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술 막걸리 오미자주… MZ 전통주 바람, 농가 살리고 관광 자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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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양봉 농가와 상생으로 좋은 꿀술
동동주 빚기 등 체험관광 개발도

유관석 부즈앤버즈 대표가 양조장에서 포도를 이용한 미드 ‘멜로우 드림’을 만들고 있다. 부즈앤버즈 제공
유관석 부즈앤버즈 대표가 양조장에서 포도를 이용한 미드 ‘멜로우 드림’을 만들고 있다. 부즈앤버즈 제공

“‘미드(Mead)’는 꿀을 얼마나 넣고 빼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기호에 맞춰 술을 디자인할 수 있는 창작의 범위가 넓은 셈이죠.”

유관석 부즈앤버즈 대표(36)는 12일 자신을 ‘미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벌꿀을 발효해 만드는 ‘꿀술’ 미드는 인류 최초의 술로 알려질 만큼 역사가 길다. 중세 유럽의 신혼부부가 사랑을 맹세하며 한 달간 미드를 마시던 관습이 ‘허니문’의 유래가 됐을 정도다. 부즈앤버즈는 국내에선 생소한 미드를 전통주로 재해석하는 양조장으로, 경기 용인시의 양봉 농가가 생산한 꿀을 원료로 쓰고 있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이 대세인 주류 문화에서 유 대표는 집에서 미드를 만들어 마시던 ‘미드 덕후’였다. 대학생 때 우연히 이를 접한 뒤 달콤한 맛과 향에 푹 빠진 게 계기가 됐다. 부즈앤버즈를 차리기 전 삼성전자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는 직접 만든 미드를 회식에 가져가 ‘소주 회식’을 벗어난 색다른 회식을 즐기기도 했다.

그는 “미드는 보디감부터 향, 뒷맛까지 술 전체에 꿀이 스며들어 있어 단순히 술에 꿀을 탄 것과는 다르다.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미드를 찾는 소비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 제품 ‘시작’을 선보인 부즈앤버즈는 유럽 국제 미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1∼6월)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유 대표는 미드를 공부하기 위해 양봉을 배우면서 상생이라는 경영가치를 굳혔다. 그는 “밀원(蜜源) 부족과 기후 변화로 벌들이 폐사하고 있다. 벌을 살리고 좋은 꿀을 얻기 위해서라도 양봉 농가와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과 벌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양봉법으로 만든 꿀만 고집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에서 막걸리를 빚고 있는 정성기 진정브루잉 대표(32) 역시 전통주 붐을 타고 2022년 양조장을 세웠다. 경기 성남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직을 계기로 강릉에 터를 잡아 진정브루잉을 세웠다. 자연과 도심이 어우러진 강릉에 매료되면서 강릉의 건강한 식재료와 이야기를 술에 담고 싶었다. 감미료 없이 강릉산 쌀과 누룩만을 이용해 만든 ‘새냉이길 막걸리’는 정부 주관 전통주 경연대회 ‘2024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정 대표는 강릉의 음식과 문화를 소재로 팝업 식당, 캠핑, 동동주 빚기 등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관광콘텐츠 ‘대관령 주막’도 선보이고 있다.

MZ세대가 이끄는 전통주 바람을 타고 수출길에 오르는 전통주도 속속 생기고 있다. 전북 장수군의 오미자로 오미자주를 만드는 배중술 알에프 대표(40)는 “20, 30대를 중심으로 오미자주 판매가 늘더니 지난해에는 미국에 오미자주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전통주#관광 자원#양봉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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