로 쪼개져 갈등하는 사회를 연상시킨다. 황 감독은 지난해 12월7일 대전의 시즌2 세트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요즘 편가르기가 많다. 전세계적으로도 지역·종교적 갈등과 전쟁도 많고, 국내에서도 세대 간 갈등, 젠더 갈등, 지역과 계층의 갈등이 많다. 너무나 많이 편을 가르고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집단을 틀리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풍자적인 요소로 선거 시스템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젊은 참가자들도 다수 등장한다. 암호화폐 투자 유튜버 명기(임시완)와 그의 전 여자친구 준희(조유리), 전직 래퍼 타노스(최승현), 타노스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남규(노재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투자 실패로 큰돈을 잃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와 주식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큰돈을 잃은 2030세대가 많아진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지난 9일 “시즌1 때는 이 정도의 빚을 지고 게임에 참여하려면 나이가 있으신 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사이에 코로나가 오고 코인 열풍이 왔다”며 “계층 이동 사다리가 막히면서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 더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시즌2에서 젊은 세대들이 겪는 문제들을 담아내도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전세계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1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열어 909명이 참가했고, 지난 6~8일 네덜란드에서는 4천명 넘는 팬들이 ‘오징어 게임’ 미로를 체험했다. 국내에선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영희 인형이 세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김민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