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고통 맞먹는 대상포진 국내 환자 연간 72만 명…남녀 비율 4대6 골프 칼럼니스트 김맹녕 16일간 입원 “평소 많은 운동으로 건강 과신한 탓” 자책 신경통 안면신경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 올 수 있어 예방접종…신속한 치료 필수
골프 칼럼니스트로 오랜 세월 필명을 날리고 있는 김맹녕 골프전문인협회 이사장(76)은 프로급 골프 실력에 자전거, 배드민턴,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하지만 올해 초 대상포진에 걸려 보름 넘게 입원을 한 뒤 적당한 운동의 중요성과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사진 출처 김맹녕 이사장 페이스북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발생한다. 수두를 앓고 난 이후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다가 수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난 이후 재활성화돼 피부에서 대상포진을 일으키게 된다.
김맹녕 이사장이 서울 송파구 지인마취통증의학과에서 장영호 원장에게 치료받고 있다. 김맹녕 이사장 제공
●자전거, 등산, 배드민턴, 걷기, 골프…평소 운동 마니아
김맹녕 이사장이 ‘명인 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라운드하는 모습. 김 이사장은 “골프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맹녕 이사장 제공
김 이사장은 대한항공에서 35년 일하며 21년을 일본 미국 영국 남미 멕시코 등 해외에서 근무했다. 통역장교 출신으로 골프 영어, 매너, 에티켓 전문가로 6권의 서적을 펴내기도 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꿈의 무대’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과 ‘골프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라운드한 경험은 골퍼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골프 실력은 핸디캡 3에 베스트스코어 68타로 최고수 수준. 홀인원 4회에 이글 28회를 기록했다.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를 치는 에이지 슈터도 5차례나 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11월 3일 남촌CC에서 작성한 74타.
대한항공 근무 시절 부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김맹녕 이사장. 김맹녕 이사장 제공
김맹녕 이사장은 70대 중반에도 하루 80㎞ 가까이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력을 단련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김맹녕 이사장 페이스북
70대 중반에도 글쓰기, 강연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김 이사장은 평소 운동 마니아였다. 매일 아침 1시간씩 배드민턴을 치고 하루 1만보를 걸었다. 주 1회 남한산성 등산에 경기도 양평 김포 등으로 장거리 자전거를 탔다. 지난해 자전거에 올라 서울 송파구에서 행주산성까지 왕복 80㎞를 달리기도 했다. 주 2회 골프를 했고 해외여행이라고 가면 사흘 연속 36홀을 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건강을 과신했던 것 같다. 연말연시 술자리도 많았고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였다”라고 말했다.
권순효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통증, 미열, 근육통에 이은 피부 발진
권순효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전조 증세에 대해 “피부 발진이 발생하기 수일 전부터 해당 부위의 통증이 발생한다. 미열,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예도 있다”라며 “피부 발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대상포진으로 의심하기 어렵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한쪽으로 발생하는 경우 대상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대상포진은 주로 얼굴, 몸통, 엉덩이에 띠 모양의 붉은 발진, 물집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이 2~3주간 진행되는 데 신경이 있는 부위이면 어디든 발생한다. 합병증으로는 수주에서 수개월간 신경통과 이상감각, 불면증, 우울증, 뇌막염, 안면신경마비, 실명이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은 추후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증상이 발생하면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권순효 교수는 “고령의 대상포진 환자는 신경통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대상포진 환자 약 72만 명 가운데 여성이 62.3%, 남성은 37.7%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전체의 63/8%를 차지하나 젊은 층에서도 증가 추세다. 면역력이 낮은 노년층부터 과로에 시달린 직장인, 학업에 전념하는 청소년, 폐경기 여성 등을 가리지 않고 발병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절기에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2022년 강원 원주 오크밸리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프로암대회에 참가한 김맹녕 이사장. 그는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에이지 슈터를 5차례 기록했다. 김맹녕 이사장 제공
●휴식, 숙면 등 면역력 강화만이 예방책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신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과 잠을 깊이 자야 한다. 예방접종도 도움이 된다. 의사 상담 후 1회 접종하면 60세 이상에서 50% 예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2회 접종 백신도 나왔다. 백신을 통해 증상을 약화하고 신경통의 강도를 낮춰준다. 김 이사장은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꼭 맞으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퇴원 후 신경 및 약물 치료를 받던 김 이사장은 즐기던 술을 멀리하고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있다. 현미밥, 보리밥, 견과류, 과일, 채소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운동량도 알맞게 줄이고 이른 새벽이나 늦은 시간 골프도 안 하기로 결심했다. 노년층 운동 강도는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김 이사장은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세월의 흐름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큰 경종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