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신 사과” “‘브이’ 만나시길”… ‘金여사 문자’ 국정간여 논란 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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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건희 문자’ 내전]
민주 “권한 없는 사람이 국정 농단”
국힘 내부서도 “오해 소지” 지적
친윤선 “사과 의향 의논한것” 옹호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07.08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07.08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김 여사가 국정 간여, 국정 농단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논란으로 비화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영부인이 비선으로 국정에 간여를 시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이 없는 사람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 국정농단”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김 여사는 주변에 “내가 문제 당사자고 한 후보와 전부터 가까웠던 만큼 당연히 의논할 수 있는 최우선의 대상 아니겠나”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여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1월 15일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했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신에 특검 문제로 빚은 갈등을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사적으로 가까워 의논했을지라도 영부인이 연락하는 순간 이미 공적인 문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초선 의원도 “영부인이 대통령 대신 직접 연락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의 만남도 여러 차례 권유했다. 김 여사는 “한 번만 브이(V·대통령)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것 어떨지. 내심 전화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를 부탁한다”(1월 15일),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1월 25일) 등 메시지를 보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영부인이 무슨 공적인 지위가 있어서 이런 걸 결정하느냐”라며 “국정농단이라는 말이 맞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문자 논란이 벌어진 뒤 김 여사는 주변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라 자연스럽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국정농단이니 당무 개입이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친윤 진영에선 “사과 의향을 담아 의논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당무와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국정농단’을 한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여사가 ‘동지’라고 부른 점을 문제 삼아 “김 여사와 한 후보가 (과거) 정치적 동지였다는 것을 이 문자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부인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한 비대위원장과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연락할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공사 구분 논란 가능성이 우려된다”라고 했다.


권구용 기자 [email protected]
강성휘 기자 [email protected]
#김여사 문자#국정 농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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