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내 아이의 이중적 모습에 놀라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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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email protected]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가 집에서는 너무 부잡스럽고 시끄러운데, 어린이집에서는 늘 조용하고 밥도 혼자 먹는다고 한다. 집에서는 여리디여려 상처받을까 봐 무슨 말도 못하는데, 유치원에서는 가끔 다른 아이를 따돌리기도 한다고 한다. 교사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밖에서의 아이 모습이 내가 알던 것과 다를 때 부모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갑자기 아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소식을 전해준 교사나 학부모가 미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떤 한 장소에서 어떤 대상에게 배운 것이 다른 장소에서 확장되고 일반화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A장소에서는 모범적이고 B장소에서는 그렇지 않다면, A장소에서 배운 것이 B장소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발달이 미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B장소에서는 A장소와 같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좀 큰 아이들은 아직 사회성에 어려움이 있어 그럴 수도 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 처하고 그 상황마다 정서나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다양해진다. 그 과정 중에,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배워가는 중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여 집에서는 명랑한데 밖에 나가면 안 그럴 수 있다. 거꾸로 집에서는 말을 잘 듣는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를 심하게 놀리고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일 수 있다.

아이에게 부모가 아는 모습 이외에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모습도 포함된다. 부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보일 수 있는 면이라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거나 혹은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인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유심히 관찰부터 해야 한다. 교사와 상담도 해보고, 아이 모르게 가서 조용히 지켜보기도 한다.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에게 물어도 본다. 그렇게 관찰을 하고 정보를 모아서 ‘아, 확실히 집에서 보여주는 면과 밖에서 보여주는 면이 다른 것이 많구나’라고 판단되면, 인정해야 한다. 절대 과잉반응하면 안 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다른 모습에 과잉반응을 보이면, 그 부분에 있어서 아주 부적절한 정도의 불편한 마음, 죄책감, 당황스러움을 갖게 된다. 그 주제를 논하는 것 자체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파악이 되면 아이에게 그냥 “내가 이럴 때 친구들한테 이렇게 하기도 해?”라고 물어본다. 아이는 때로는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한다. 그럴 때 “엄마가 다 알아봤어. 너 그렇다던데!” 하지 말고, “이런 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야. 언젠가 엄마가 꼭 가르쳐야 할 부분이야. 혹시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가르쳐 준다. 만약 아이가 인정을 하면 “사실 엄마도 알고 있었는데, 너랑 한번 얘기를 해보려고 했지. 넌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니?”라고 물어준다. 아이가 대답을 하면 다 들은 후에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다음에는 이렇게 해라”라고 가르쳐 줘야 한다.

아이의 이중적 모습이 너무 놀랍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서 아이를 지나치게 부적절하게 감싸고도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문제를 인식하거나 해결해 가는 과정을 배우지 못한다. 결국 그 문제를 못 고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어른들이 잘 지도해서 아이들이 잘못을 깨닫고 잘 배워서 개선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얼마든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기 안에 너무 상반된 모습이 많으면 아이 자신도 혼란스럽다. 문제를 잘 지도해줌으로써 아이가 조금 더 통합된 형태로 클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한다.

사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는 아이는 부모가 도와주기가 더 낫다. 정말 어려운 아이들은 집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밖에서만 문제를 드러내는 아이들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모 앞에서는 그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 때, 아이는 훨씬 위험하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부모와 관계가 나빠서인 경우도 일부 있지만, 부모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경우도 많다. 아이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도 아이 나름의 고뇌가 있고, 열등감도 있고, 친구관계에서 오는 상처도 있다. 부모가 아주 끔찍하게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항상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감시가 아니라 관찰이다. 그래서 혹여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괴리감이 큰 모습을 발견할 때는 잘 지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작은 일이 커질 수도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의 이중적 모습#성장의 기회#과잉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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