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19일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거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과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은 없다. 정해진 사안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 직후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정치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제안에 무대응 기조를 드러낸 것은 '국회 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일에 순서가 있다"면서 "국회 정상화가 먼저 아니겠나"라고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마무리 이후 당 차원의 논의를 한 뒤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에선 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그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을 줄줄이 강행하면서 다른 한쪽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자신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영수회담 카드가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어 이에 맞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며 "야당 대표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라고 영수회담에 선을 그었다. 이어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대통령' 연호가 흘러나왔다고 해서, 크나큰 착각 속에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당장 입법 폭주부터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수회담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4월 첫 영수회담 이후 풀릴 듯했던 여야 갈등이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로 또다시 얼어붙은 전례를 볼 때 영수회담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