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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전남 영암군의 한 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중학생 2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신씨. ‘김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제공
2000년 7월 전남 영암군의 한 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중학생 2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신씨. ‘김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제공

물에 빠진 중학생 두 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고 김신(사망 당시 23)씨가 24년 만에 대학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전남대학교는 26일 하계졸업식에서 국문과 94학번 고 김신씨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대학 쪽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해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을 실천한 귀감이 됐고 우리 대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가 인정된다”고 명예졸업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전남 영암군 출신인 김씨는 시창작연구회 ‘비나리’ 회장, 국어국문학과 부회장 등을 맡아 학생운동에 힘썼다. 대학 3학년이던 2000년 7월30일 고향에 머물던 중 휴가차 방문한 후배들을 데리고 월출산을 방문했다가 저수지에 빠진 중학생 2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동문들은 학생장으로 노제를 지내고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비나리동산에 유골을 뿌렸다. 같은 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고인을 의사자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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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는 2020년 민주길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추모의 벽에 의인으로서 전남대를 빛낸 인물로 김씨를 올렸고 동문들은 ‘김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구성해 추모사업에 나섰다. 동문들은 올해 11월 전남대 인문대 3호관 옆에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벤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1990년 7월31일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고 김신씨의 노제를 지내고 있다. ‘김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제공
1990년 7월31일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고 김신씨의 노제를 지내고 있다. ‘김신을 기억하는 사람들’ 제공

김씨의 국문과 동문 하애남씨는 ·매일 시집을 끼고 다니면서도 새내기들에게 ‘시? 나도 잘 몰라’라며 배시시 웃던 모습이 어제처럼 손에 잡힐 듯하다”며 “2000년 6·15공동선언을 앞두고 금방 통일이 될 것만 같아 잠도 안 오고 설렌다며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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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한 이성원 전남대 인문대학 학장은 “김신은 용기 있는 희생정신을 실천한 우리 사회의 귀감”이라며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인문대학 학생들에게도 큰 배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