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정리 속도전… 내일부터 신협-저축銀 등 현장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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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체 평가 미흡 여부 확인
“일부 금융사 제출 자료 따져봐야”
지방銀-증권사로 점검 대상 확대
업계 “조 단위 추가 적립금 불가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평가를 미흡하게 한 2금융권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선다. 금융사들의 엄격한 자체 평가를 유도해 부실 PF 사업장을 발 빠르게 정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1일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해 부실하게 평가한 금융사들을 현장 점검할 예정이다. 신협중앙회와 중소형 저축은행 및 캐피털사들이 점검 대상이다. 특히 신협은 연체율이 지난달 말 기준 6%대 후반까지 치솟은 데다 개별 조합이 제출한 평가 결과도 금감원의 자체 평가와 괴리가 큰 탓에 우선 점검 대상이 됐다.

금감원이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일부 금융사들이 PF 사업장 재평가를 엄격하게 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지난달 13일부터 PF 사업장을 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기존에는 3단계)해 사업성을 재평가한 뒤 이달 5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전국 5000여 개 사업장 중에서 △연체 상태 △연체 유예 △만기 연장 3회 이상인 곳들에 대한 사업 타당성 분석을 다시 진행한 것이다.

일부 금융사들이 제출한 자료는 금감원 내부 자체 평가와 상당한 편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을 엄정하게 따졌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부실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지방은행, 중소형 증권사 등으로 점검 대상을 확대한다. 특히 지방은행은 PF 부실로 인한 연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수도권과 달리 주택 시장의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대구, 경남, 광주, 전북, 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올 1분기(1∼3월) 연체 대출액은 1조3771억 원이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 들어 PF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가 절실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유의’ 등급의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 매각을, ‘부실 우려’ 등급은 상각 및 경·공매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약 2∼3%(지난해 말 기준)가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 우려’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초 이후 연체된 사업장이 늘어난 만큼 부실 우려 비중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2금융권에서만 올 하반기(7∼12월)에 조 단위 이상의 적립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PF 위험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부실을 적기에 해소할 필요는 있다”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PF 사업성이 악화되는 데다 금융사가 취할 수 있는 대처 방안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email protected]
#부실 pf#현장 점검#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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