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4주년]
삼성전자, 인도에만 4개 연구소
수원과 실시간 화상회의 소통
‘인디아 키보드’ 등 개발상품 히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CEO. 쟁쟁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진인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도 출신이란 것이다. 명실상부 전 세계 연구개발(R&D)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인도에는 ‘삼성의 두뇌’도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4개 연구소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전 인도 뉴델리에서 약 20km 떨어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위치한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은 모바일 서비스 및 기능 개발에 특화돼 있다. 인공 호수와 분수, 정돈된 화단과 넓은 보행로 사이를 백팩을 멘 2030세대 직원들이 분주히 오갔다. 힌디어 대신 영어로 적힌 간판이 있었다면 실리콘밸리로 착각할 법한 이곳엔 2000여 명의 삼성전자 현지 연구 인력이 근무한다.
KOTRA의 ‘2024 인도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매년 인도공과대학(IIT), 국립공과대학(NIT) 등 유수 공대에서 엔지니어만 150만 명을 배출하고 있다. 또 매년 250만 명의 학생이 컴퓨터, 전기전자, 화학, 기계공학, 금속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날 만난 류경윤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장은 “인도 전국에 있는 23개 국립공대인 IIT 중에서도 10위권에 속하는 톱티어 학생들이 이곳에 입사한다. 인도의 연간 수험생 4000만 명 중 0.04%에 속하는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노이다 연구소는 한국의 경기 수원 연구소와 실시간으로 화상회의를 통해 ‘원팀’으로 움직인다. 인도 현지 제품뿐만 아니라 북미 등 주력 시장에 수출되는 ‘갤럭시 S24’ 등 플래그십 제품들의 핵심 기능을 공동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연구소 외에도 디자인 연구소, TV 제품에 특화된 델리 연구소, 인도 IT 인재들이 밀집한 벵갈루루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벵갈루루 연구소의 경우 삼성전자의 해외 연구소 중 가장 규모가 큰 연구소로 성장하기도 했다.
노이다 연구소와 같은 건물에 있는 디자인 연구소에는 디자인 부문 인도 최상위 대학인 국립디자인학교(NID) 출신 인재 수십 명이 근무 중이었다. 다양한 스마트폰 색상 데모와 시제품들이 선반과 책상마다 늘어서 있고 회의실 벽면에는 아이디어 노트들이 빼곡했다. 창가에 마련된 원탁에는 제품 디자인 시안을 놓고 세 명의 디자이너가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선 복잡한 힌디어 스마트폰 키보드를 자음·모음의 세로형 키보드로 새롭게 개발해 기존 키보드 대비 속도는 20%, 정확도는 30% 높인 ‘인디아 키보드’를 히트시켰다. 박경대 디자인연구소장은 “가로형 냉장고 손잡이, 바퀴 달린 세탁기 등 현지 맞춤형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며 “언어부터 집 구조, 일상 문화까지 고려한 모든 요소가 디자인에 담겨야 인도 현지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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