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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구한 여인의 운명 향해… 사회적 시선은 차갑기만

    기구한 여인의 운명 향해… 사회적 시선은 차갑기만

    북경을 다녀온 사신들에 의해 계문란의 사연은 조선에까지 알려졌다. 남편이 피살된 뒤 청나라 사람에게 팔려 심양으로 간 강남 여인의 기구한 운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홍세태(洪世泰·1653∼1725)가 쓴 다음 시가 특히 유명하다. 시인은 청나라에 가본 적조차 없지만 김석주가…

    •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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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절녀로, 매춘부로… 가슴속에 남은 여인들

    충절녀로, 매춘부로… 가슴속에 남은 여인들

    북경으로 가는 조선 사신들은 산해관을 지나 풍윤현으로 가는 길에 진자점(榛子店)을 지나게 된다. 명말청초에는 여성이 건축물의 벽에 쓴 제벽시(題壁詩)가 많았다고 하는데, 1680년 서장관(書狀官) 목림유(睦林儒)는 우연히 진자점 주점 벽에 적혀 있는 시 한 수를 읽게 된다. 시에 덧붙…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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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에서 모두를 떨게할 사자… 갇힌 우리 속에선 애처롭기만

    야생에서 모두를 떨게할 사자… 갇힌 우리 속에선 애처롭기만

    한시에서 사자를 실제 보고 읊은 경우는 드물다. 한자문화권 안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시에서도 최치원처럼 사자탈 공연을 보고 쓴 것이나(‘鄕樂雜詠’) 그림 속 사자에 대해 읊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자에 대한 한시를 찾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구한말 역관 김득련(金…

    •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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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민지 안내인과 강대국 손님, 화합할 수 있을까

    식민지 안내인과 강대국 손님, 화합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1984년)에서 닥터 아지즈는 식민지 인도를 방문한 영국 여성 아델라 퀘스티드를 환대했지만, 마라바르 동굴에 안내한 일이 화근이 되어 큰 고초를 겪는다. 조선시대 지식인 역시 상국(上國)인 중국 사신들을 대접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1602…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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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이 다가올 때 生에 건네는 마지막 편지

    죽음이 다가올 때 生에 건네는 마지막 편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2011년)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엔딩 노트를 작성한다. 조선시대 조영순(趙榮順·1725∼1775)도 죽음을 예감하고 마지막 시를 읊었다. 시인은 공주의 객사에서 세상을 뜨기 전날…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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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한번의 실수로 버림받아 야윈 말… 절망적 운명이여

    단 한번의 실수로 버림받아 야윈 말… 절망적 운명이여

    1889년 토리노에서 니체가 마부의 채찍질에도 요지부동인 말을 껴안고 통곡했다면, 758년 두보는 화주(華州)에서 관군이 길에 버린 야윈 말을 보고 이렇게 슬퍼했다. 이 무렵 시인은 화주로 좌천되었다. 숙종은 안록산의 반란이 진정되자 아버지 현종의 옛 신하들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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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대의 줄타기보다 더 아찔한 권력 좇기

    광대의 줄타기보다 더 아찔한 권력 좇기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년)는 광대 장생과 공길이 양반집에서 줄타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광대의 연희를 천시하던 조선시대에도 이렇게 양반집에서 광대놀음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송만재(宋晩載·1783∼1851)의 시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땅재주 공연 장…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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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대들의 공연 후 남은 것은 정적뿐… 허무가 밀려온다

    광대들의 공연 후 남은 것은 정적뿐… 허무가 밀려온다

    광대들의 공연을 보고 쓴 한시를 연희시(演戲詩)라고 부른다. 조선 후기 신위(申緯·1769∼1845)는 연희를 보고 다음 시를 남겼다. 전체 12수로 이루어진 이 연작시엔 당대의 유명 광대들이 공연한 각종 연희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특히 ‘춘향가’를 부르는 창자의 모습과 인…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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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자우환의 고통, 내 자식은 모르길…”

    “식자우환의 고통, 내 자식은 모르길…”

    중국 풍습에 아이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며 아이의 몸을 씻기는 것을 ‘세아(洗兒)’라고 한다. 송나라 소식(蘇軾)도 늦둥이 아들의 목욕 모임을 기념하여 다음 시를 썼다. 아이가 총명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인지상정이지만 시인은 반대로 어리석길 바랐…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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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자가를 감추고 ‘배교’한 척해야 했던 그들

    십자가를 감추고 ‘배교’한 척해야 했던 그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2021년)는 신유박해(1801년) 때 정약전, 약종, 약용 삼형제가 각기 배교와 순교를 선택했던 일로 시작된다. 정약용은 이보다 앞서 조선 천주교회 창립의 주역이었던 이벽(李檗·1754∼1786)의 죽음을 애도한 바 있다. 이벽의 세례명은 요한. 시인…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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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온 삶 돌이켜보니 빗물에 떠밀려 내려간 ‘목인’과 다를 바 없네

    지나온 삶 돌이켜보니 빗물에 떠밀려 내려간 ‘목인’과 다를 바 없네

    ‘목인(木人)’은 글자대로라면 나무 인간이란 뜻이다. 한시에서 ‘목인’의 전고(典故·전거로 삼은 옛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비가 내리면 물에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나무 인형 이야기다. 전국시대 소대(蘇代)가 진(秦)나라의 위험한 초대에 응하려는 맹상군(孟嘗君)을 이 비유로 만류한 바…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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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란 줄에 매달려, 조종 당하는건 아닌지… 덧없는 우리네 삶이여

    ‘세상’이란 줄에 매달려, 조종 당하는건 아닌지… 덧없는 우리네 삶이여

    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을 괴뢰(傀儡·꼭두각시)라고 한다. 당나라 양굉(梁鍠)은 꼭두각시 공연을 본 뒤 다음과 같이 읊었다. 중국에선 일찍부터 ‘괴뢰희(傀儡戱)’라고 불리는 인형극이 발달했다. 주(周) 목왕(穆王) 때 언사(偃師)가 만든 인형은 사람과 똑같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었다…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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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 못 이루는 밤에 달빛을 바라보다… 고향 그리움에 울컥

    잠 못 이루는 밤에 달빛을 바라보다… 고향 그리움에 울컥

    장률 감독의 영화에선 익숙한 한시가 색다른 울림을 빚어낸다. ‘춘몽’(2016년)에서 고향 연변을 떠나 아빠를 찾아 한국에 온 예리는 식물인간이 된 아빠 병 수발에 차츰 지쳐간다. 예리는 달 밝은 밤 고향주막에서 당나라 이백의 시를 읊는다. 시인은 침상 앞을 비추는 달빛을 땅 위에 내…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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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죽음은 한바탕 꿈… 짧은 잠 자고나면 죽음아, 넌 죽으리

    삶과 죽음은 한바탕 꿈… 짧은 잠 자고나면 죽음아, 넌 죽으리

    병이 육신을 괴롭힐 때 우리는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찾아왔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마이크 니컬스 감독의 ‘위트’(2001년)에서 에마 톰프슨이 연기한 주인공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1168∼1241)도 병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음과 같이 재치 …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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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르는 세월 아쉽지만…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처럼 기억하기를

    흐르는 세월 아쉽지만…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사진처럼 기억하기를

    2023년 달력의 끝이 다가온다. 송나라 소식(1037∼1101)은 1062년 연말 동생에게 부친 시에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이렇게 썼다. 옛 풍속에 세밑이 가까워질 때 친지와 더불어 마시고 즐기며 한 해를 보내는 모임을 ‘별세(别歲)’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송년회를 연상시킨…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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