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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토크]경제성 불투명하다는 수소경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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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토크]경제성 불투명하다는 수소경제 성공하려면

2019.02.10 08:14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에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기보단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혁신성장 동력으로 ‘수소’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셈이다.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 차와 수소 연료전지다. 수소 차는 이미 현대차가 2013년 수소 연료전지차를 세계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물과 전기에너지를 얻어내는 원리다. 

 

화학 반응으로 바로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열로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수력발전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대표적인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언뜻 보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 수소 생산 기술 경제성은 ‘물음표’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벼운 원소다. 모든 유기화합물에는 수소가 결합돼 있다. 지구에서는 순수한 수소 기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은 거대한 수소 덩어리다. 수소는 우주에서 태양과 같은 항성이 스스로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 융합 반응의 재료가 된다. 

 

수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술은 전기분해다. 물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수소를 얻으려면 전기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 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청정에너지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를 꾸준히 만들어내기 어렵다. 발전 단가도 기존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비싸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기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도 투입돼야 하는데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산업부 기준에 따르면 1km를 가는 데 드는 비용이 전기차는 49원, 수소 연료전지차가 83원, 휘발유차는 116원이다. 내연기관보다는 적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수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경제성 있는 수치가 아니다. 수소 충전 시설 한 곳을 만드는 데 약 30억원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으로 값비싼 백금이 촉매제로 사용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상용 차량이 출시되면서 수소연료전지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상용 차량이 출시되면서 수소연료전지에서 사용되는 촉매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석유 정제 화학 반응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부생수소’를 이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석유 화학 강국인 장점을 십분 이용하자는 것이다.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으로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를 얻을 수도 있다. ‘추출수소’로 불리는 이 방식은 고온 환경에서 메탄의 촉매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얻는다. 부생수소는 탄소를 배출하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나온다. 추출수소는 메탄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이유로 부생수소와 추출수소 모두 청정에너지라고 부르기 어렵다. 

 

● 선진국, 초고온 가스로 기술 앞서...“다양한 기술 검토하고 성숙시켜야”

 

학계에서는 열화학 공정을 이용해 물을 수소로 분해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초고온 가스로’로 불리는 이 기술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중인 초고온 가스로는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로 물을 쓰지 않고 헬륨을 쓴다. 헬륨을 냉각재로 쓰면 원자로 콘크리트나 격벽이 견딜 수 있을 만큼 원자로 냉각을 위한 폐회로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약 90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온 환경에 투입된 물은 적은 전기에너지만으로도 쉽게 분해된다. 경제성 있는 효율적인 전기분해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초고온 가스로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초고온 가스로를 설계하고 열화학 공정을 이끄는 데 필요한 ‘고온 열전달 실험’, 고온의 열을 열화학 공정에 전달하는 열교환 기기 핵심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김민환 한국원자력연구원 고온가스로개발부장은 “미국과 일본이 초고온 가스로 관련 기술 분야에서 한발짝 앞서나가고 있으며 한국은 기술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초고온 가스로 등 다양한 기술을 함께 성숙시켜야 정부의 수소경제 비전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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