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홍후조]교육 개혁, ‘공정’과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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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 개편은 난제, 졸속추진은 본질 모르는 것
‘초등 5년제’ 등 개선책 폭넓게 논의해야
교육 현안들 산적, ‘전문가 장관’ 필요하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의 핵심은 교사와 학생, 그들이 주고받는 교육과정이다. 학생-교육과정-교사가 만나는 수업을 잘 되게 하기 위해 여러 교육 제도와 정책이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과 교사 조정은 상대적으로 좀 쉽고 학생의 학년 이동, 즉 학제 개편은 아주 어렵다. 최근 교육부 장관의 낙마는 이런 본질을 모르는 데서 빚어진 참사다.

불행히도 우리 학제는 초-중-고의 12년이 ‘6-3-3제’인데, 교육과정은 공통-선택이 ‘9-3제’, 교사 자격과 운용은 초-중고의 ‘6-6제’로 교육의 기본 제도가 불일치한다. 이런 교육의 기본 제도 간 모순과 폐단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그 개선을 위해 면밀한 검토에 이은 장기종합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초등 입학 연령 하향’을 둘러싼 정책 제안을 복기해 보자. 학교급마다 해결을 기다리는 여러 숙원사업이 있고 필요한 정책이 있다. 가령 유아교육의 완전 무상화, 교사당 아동수 적정화, 유아교육 마지막 학년의 의무화, 기초학습준비반 개설, 유보 통합 등이다. 그중에서 학제 개편은 교육을 넘어 정치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이제 초등 6학년생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가 돼서 현재 초등생 교육으로는 지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역대 교육 개혁안에서 ‘초등 5년제’가 거듭 제안된 바도 있다. 대학은 늦은 사회 진출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들은 이중 전공, 취업 준비, 병역 수행 등으로 졸업을 늦추고 있다. 사회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유-초-중-고-대학 전체를 두고 어디서 재학 기간의 낭비를 줄이고 사회 진출 연령을 앞당길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초등 취학 전에 기초학습준비반을 만드는 한편 초등 5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17세 이전에 고교를 졸업하게 되고, 대학 입학·졸업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유치원 마지막 1년을 무상의무화하고 기초학습준비반이 생기면, 맞벌이 부모는 한 해 일찍 자녀를 맡겨서 좋고 출발 또한 비교적 더 공정해질 수 있다. 이런 학제 개편을 통해 대학생들의 취직 연령이 낮아진다면 생산성도 높아지고 노동력 고령화 문제가 줄어들며, 자녀가 일찍 독립하면서 부모들의 부담도 감소할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교육 환경 변화도 대비할 때다. 학생 수의 급속한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소규모 학교 급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교사의 학교 급 간 교육 협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교사의 복수 전공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가 주간에 책임지는 수업시수를 정하고, 수업을 맡는 교사를 우대하며, 교사의 불필요한 잡무를 줄여야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외고 폐지 문제도 비슷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 결국 교육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특히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별로 학습할 교과목을 선택해 집중 교육하면 자연스레 높은 성취도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각 고교는 규모에 맞게 개설할 진로 계열과 과정을 특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기반 아래에 대학 입시도 프랑스 바칼로레아처럼 학생들의 진로별로 타당하게 치를 수 있게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개혁은 결국 대학 입시를 바꾸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슬로건은 ‘공정’과 ‘상식’이다. 교육 부문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재정 문제다. 대학생보다 초중등학생의 교육비를 더 많이 쓰는 현상이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교육 재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교육감의 교육비 낭비를 줄이고 유치원과 대학의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공정을 기한다면 납세자 자녀가 어느 학교를 다녀도 균등한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와 그 학생이 불이익이 많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산적한 교육 현안들이 있지만 아직 교육 정책 책임자들이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장기 교육 정책의 틀을 잡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당초 7월에 출범했어야 하는데 여태 미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 가까이 돼 가지만 아직 교육부 장관도 공석이다. 조선시대 성종은 대소 신료들에게 누가 대제학감인지 무기명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최다 득표자를 새 대제학으로 임명했다. 캠프 안과 그 주변만 살피면 또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교육계의 추천을 널리 받아서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장관을 서둘러 임명해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초등 5년제#전문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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