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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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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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7-29~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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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중간에 마취 깰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의사가 수술할 때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게 마취다. 그런데 마취 상태가 지나치게 깊으면 고령이나 심혈관질환 환자는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마취 상태가 지나치게 얕으면 수술 중 깨어나 환자에게 트라우마 등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파로 환자의 마취 상태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한 기업이 있다. 이번 따뜻한 의료기기 주인공은 그 주인공인 브레인유의 홍승균 대표다. ―브레인유는 어떤 기업인가. “브레인유는 생체 신호 중 뇌파를 기반으로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을 적극 활용한 독자 알고리즘 기술로 뇌파 측정 및 분석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수술 도중에 깨어난 경우 트라우마를 겪는 게 사실인가. “수술 도중에 깨어나는 현상(수술 중 각성)은 드물지만 실제로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전신마취 중 환자가 의식을 회복해 수술 과정을 보거나 의료진의 말을 듣는 식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만 명 이상이 경험한다. 또 마취제는 혈압과 심박수를 변화시키고 이는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고령이거나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는 적절한 마취 계획과 함께 수술 중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각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변화를 어떻게 모니터링할 수 있나. “우리가 개발한 CAI는 수술 중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해 마취 깊이와 상태를 숫자로 보여주는 의료기기다. CAI는 크게 센서, 본체, 애플리케이션(앱)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센서는 이마에 부착해 전두엽의 뇌파를 감지한다. 본체는 뇌파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노이즈를 제거한다. 앱은 뇌파를 분석하고 의식수준의 변화 등 다양한 지표를 보여준다. 의식수준은 0∼100으로 표시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깨어 있는 상태에 가깝다. CAI 기준으로 40∼60이 적당한 마취 상태다. CAI는 마취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해 준다.” ―최근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다. “지난 3월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입주했고, 이후 다양한 해외투자 및 엑셀러레이팅 연계 프로그램과 주변 홍릉강소연구특구 및 인근 병원의 전문가 자문 프로그램 등 덕분에 국내 투자 유치는 물론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 및 인적 네트워크 강화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도 올 하반기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투자자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브레인유의 목표와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2025년까지 제품 및 서비스 출시 로드맵을 정했다. 매년 2, 3개씩 새로운 기능과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람 대상 제품을 동물로 확대하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일상생활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특히 반려동물의 경우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술, 스케일링 등을 받을 때 마취제를 많이 사용한다. 잦은 마취로 70∼75마리당 한 번꼴로 마취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반려동물 전용 마취 모니터링 의료기기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뇌파 측정 및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일상에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려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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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안 교정하려고 백내장 수술? 효과보다 부작용 클 수 있어 주의”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건수는 73만5693건으로 국내 수술 건수 중 1위였다. 2위인 일반 척추수술(2만3902건)의 31배 수준이다. 백내장의 주원인은 ‘노화’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연령의 70%, 70세 이상에선 90%가량이 증상을 경험할 정도로 백내장은 고령층에게 흔한 질병이다. 이에 올바른 백내장 예방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일본 최대 안과병원 후카사쿠안과 후카사쿠 히데하루 원장과 김안과병원 차흥원 각막센터 전문의로부터 자세히 들어봤다. ―백내장 초기 증상이 노안과 유사하다. 어떻게 구분하나.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가 하얗게 변하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근거리와 원거리에 관계없이 시력이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반면 노안은 수정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을 맞추고 명확하게 보는 것이 어려워지는 근거리 시력 저하가 주 증상이다. 노안의 경우 백내장과 달리 원거리 시력은 유지된다.”(차 전문의) ―노안과 백내장 치료법을 알려 달라. “초기 노안은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 등으로 개선되거나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노안이 진행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면 근거리 활동에선 돋보기 착용이 권고된다. 일부에서 노안 개선을 위해 인공수정체 삽입술도 하지만 개선 효과보다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더 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백내장의 경우 초기엔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져 교정시력이 0.5 이하로 떨어지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력 자체가 절대적인 치료법의 선택 기준은 아니란 점이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 직업이나 나이, 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심한 백내장으로 합병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빠른 수술이 권고된다.”(차 전문의) “맞다. 백내장 환자가 시력이 1.0으로 높게 나와도 직업이 파일럿이면 수술을 희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시력이 0.5 이하여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다른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아 수술 시기를 늦추려는 사람도 있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근거리, 중간 거리, 원거리 초점을 모두 맞추는 다초점과 초점 한 곳(일반적으로 원거리)을 맞추는 단초점 인공수정체로 구분한다. 환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후카사쿠 원장) ―한 조사에 따르면 시력 개선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단초점,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단초점과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비용 격차도 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와 중간 거리, 원거리 초점을 모두 맞출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빛을 분산시키는 난도 높은 수술이므로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시력 교정 결과 차이가 많다. 반대로 단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빛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 선택한 초점에 대한 시력 개선 효과가 매우 높고 다초점 대비 선명도가 높다. 다만 환자에 따라 다른 초점에서도 잘 보기 위해서는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후카사쿠 원장) “단초점과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어떤 수술의 효과가 월등하게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나 역시 환자에게 단초점, 다초점 하나만 선택해 권하지 않고 환자의 눈 상태나 생활 습관, 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제시한다. 가령 직업 특성상 야간 운전이나 활동이 많은 환자거나 눈부심에 민감한 환자에게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추천하지 않는다.”(차 전문의) ―노안 교정이라는 명목으로 백내장 수술이 성행하며 사회적 문제도 되고 있다. “고령화와 스마트 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세계적으로 백내장 수술이 계속 늘고 있다. 또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의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노안 교정 목적으로 40, 50대부터 백내장 수술을 섣불리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대한안과학회에서도 일부 병원의 과잉 진료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도 백내장 수술에 앞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을 면밀히 살펴 수술 여부와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차 전문의) “일본에서도 인공수정체 삽입술의 경우 환자마다 느끼는 수술 후 만족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백내장 질환과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후카사쿠 원장) ―백내장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 “백내장 수술 부작용은 교과서에서 한 챕터로 다룰 만큼 다양하다. 그중 미국안과학회에서 언급한 부작용에는 △감염 △출혈 △안구 조직의 손상 △통증 △눈부심 △시력장애 △인공수정체 탈구 등이 있다. 예방을 위해 수술 예상 결과나 부작용, 후유증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이나 질환이 있다면 사전에 의사에게 말해야 한다. 수술 후 의료진의 처방과 주의 사항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차 전문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 후 야간 빛 번짐이나 달무리 현상 등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내장 수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 의사에게 수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정체뿐만 아니라 유리체가 혼탁한 경우도 많아 백내장 수술 외에도 유리체 수술 등 다양한 분야의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수술받기를 권한다.”(후카사쿠 원장) ―백내장 및 안 질환 예방법을 알려 달라. “신체 전반이 건강해야 눈의 노화도 늦추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평소 선글라스나 양산 등을 사용해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고, 눈 피로의 원인이 되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또 스마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중간중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망막의 미세 혈관에 영향을 미치거나 황반 조직에 변성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차 전문의) “40대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40대 이상이라면 1년에 1회 이상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고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이 있다면 3개월에 1번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후카사쿠 원장)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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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글로벌 제약사의 심각해진 ‘코리아 패싱’

    “내년 6월부터는 부작용이 적은 기면증 약 ‘와킥스’를 국내에서 처방받을 수 없어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데….” 최근 서울에서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를 만났는데 그는 2년 전 국내에 출시된 기면증 약의 공급이 내년 6월부터 중단된다고 했다. 국내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제약사가 글로벌 의약품 가격을 맞추기 위해 아예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면증은 비정상적으로 잠이 많아지는 질환으로 충분히 잤음에도 낮에 2, 3개월간 계속 졸리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도 약은 있었지만 신경이 예민하거나 조울증인 환자에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신약은 이 같은 부작용이 없다. 문제는 부작용을 개선한 약임에도 신약 가격이 기존 기면증 약과 비슷하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 약이 가장 저렴하게 팔리는 프랑스에서도 1정에 1만 원 정도인데, 국내에선 2500원가량으로 책정됐다. 중국은 한국 의약품 가격을 참고해 국내 유통 가격을 정하는데,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약사가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다. 최근 낮은 국내 의약품 가격을 이유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출시를 꺼리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마저 공급을 중단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당뇨병 약 ‘포시가’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약은 당뇨병뿐 아니라 심부전이나 만성신장병 치료에도 쓰이면서 지난해 국내에서만 500억 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제약사는 포시가의 국내 유통 가격이 미국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시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유지해 얻는 이득이 한국 시장 포기로 발생하는 손실보다 크다는 판단에서다.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는 의약품 중에는 폐동맥고혈압질환 치료제, 조현병 치료제 등도 있다.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에포프로스테놀은 1995년 외국에 출시됐지만 29년째 가격 문제로 국내 시장에 못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일부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했을 때 아예 한국 시장 출시를 포기하기도 한다. 선진국 3곳 이상에서 출시 허가를 받았고, 해당 국가에서 건강보험 적용 대상임에도 국내에선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혁신 치료제는 알려진 것만 14개나 된다. 이 약들이 치료하는 질병은 다발골수종, 희귀폐암, 폐섬유증, 조기유방암, 전신농포건선, 두경부암, 식도암, 직결장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삼중음성유방암, 유전성혈관부종, 단장증후군 등으로 생명과 직결되거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다. 심지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도 가격 문제로 국내에 선보이지 않는 황당한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됐지만 국내에선 낮은 가격 책정을 이유로 출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의약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익을 내려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만을 위해 ‘특별 할인가’를 설정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급여적정성 재평가, 임상재평가, 사용량-약가연동,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등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지만 글로벌 제약시장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올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혁신성 인정 신약’은 비용 대비 효과가 일정 수준만 넘어도 경제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의 경우 허가, 급여평가, 약가협상 동시 진행 제도를 도입하고 희귀질환 약제 사전심의(승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상이 되는 의약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제약업계에선 국내 의약품 가격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혁신신약 등재 속도가 빨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해법은 정부가 생명과 직결된 약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만들고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외국 제약사도 사회적 지원 등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내 환자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내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에서 신약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이 같은 노력이 꼭 필요하다. 재정을 중심에 둔 현재와 같은 의약품 가격 관리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리아 패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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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치기 쉬운 여름… 50세 이상-면역저하자 ‘대상포진 주의보’

    대상포진은 폭우와 장마, 폭염이 연이어 찾아오는 여름철에 발병률이 높다. 여름철 무더위로 체력 저하와 피로 누적이 계속되면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 쉽고 노출이 많아지면서 피부가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 약 5명 중 1명은 7, 8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윤영경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대상포진의 위험성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 높일 수 있어 대상포진은 신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어렸을 때 체내에 침투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을 억제하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면역 저하 질환자의 발병 위험이 높다. 윤 교수는 “국내 50세 이상 성인의 98%는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나이와 면역 관련 질환, 심혈관질환, 신경계 질환 등은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특히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염증 반응이 악화돼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예방에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4%는 50대 이상이다. 또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릴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는 당뇨병·고혈압이 없는 환자 대비 각각 53%, 52% 증가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대상포진 발병 시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해당 질환 비보유자 대비 2.9배 높았다. 심근경색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린 경우 30일 이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이 심근경색 과거력이 없는 환자 대비 121.8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발진 72시간 내 치료 및 예방해야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일 또는 수 주 내에 편측성, 수포성 발진이 발생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 전기 감전 같은 통증, 찌르는 듯하거나 덴 듯한 느낌, 쇼크와 같은 통증 등 심한 통증도 동반된다. 발진으로 인한 통증 후에도 수 주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부터 안면 흉터, 시력 상실, 신경마비, 뇌수막염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통증은 산통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대상포진 치료는 발진 발생 72시간이 지난 후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가능한 빨리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면역 저하자는 대상포진 중증도 및 합병증의 위험이 심각할 뿐 아니라 재발률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 섭취, 정신적 안정과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는 △고령이면서 혈액암, 고형암, 장기 이식,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악성 질환을 가진 환자 △면역억제제를 많이 복용하는 환자 △젊은 면역 저하자와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 △건강한 만 50세 이상 고령자 등의 순이다. 윤 교수는 “고령자와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 발병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되는 이들은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라도 대상포진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선진국에선 재조합 백신 우선 권고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제조 방법에 따라 약독화 생백신과 사백신(재조합 백신)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생백신은 접종 후 대상포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상포진 발병 시 중증도 및 후유증 가능성이 높은 암환자, 고형 장기 이식 환자, 혈액암 환자 등 면역 저하자 대상 접종이 불가하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는 만 50세 이상 성인(97.2%)뿐 아니라 당뇨병 (91.2%), 고혈압(91.9%), 이상지질혈증(91.2%) 및 관상동맥(심장) 질환(97.0%)을 가진 환자로부터 높은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또 10년 경과 시점까지 89.0%의 예방 지속성을 보였다. 생백신 접종이 어려운 면역 저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 윤 교수는 “생백신은 장기 예방 효과와 접종 대상에 한계가 있다.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 보건 당국도 고령층 및 면역 저하자의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재조합 백신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국내에선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선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NIP를 통해 면역 저하자 대상포진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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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몽골 아이들 치료로 한-몽 의료 교류에 큰 모멘텀 되길

    “꼭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저녁식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몽골에서 여러분들이 해 주신 수술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 식당에서 특별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한 몽골인 부부가 경기도의약단체협의회 의료봉사단 102명을 초대한 것이다. 이 부부는 몽골인 한 달 평균 월급(50만∼100만 원)보다 많은 금액을 이날 식사비로 지출했다. 그 이유는 부부의 아들인 락바바토르 군(5)이 지난해 경기도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화상 입은 손을 한국에서 수술받고 완전히 회복했기 때문이다. 락바바토르 군은 생후 10개월 때 가열된 커피포트에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손가락을 못 펴고 살았는데 지난해 7월 현지를 찾은 경기도 의료봉사단 소속 성형외과 전문의가 손가락 상태를 보고 치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현지에서는 수술 장비가 부족해 치료가 어려웠다. 결국 의료봉사단은 지난해 10월 락바바토르 군을 국내에 초청했고 경기도의사회와 성빈센트병원의 지원을 받아 3주 동안 수술 및 치료를 받았다. 수술비만 약 2500만 원이 소요됐는데 가톨릭 수녀회에서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거둬 1000만 원 정도를 모았다고 한다. 락바바토르 군의 치료 의지도 강했다. 국내에서 수술 및 치료를 받을 때 가족처럼 돌봤던 성빈센트병원 최영해 약사는 “아이가 ‘말을 탈 때 고삐를 꼭 잡고 타는 게 평생 소원’이라고 했다”며 “의사에게도 ‘수술할 때 피가 나도 좋으니 꼭 고쳐 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히려 낯선 한국에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도 했다. 몽골에서 만난 락바바토르 군은 의료봉사단원들에게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모두 사랑합니다. 저도 꼭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미담은 몽골에서도 알려져 경기도 의료봉사단이 지난달 23일 몽골에 도착했을 때 현지 언론에 소개 되기도 했다. 경기도 의료봉사단 102명은 지난달 23일부터 5일 동안 울란바토로 외곽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했다. 이번 의료봉사에서도 목에 심한 화상을 입고 고개를 펼 수 없었던 10세 소년, 오른쪽 귓바퀴가 거의 없는 소이증을 가진 16세 소녀 등 치료를 받아야 할 몽골 어린이 12명을 발굴했다. 이들 중 3명 정도는 한국에서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큰 화상을 입어 목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던 뭉트바야르 군(10)은 매일 학교에서 놀림을 받다 우울증까지 걸렸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에 통역자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이라면 피부를 늘리는 수술을 받고 쉽게 좋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현지 여건상 그렇게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지난달 27일까지 경기도 의료봉사단은 45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의료봉사단은 8억 원어치 이상의 의약품을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를 통해 후원받아 활용했다. 또 다수의 필수영양제와 이동식 초음파 기기 4대, 간이 치과 치료대 5대도 가져갔다. 현지에선 400건 이상의 치과 치료, 600여 건의 한방 치료, 100여 건의 수술이 진행됐다. 현지 종합병원인 성기노하란병원에는 자궁 질환 관련 새 수술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성영모 경기도 의료봉사단장은 “의료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락바바토르 군이 더 많이 나오고 의술을 통해 양국 관계가 더 깊어지길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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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어디서든 119처럼 전화하면 닥터헬기 올까?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상공에는 닥터헬기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광장에 모인 ‘2024 서울 헬스쇼’ 참석자들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자 사회자는 마이크로 “지금 들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신호”라고 외쳤다. 서울광장 상공은 원래 비행금지 구역이지만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든 출동해야 한다는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날 특별 허가를 받아 비행한 것이다. 서울광장 상공에 닥터헬기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0월에도 동아일보와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광장과 덕수궁 상공에 닥터헬기 등 응급의료헬기 4대가 비행했다. 지난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2023 서울 헬스쇼’ 때도 닥터헬기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캠페인과 행사 등의 영향으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닥터헬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닥터헬기의 오해와 진실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구성했다.Q. 닥터헬기는 119처럼 신고만 하면 이용할 수 있나.“아니다. 닥터헬기는 일반 국민들이 바로 요청할 수 없다. 뜨고 내리는 비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중증 응급환자를 먼저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 119에 신고하면 출동한 119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평가하게 된다. 이때 닥터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방상황실을 통해 닥터헬기를 요청한다.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할 때 병원 의료진이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 닥터헬기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다만 요청을 받았다고 반드시 출동하는 건 아니다. 닥터헬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한 번 더 체크한 후 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최종 판단할 때 닥터헬기가 출동하게 된다.”Q. 닥터헬기 탑승 시 환자가 비용을 내야 하나.“아니다. 탑승 비용은 무료다. 간혹 응급 상황임에도 비용이 발생할까 봐 탑승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는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출동하는 경우 탑승 전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한다. 닥터헬기 운영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닥터헬기로 응급환자를 더 살릴 수 있다면 비용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취지다.”Q. 닥터헬기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나.“아니다. 안타깝게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제한돼 있다. 닥터헬기는 운항 범위를 기준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 배치 지역을 정하는데 강원, 경기, 경북, 인천, 전남, 전북, 제주, 충남 등 8곳에 배치돼 운영 중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시도를 넘나들면서 운항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지역에서 이용하기에는 닥터헬기 수가 많이 부족하다. 닥터헬기를 오래전부터 운영하는 미국은 900대 이상, 독일은 100대가량 운항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50대가 넘는다. 정부는 현재 8대인 닥터헬기를 2027년까지 12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닥터헬기가 없는 경남과 충북,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은 강원과 경기 등의 지역에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Q. 닥터헬기로 이송되는 환자는 100% 중환자들인가.“아니다. 물론 닥터헬기는 3대 중증 응급질환인 중증외상, 뇌졸중, 심근경색 환자를 주 대상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른바 ‘골든타임’이 중요한 촌각을 다투는 질환들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사망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닥터헬기는 현장에서부터 처치와 이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날아다니는 응급실’ 역할을 한다. 2023년까지 닥터헬기로 이송한 전체 환자의 54.2%가 3대 중증 응급환자들이었다. 다만 섬이나 산간 지역이 많은 의료 취약지역 특성상 3대 중증 응급질환이 아니더라도 닥터헬기로 이송이 필요한 응급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이송하고 있다.”Q. 닥터헬기는 날씨와 상관없이 운항할 수 있나. “아니다. 이는 가장 오해가 많은 대목이기도 하다. 닥터헬기는 기체 특성상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직접 확인하며 비행해야 하는 ‘시계비행규칙(VFR)’을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름이 많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출동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 같은 장마철에는 아무래도 출동을 못 하는 날이 많아진다. 같은 이유로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운항한다. 이 때문에 해가 긴 여름철과 해가 짧은 겨울철은 운항 시간에 차이가 있다. 닥터헬기는 헬기 조종사와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이는 이것이 곧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Q. 닥터헬기 운항 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민원이 많다.“헬기는 이착륙할 때 소음이 크게 발생한다. 그런데 이착륙장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우도 많다 보니 소음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닥터헬기 계류장 이전이 소음 문제로 원활하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닥터헬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소음을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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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투건강―슬기로운 의료이용]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 대상 맞는지 확인해 선택을”

    ‘장수라는 축복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불리는 무릎관절염은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관절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20만1368명에 달한다. 10년 전 241만1308명보다 약 30% 늘었다. 환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60%에 달한다. 무릎관절염 치료에는 항염 작용을 하고 통증 경감에 효과가 있는 ‘뼈 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나 관절에 내시경을 삽입하는 시술이 많이 활용됐다. 그런데 최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에 연골 재생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술이 급증하고 있다. 김진구 명지병원 원장을 만나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효과와 유의 사항, 무릎관절염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50세 이상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효과 떨어져”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승인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정확한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다. 환자의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한 뒤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농축해 다시 무릎에 주사하며 염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히알루론산 주사와 비교할 때 유사한 수준의 통증 완화, 관절기능 개선 효과 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했다는 건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효과를 입증하기엔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다 많은 의학적 근거를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고지한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의 치료 대상은 무릎관절염의 중간 단계다. 의학적으로는 △X선 검사상 관절 간격이 정상에 비해 명확하게 좁아졌거나 골관절염 등급(KL 2∼3등급)에 해당하는 경우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관절경 검사를 통해 연골의 50% 이상 손상이 확인된 경우 △국제연골재생협회(ICRS) 등급 기준으로는 3, 4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다. 김 원장은 “등급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50세 이상 환자의 자가골수 농축액은 세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오다리가 심해도 주입한 줄기세포가 금세 손상돼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복지부 신의료기술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제의 효과는 단순히 골수에서 채취한 농축액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스템 사용으로 한정한 것”이라며 “스마트엠셀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분리·농축한 골수 흡인 농축액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므로 해당 시스템으로 시술이 됐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실손보험 적용 여부 꼼꼼히 살펴야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라는 명칭 때문에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주입하면 새로운 연골을 생성하고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에서 채취한 골수에 포함된 줄기세포는 전체의 약 7%에 불과하며 농축하더라도 아직 연골로 생성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줄기세포의 연골 재생 효과를 강조해 논란이 됐는데 복지부는 신의료기술 승인 자료에서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개정안에선 ‘농축된 골수 흡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의 관절 상태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 환자가 수술이 무서워 주사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했으나 엑스레이 검사 결과 무릎관절염 말기인 KL 4등급으로 확인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기도 했다. 어깨에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환자의 경우 해당 신의료기술이 ‘무릎 치료’에만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못 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병원들에 치료 전 실손보험 대상이 확실한지 서류 발급 등을 통해 사전 확인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자가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MRI나 체중 부하 엑스레이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내 몸 상태 고려한 운동 방법 선택해야 무릎관절 손상의 주원인은 노화다. 하체 근력이 부족한데 상체가 비만이거나 양반다리 자세 같은 습관도 장기간 지속되면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김 원장은 “중장년층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많이 꼽고 있으나 관절 주변의 근력 강화에는 걷기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평형운동, 고유 운동, 감각 회복 운동, 스트레칭 등 다양한 운동을 고루 해야 관절 건강과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릎관절 통증이 계속되고 근력이 약해진 경우라면 중강도 또는 저강도 운동 중 대여섯 가지를 적절하게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무릎관절에 부담되지 않도록 8000보 걷기를 한 뒤 스쾃 100회, 계단 20층 오르기, 실내자전거 20분 타기 등을 고루 하고 중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운동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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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증-알레르기 적은 점착제 적용해 손쉽게 부착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장루 주머니는 복부에 인공항문을 만들어 대변과 가스를 나오게 해 주는 장치다. 환자들이 대장암 등으로 장기를 일부 절제하거나 외상 피해를 당했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장루 주머니를 단단하게 붙이면 냄새는 덜 나지만 뗄 때 아프고 느슨하게 붙이면 뗄 때 덜 아프지만 냄새가 난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개발돼 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자 친화적인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김성환 네오스헬스케어 대표(사진)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장루 주머니에 대해 알려달라. “대장암, 직장암, 만성대장염 등 장질환을 이유로 장의 일부를 절제할 수 있다. 장기가 짧아 옆구리 쪽으로 인공항문을 만드는데 인공항문은 괄약근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 변이 나올 수 있다. 그 변을 담아 두는 게 바로 장루 주머니다. 대부분 하루 이틀에 한 번 내용물을 버린다. 장루 주머니는 동일 부위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부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접착제를 ‘점착제’라고 부른다. 기존 장루 주머니에 사용되는 점착제의 경우 부착 부위에 심한 발진이 생기고 심하면 피부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은 심각했다.” ―직접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의 장점이 뭔가. “누수와 누취를 고려하면 접착력이 높아야 하는데 접착력이 높으면 환자의 통증과 발진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접착력을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네오스헬스케어가 개발한 저온 감응형 점착제는 일상적 피부 온도인 29∼34도에서 가장 높은 접착력이 유지된다. 장루 주머니를 떼려면 해당 부위에 2, 3분 정도 아이스팩을 대고 온도를 내리면 접착력이 60% 이상 줄어든다. 통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신개념 기능성 점착제이다.” ―장루 주머니를 개발한 계기가 있나. “화학 원료 및 접착제 관련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했다. 그런데 약 15년 전 고객과 상담을 하다 장루 주머니에 대한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됐다. 이런 용도에 맞는 기능성 점착제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공호성, 한흥구 박사와 공동 연구를 했고 2021년 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네오스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창업 후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울바이오허브와 홍릉강소특구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난관을 극복했다. ―국내 장루 환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충분한가. “사실 장루 환자를 위한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도 장루 주머니를 교체할 만한 마땅한 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일상적 사회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한 장루 주머니는 언제 상용화되나. “현재 저온 감응형 점착제를 활용한 장루 주머니를 사용해 샘플을 제작하는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는 내년 초 가능할 전망이다. 영국 등 유럽에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건가. “온도를 낮추면 접착력이 떨어지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장루 주머니뿐 아니라 수술 상처 보호용 테이프, 외상 보호용 테이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의 다이싱 테이프, 웨이퍼 백그라인딩 테이프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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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없이 초음파로 간경화 치료법 개발”

    국내 연구진이 수술 없이 초음파를 이용한 간경화 치료법을 개발했다. 고려대 의대 핵의학과 박기수 교수와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박기주 교수 공동 연구진은 11일 “집속초음파 기술을 이용해 간경화 조직을 수술 없이 파괴하고 주변 간 조직을 재생시켜 치료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됐다. 간경화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간 조직이 굳고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현재 간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연구진은 집속초음파 기반 생체조직 파쇄 기술인 ‘히스토트립시’로 섬유화된 간경화 조직만을 파쇄하면 주변의 정상 간 세포가 증식·재생해 간 기능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90일간 동물실험을 통해 추적 관찰했다. 히스토트립시 처리를 한 간 조직은 그러지 않은 조직에 비해 간경화증 정도가 현저히 줄었고, 간 기능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박기주 교수는 “히스토트립시가 간경화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학계 최초로 밝혀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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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의대 증원, 결국 지방병원 붕괴로 이어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어렵게 시작했는데 적자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 병원 정상 운영을 못 하는 지경이 됐다. 당장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과 운영 정도의 축소 진료가 불가피하다.”(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후 대형병원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국립대병원까지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가 집결된 세종시에 있는 세종충남대병원은 2020년 개원했는데 지난해 620억 원 적자를 냈고, 올해도 5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는 본원인 충남대병원에서 적자를 메워줬지만 올해는 의료공백 사태로 본원까지 적자가 심해 지원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이에 병원 측은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병원 경영을 잘못한 탓”이란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지자체에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한 금액은 1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지금보다 더 진료 축소를 해야 할 판”이라며 “여기에 응급실 의사들의 연봉 인상 요구까지 겹쳐 응급실 야간운영도 일주일에 5일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근 특히 지방에서 의료공백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단행한 의대 증원이 오히려 지방병원을 한계로 몰아가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부산대병원, 충북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등에서 의대 교수들이 연달아 사직서를 내면서 지방 종합병원에선 전문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도 지방 대형병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에 보낸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 안내 공문에서 전공의 사직 날짜에 대해 ‘병원과 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사직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이 원하는 대로 2월 사직이 인정되면 전공의들은 6월까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에 소송을 걸 수 있다. 반면 6월 사직이 인정되면 2월부터는 무단이탈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반대로 병원이나 정부가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법적 논란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는 못 찾았다고 한다. 사직 이후도 문제다. 복직하는 전공의는 소수에 불과할텐데 9월에 추가 모집을 할 경우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에 있는 5대 대형병원 본원이나 분원에 대거 지원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병원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 올 11월 진행되는 전국의대평가인증도 난관이 예상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인증을 못 받은 의대는 단계적으로 정원 감축, 모집 정지, 졸업생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서남대가 의평원 인증을 못 받아 2018년에 폐교된 바 있다. 올해 의대 중에선 8곳이 평가인증 대상이다. 이때 인증을 못 받으면 2026년 재평가를 하는데 이때도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의대생들은 국시를 볼 자격을 잃게 된다. 지방 대학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의대 수련병원 인력 수급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의평원은 국제 평가인증 기준에 준해 각 의대를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을 임의로 낮출 수도 없다. 최근 교육부가 의평원 인증에 개입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허윤정 분당서울대병원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교수는 “의평원은 정부가 개입해 관리하는 기구가 아니라 전문적 영역에서 관리 운영하는 독립기구인데 교육부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대형병원의 위기는 한 병원의 위기가 아니라 의료공백에서 파생된 다양한 부작용이 집결돼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재난 수준에 대응하는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의 틀 안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니 이제 발생 가능한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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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발 잦은 다발골수종… 신약 나와도 보험 적용은 산 넘어 산”[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최근 대한암학회가 암 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암 주간이 진행됐다. 이번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암 주간을 맞아 다발골수종에 걸렸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 환자를 만났다.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잘 몰랐던 중증 희귀 난치 질환에 대해 알리고 치료 및 극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공유하는 코너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주로 고령자에게 나타나며 현재도 완치가 어렵고 재발도 잘되는 질환이다. 다발골수종은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혈액암으로 변해 주로 골수에서 증식한다. 이 때문에 건강한 항체 대신 비정상 항체(M-단백)를 분비한다. 비정상 항체는 뼈에 침범해 녹이고 잘 부러지게 하거나 골수에 들어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각종 혈구 수치를 감소시켜 감염, 빈혈,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 대한혈액학회 산하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혈액암 중 림프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며 “혈액 내 이상 단백이 증가해 심장이나 신장이 손상되고 어려움을 겪는 혈액암 중 하나”라고 말했다.다발골수종환자 모여 치료 경험-정보 공유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고 있는 김종대 씨와 사진작가 이연실 씨는 2023년 봄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은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치료 경험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고 있다. 이 씨는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을 보냈고 9년에 걸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다발골수종이 네 번째 재발해 임상에 참여 중이다. 첫 시작은 2016년 폐렴을 앓고 입원했다가 혈색소 수치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였다. 이후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아 유명 안과들을 방문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시신경이 부어 스테로이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지만 눈은 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척수검사, 골수검사 등 수차례 정밀 검사를 통해 다발골수종 전 단계인 엠거스(혈액 내 M-단백이 증가한 상태)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을 때 M-단백 수치가 높게 검출돼 4개월 동안 암 치료를 받고 자가조혈모이식을 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재발하는 등 이후 치료와 재발이 반복됐다. 다행히 임상 약이 잘 반응해 현재는 암이 관찰되지 않는 관해 상태로 4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있다.허리통증 악화되더니 다발골수종 진단 김 씨는 2000년 테니스를 하고 허리통증을 느껴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당시 X-레이 촬영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1년 반 동안 그대로 지냈다. 그런데 허리통증이 점점 악화되는 걸 느끼고 동네병원에서 다시 X-레이를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빨리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다발골수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평소 운동을 즐겼고 당시 3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라서 다발골수종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평균 기대수명이 3년 미만이라고 나와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둘째는 유치원도 다니기 전이었다. 김 씨는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투병 의지를 다졌고 현재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다. 그는 한국다발골수종환자연합회 카페를 이끌며 같은 다발골수종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격려하고 있다.보험 적용 더뎌 신약 사용 못해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무엇보다 치료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잦고 재발 때마다 주기가 짧아진다. 따라서 초기에 좋은 신약을 사용해 주기를 최대한 늘리고 싶지만 국내에선 신약이 보험에 적용되는 속도가 늦어 신약을 복용하기 쉽지 않다. 신약 존재 자체가 환자들에게는 희망 고문처럼 느껴질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교수는 “최근 다발골수종에서 이중항체, CAR-T 등 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머지않아 표준 치료로 도입될 수 있다”며 “치료를 열심히 받고 골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몸 상태를 잘 유지하면 설사 치료에 실패했더라도 향후 더 좋은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첫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앞으로 신약이 계속 개발돼 생존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현재 임상에 참여 중이거나 재발 환자들을 위한 신약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약에도 빨리 보험을 적용해 재발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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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힘줘도 무소식?… 제때 먹고 운동 즐기고, 필요하면 변비약 도움을

    변이 굳어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변비는 많은 이가 남몰래 겪고 있는 고충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변비 해소를 위한 민간요법과 특효약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만성변비 환자라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변비 탈출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유경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만병변비 해결책을 자세히 알아봤다. 먼저 적어도 3개월 이상 주 3회 미만으로 변을 보거나 단단한 변을 본다면 만성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변비는 대변 형태에 따라 1∼7형으로 분류하는 ‘브리스톨 대변 척도’로 판단할 수 있는데 1, 2형이 변비다. 대변 횟수나 형태뿐 아니라 배변할 때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잔변감이 있을 때도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변비 중에는 만성 기능성 변비 외에 이차성 변비도 있다. 이차성 변비란 대장암, 파킨슨병, 치매, 갑상선 기능저하 등 다른 질환을 앓아 발생하는 변비다. 최근 갑자기 변비가 발생했거나 혈변, 흑색변,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만성변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적절한 식사와 수분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 대표적인 변비 유발 요인은 식사량과 수분 섭취 부족이다. 특히 노년기에 식사량과 수분 섭취가 줄어 변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가장 먼저 식사를 거르지 않고 적절한 양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게 변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과일, 채소, 잡곡 등을 통해 섬유소를 수분과 함께 충분히 흡수하는 게 좋다. 이런 습관이 대변의 양을 늘리고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이다. 현대인 상당수가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데 몸을 움직이지 않는 습관은 변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걷기, 조깅, 달리기, 수영, 줄넘기 등 유산소 및 전신운동을 하루 30분가량 주 3, 4회 이상 하면 좋다. 천천히 걷는 것보다 땀이 나고 숨이 가쁠 정도의 중증도 강도 이상의 운동이 특히 도움이 된다. 운동은 만성질환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약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변비약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해 장기 투약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변비약의 내성과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일부러 약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변비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약제의 도움을 받아 변비를 개선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장내 유익한 균을 증가시켜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중에 관련 제품이 다양한 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되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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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의 방사선 치료로 암 완치 도전”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단 1회 방사선으로 암 완치에 도전한다.” 암을 없애는 방사선 치료는 지금까지 대부분 수십 차례 받아야 했다. 하지만 다원메닥스는 단 1회 방사선 조사만으로 암 치료를 끝내는 새로운 방사선 치료 방식인 중성자 치료기기를 개발했다. 기존의 입자 방사선과 원리가 다른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 한 번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정말 올까. 송도 BNCT센터에서 다원메닥스 유무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원메닥스가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 달라. “다원메닥스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즉 BN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2015년 9월 설립됐다. 대당 1억 원 넘는 고가 의료장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가속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7년에 걸쳐 대형 입자방사선 의료기기 국산화 및 개발을 끝냈다. 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도 지정을 받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임상시험용 BNCT 의원을 개원해 BNCT 임상을 진행 중이다.”―어떻게 단 한 번의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나. “항암 치료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치료다. BNCT는 방사선치료의 일종으로 의약품을 융합해 암을 치료하는 입자 방사선치료이다. 아미노산과 결합한 붕소의약품(BPA)을 환자에게 주입하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붕소가 흡수되는데 이때 해당 암세포에 중성자를 조사하면 암세포 내 붕소가 중성자를 포획해 핵반응(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그때 발생하는 방사선 에너지로 암세포의 DNA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 번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붕소의약품 또는 중성자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고 암세포 내에서 붕소와 중성자의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융합 방식 치료라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라고 부르고 있다. 방사선 단독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중성자 치료만의 특장점은 뭔가. “기존 방사선치료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방사선 에너지를 환자 외부에서 전달하는 원리다. 이는 암세포 외에 바로 붙어 있는 정상세포에도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BNCT는 암세포 내부에서 반응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외부 조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며 치료가 가능하다. 또 의약품이 흡수되는 세포 단위 치료가 가능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성 암이나 분산암 치료도 가능하다.” ―안정성과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BNCT는 불확실성이 높은 신약 개발과는 다르다. 일본에서 2020년 품목 허가가 완료된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상용화 치료 기술이다. 일본 임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 21명 대상 BNCT 임상에서 1년 생존율이 94.7%, 1년 무진행 생존율이 70.6%를 보이며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알려달라. “향후 BNCT 시장의 성장 속도는 폭발적일 것이다. 2026년 재발성 두경부암과 교모세포종(뇌종양)에 대한 허가를 받을 예정이며 신의료기술평가 후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도입·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이후엔 재발성 뇌수막종, 유방암 등 기존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적응증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BNCT 시스템이 방사선 치료가 가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완화시킨 만큼 빠르게 발전해 다양한 암질환에서 기존 치료 방법에 우선해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 사업의 적극적 확장을 위해 코스닥 상장도 진행 중이다. BNCT의 임상 데이터 및 치료 데이터들이 누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는 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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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유방암 치료제 개발 진전… 국내 제약사 ‘병용요법’ 주목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가 최근 성황리에 끝났다. 매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SCO는 전 세계 항암 전문가가 3만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암종의 최신 치료와 약제, 그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번 ASCO에선 폐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한 성과들이 선보였다. 이번 ASCO에서 연장된 생존율과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주목받은 약제와 키워드를 살펴봤다.》국산 폐암 신약 주목 최근 의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학회에서 주 연구자나 발표자로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높아진 국내 기술력과 국산 치료제의 등장이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대표적이다. 렉라자는 폐암의 일종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3세대 표적치료제다. 그동안 1차 치료제로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며 세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ASCO에선 렉라자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사용된 총 5개의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폐암의 중복 변이와 간 전이 등의 환자 대상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리브리반트를 정맥주사제가 아닌 피하주사제 형태로 변경해도 치료 효과에서 차이가 없고 치료 예후는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르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렉라자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꺼지지 않는 ADC 열풍… 글로벌 제약사 임상 각축전 최근 항암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발표가 줄을 이었다. ADC란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폭탄 역할을 하는 기존 세포독성약물(항암화학요법)을 연결한 치료제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약물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공격하는 바람에 탈모, 소화불량, 구토 등의 많은 항암 부작용을 나타냈다. 하지만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의 도움으로 항암제가 이제 ‘항암 유도미사일’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치산쿄가 개발한 엔허투의 경우 유방암 치료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새로운 항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지놈앤컴퍼니, 리가켐바이오 등 바이오 벤처회사에서 이런 항체 개발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속에서 ADC 시장은 2028년까지 300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SCO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Trop-2 단백질을 타기팅하는 최초의 ADC ‘트로델비’과 관련해 유방암, 폐암, 요로상피암 등의 분야에서 13개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50개국 이상에서 처방되는 약제로 국내에선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번 ASCO에선 유방암, 방광암에서 트로델리 치료 시 메스꺼움, 설사, 호중구 감소증 등이 나타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중구 감소증과 설사 증상은 면역요법과 지사제를 사용해 예방 및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차세대 Trop-2 타깃 ADC를 노리고 있는 치료제들의 임상 성과도 공개됐다. MSD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세포독성항암제 대비 암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을 2, 3개월 연장하는 성과를 보였다.다발골수종서 기존 치료 넘는 치료 효과도 확인 이번 ASCO에선 폐암, 유방암에 이어 혈액암의 임상 데이터도 다수 발표됐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GSK의 ADC 치료제 블렌렙이 혈액암 중에서도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사망 위험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 중간 분석에서 블렌렙을 포함한 3제 요법은 기존 다발성 골수종 치료법보다 질병이 더 진행되거나 사망할 확률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유의미한 치료 결과를 보였다. 해당 치료제는 미국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았으나 부작용 등을 이유로 허가가 취소됐던 약제다. 학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이번 ASCO 2024는 다양한 암 치료제 연구 성과가 발표되며 암 치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표적치료제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ADC와 이중항체 및 CAR-T 등 다양한 치료제가 새로운 종양 유형에 적용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개발로 암을 극복하는 날이 오길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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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의료가 살려면 환자의 병원이용도 바뀌어야

    올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계가 4개월째 요동치고 있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선 4년 만에 약 1만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의 의사들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대부분 병원이나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4개월 동안 대신하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그래도 언젠가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면서 교수 사이에선 ‘더 이상은 참고 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지금까지 큰 의료공백이 없었던 것은 정부가 노력한 결과라기보다 50, 60대 의대 교수들이 밤낮으로 병원을 지킨 결과다. 그런 의대 교수들을 정부는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정부에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부는 ‘철회’는 할 수 있어도 ‘취소’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사태 수습이 어려워졌다. 상당수 의대 교수들은 “열심히 의료공백을 메웠는데 범죄자 취급까지 하니 자존심이 뭉개졌다. 더 이상 일하기도 지쳤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은 오랜 기간 의료계의 문제점이 누적된 결과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필수의료 분야가 3D 업종으로 여겨지며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문제는 수년 동안 지속돼 왔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이 이런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이었다. 이미 의료계 곳곳에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가 문제다. 의료 수가의 왜곡은 진료의 왜곡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들이 보험이 적용되는 내시경 수술보다 치료 결과는 비슷하지만 5배 이상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비보험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양성자 치료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5배나 더 비싼 중입자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구조에선 이런 비보험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국민들의 의료비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 국민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비싼 비보험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상당수 환자가 실손보험 가입 환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의료계에선 결국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으로 현재의 저수가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어느 정부도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방식의 의료개혁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인해 의료계의 치부가 모두 드러난 만큼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 됐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이 필요하다고 용기 있게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된 게 있다. 대학병원급 응급실은 정말 중증인 환자들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주변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대신 정부는 대학병원에 응급환자 회송료를 지급하고 있다. 경증 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이 단순 약 처방을 위해 대학병원에 외래 진료를 신청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늘리거나, 환자 회송료를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 불편하지만 중증 환자만 대학병원을 이용해 달라는 캠페인도 필요할 것이다. 또 한국은 대학병원 닥터 쇼핑이 가능한 나라다. 한 곳에서 진단을 받으면 서너 곳을 더 찾아서 추가 진단 및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닥터 쇼핑은 결국 의료비 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에 가급적 이를 줄이는 의료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치의 제도, 환자의 의료 선택 자유 제한, 의료 전달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정부가 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연간 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으면 진료비의 90%를 환자가 부담하게 한 것도 환자들의 과잉진료 탓에 건강보험 재정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환자들이 덜 편해야 의료계가 살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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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 넘어도 치아교정 가능” 중장년층 치료 늘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치아 교정이 가능한가요?” 최근 대학병원을 찾은 직장인 여성 최모 씨(45). 20대에는 약간 틀어진 앞니가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이가 들고 앞니가 더 틀어지면서 말할 때 입을 가리거나 식사 자리를 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최 씨는 “속상한 마음에 여러 치과를 방문해 상담했는데 잇몸도 안 좋고 나이도 있으니 치아 교정까지 받는 건 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교정술이 발달하며 중년도 치아 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 연세대 이기준 치과대학장과 치대병원 교정과 최재훈 교수를 만나 중년 치아 교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치아 교정을 원하는 중년이 얼마나 늘고 있나. “제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치아 교정 진단을 받은 50대 이상이 2019년 105명에서 2023년 201명으로 두 배가량이 됐다. 교정 치료에 대해 문의하는 중년도 체감상 많이 늘고 있다. 다른 교정과 교수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였다.”(최 교수) ―중년이 교정 치료를 받을 때 장점이 뭔가. “가지런한 치열을 얻을 수 있어 자신있게 웃을 수 있고 더 젊어 보인다. 또 중년이 되면 치아가 틀어져 있어 양치질을 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치아 사이에 번번이 음식물이 끼면서 잇몸도 나빠진다. 교정을 통해 가지런한 치열을 만들면 칫솔질을 더 쉽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 장단기적으로 잇몸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다.”(이 학장) ―나이 때문에 치아 교정 치료가 가능할까 걱정도 있다. “나이 때문에 치아 교정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보통 ‘풍치’라고 부르는 잇몸병을 갖고 있거나 골다공증, 당뇨병 등의 약을 복용하는 사례는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당장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치조골이 무너지는 치주 질환이 있다면 적절히 치료한 후 잇몸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할 때 교정 치료가 가능하다. 골다공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 약이 치아 이동을 느리게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영향을 적게 주는 약으로 변경한 후 치아 교정을 할 수 있다. 당뇨병 약을 복용해도 약으로 적절히 조절하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치아 교정이 가능하다.”(이 학장) ―오랫동안 치아 교정기를 달아야 하나. “보통 2년 정도 교정기를 달아야 하지만 발치를 하지 않았다면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일 수 있다. 중장년이 선호하는 치아 교정 장치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입안이 편안한 것이다. 치아 뒷면에 붙이는 장치나 밖으로 붙이더라도 매우 작은 사이즈로 둥글게 줄여서 이물감을 확 줄인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입안에서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투명 재질의 얇은 마우스피스 같은 투명교정기도 있다. 식사할 때 뺄 수 있어 불편이 많이 줄어든다.”(최 교수) ―치아 교정을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나. “당뇨병 고혈압 류머티즘 질환 등이 있다면 먼저 해당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이런 질환은 잇몸뼈를 쉽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피가 나고 붓거나 염증으로 흔들리는 치아가 있는 진행성 잇몸 질환은 먼저 잇몸 치료를 받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발치해 입매를 고치는 경우 투명교정기 등 편안한 장치보다 기존의 정교한 장치로 교정 치료를 받아야 한다.”(최 교수) ―치아 교정 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보기 좋게 배열된 치아는 관리하기 좋고 씹는 힘의 배분도 좋아지기 때문에 훨씬 편안하다. 그러나 아무리 보기 좋아도 칫솔질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잇몸이 나빠진다. 아울러 꾸준하게 정기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이 학장)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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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블록으로 자폐증 증상 개선 돕는다”[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스마트블록을 이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창업을 통해 자폐증 증상을 개선하는 놀이기구를 개발한 크리모의 이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크리모는 KIST 기술 출자 회사로 영유아 두뇌 발달과 신체 및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한 교구 및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을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이 대표를 만나 스마트블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어떤 증상인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렵고 반복 행동 및 소화기계 증상까지 다양한 양상을 동반하는 복합 질환이다. 중증도에 따라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상황부터 혼자서는 일상생활도 불가능한 경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편이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자폐스텍트럼장애를 갖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은 과거 0.1% 안팎이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2.64%로 증가했다. 발병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사회적 뇌의 구조 및 기능 발달 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블록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뭔가. “처음엔 자폐증과 상관없이 기존 완구와 전혀 다른 접근으로 영유아의 창의력, 논리력 향상을 위한 블록을 제작해 보자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개발 단계에서 우연찮게 교육하시는 분들이 이 블록이 자폐 아동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2019년 처음으로 만든 스마트블록을 가져가서 자폐 아동들에게 한 번 테스트를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부모도 너무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자폐 아동 부모와 같이 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레고처럼 생긴 스마트블록이 어떻게 작동하나. “작은 스마트블록에 센서, 무선 통신 칩과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그래서 블록 하나하나가 고유 기능이 있고 소리를 내거나 디스플레이에 표정, 숫자 등이 표시되기도 하고 LED가 작동하면서 불빛을 내거나 모터가 회전하기도 한다. 각각의 스마트블록은 무선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립을 통해 보다 창의적 구조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향후 목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자폐스펙트럼 증상 완화용 디지털 치료제가 전부 소프트웨어(SW) 기반이다. 그런데 우리는 블록이란 하드웨어(HW)와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놀이 기반 혼합형 디지털 치료제를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폐 아이들의 사회성 향상과 감각 통합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자기 실천력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 아동이 스마트블록에 대해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돼 임상 중인 놀이 기반 혼합형 디지털 치료제(내년 출시 예정)와 엔비디아와 협업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기반 자폐 스펙트럼 조기진단 기술을 통해 향후 2년 뒤엔 전 세계 자폐 아동과 부모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게 목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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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팩트체크]교정술 받으면 시력 2.0까지? “안경 착용 시력만큼만 개선”

    일상생활에서 눈이 불편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윤하늘 IT동아 PD(24)는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하루 종일 다룰 때가 많아 눈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윤 PD는 “요즘 많이 한다는 렌즈삽입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는데 수술을 받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시력교정술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골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정태영 리뉴서울안과의원 대표원장(전 삼성서울병원 교수·사진)을 만나 시력교정술과 관련해서 팩트체크를 했다. ―시력교정수술은 언제 받는 게 가장 좋은가. “시력교정수술은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도 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정하는 수술이다. 안구가 성장하면서 근시와 난시 등이 발생하는데 안구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시기에 성장이 멈춘다. 안구 성장이 멈춘 뒤에는 언제나 수술이 가능하다. 다만 노안이 지난 뒤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돋보기는 착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40대도 시력교정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노안으로 인해 안경 없이 사는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 ―시력교정수술은 하루 만에 가능한가. “시력교정수술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수술 전 눈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10∼20가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산동제를 점안해 동공을 확대시키는 산동검사는 약을 넣고 눈동자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약을 넣고 준비하는 시간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검사와 진료, 상담을 포함해서 3시간 정도 걸리고 수술도 방법에 따라서 최대 1시간 정도 더 소요될 수 있다.” ―시력교정수술의 종류는 어떤 게 있나. “시력교정수술은 크게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과 각막을 깎는 방법으로 나뉜다. 각막 모양을 변형시키는 각막교정수술은 라식, 라섹, 렌티큘수술(스마일라식) 등으로 분류된다. 라섹은 레이저로 각막의 껍질 부분인 상피세포 등을 깎는 것이다. 1, 2주 정도 상피가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약간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바로 시력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오래 진행된 수술이라 가장 안전하다.” ―라식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라식은 각막의 상피세포를 포함한 절편을 만들어 옆으로 밀어 놓아 상피를 건드리지 않고 각막의 실질 부분을 치료한 뒤 각막 절편을 덮어주는 것이다. 각막 상피를 건드리지 않아 시력이 바로 회복된다. 또 눈이 아프지 않다. 다만 절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경이 다치거나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절편이 시간이 흘러도 완전히 붙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라식의 변형된 수술인 렌티큘수술을 하기도 한다. 렌티큘수술은 각막 안쪽에 작은 포켓을 만들고 그 안에 동그란 원반형으로 절제한 다음 포켓을 통해서 그걸 뽑아내는 것이다. 상피를 건드리지 않고 절편을 만들지 않고 포켓을 만들기 때문에 각막상피가 밀리지도 않는다. 라섹과 라식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부터 해오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수술 경험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라식과 라섹이 자동추적장치에 의해 레이저를 조사하지만 렌티큘수술은 이런 추적 장치가 없어서 눈으로 보고 수동으로 난시축을 맞춘다. 이론적으로는 난시가 많으면 교정 정확도가 라식이나 라섹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렌즈삽입술은 언제 하는가. “각막을 깎을 때 각막이 충분하게 두꺼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렌즈삽입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눈 안에 렌즈를 삽입하기 때문에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무리해서 렌즈를 넣으면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렌즈삽입술도 이미 20년 정도 해온 수술이지만 문제가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땐 렌즈를 제거하면 된다. 여러 검사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찾아야 한다.” ―비용은 얼마나 되나. “렌즈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렌즈삽입술 비용이 가장 비싸다. 이어 렌티큘수술, 라식, 라섹 순이다.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 방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라섹은 자외선에 취약하다. 3개월간 선글라스 등을 써서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라식, 렌티큘수술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워 하루 이틀 안에 일상생활로 복귀 가능하다.” ―시력은 얼마나 좋아질까.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시력이 2.0까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해다.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보이던 시력만큼 눈이 좋아진다. 정상 시력을 1.0 정도로 보기 때문에 안경 없이 이 정도 볼 수 있다면 정상 시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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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대학병원 떠나는 의대 교수들… 의료대란 현실화는 막아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2000명 증원은 의학교육을 무너뜨리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떠받칠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돌이키지 못할 손상을 주기 때문에 공공복리를 오히려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최근 의학 석학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제출한 의견서다. 필자 역시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 관련 얘기를 많이 들어 걱정이 많다. 23일 열린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이라는 미디어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박종훈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의대 증원 문제로 거리에 나와 쓴 경험을 했던 당시 의대 3, 4학년 학생들이 지금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다. 이들은 와해된 상태여서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아무리 완강하게 나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본격적인 의료대란은 이제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의대 교수도 많다. 그동안은 일말의 기대감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과중한 업무를 참으며 진료를 해 왔지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정부로 인해 이젠 그런 기대감조차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실을 지키는 전문의들은 이미 낮 시간 근무 인력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전공의까지 안 돌아온다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브리핑 때마다 “전공의 없이도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과 현장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29일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의정 갈등이 더 길어질 경우 조만간 상황이 임계치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올 3월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오래갈 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응급실 그만두겠다’는 성명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그만큼 절박하게 막바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에 나서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선 이비인후과 신경과 교수 등 총 4명이 동시에 사직했다. 신경외과 교수도 곧 사직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및 비뇨기과 의사도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유명 대학 의대 교수들이 줄지어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도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12명이 집단 사직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저수익, 고위험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료의 사직을 지켜본 한 의대 교수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이 젊은 전문의에게 몰리고 있다. 힘들게 전공의를 마쳤는데 또 같은 일을 해야 하니 나가기로 한 것 같더라”며 “지금 개원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방침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서 필수의료가 살아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본 의사들이 향후 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직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늦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전공의들이 복귀할 명분을 줘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취소든, 사직서 수리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고 정부가 한숨을 돌리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금도 많은 대형병원 의사들은 ‘조만간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고 있다. 의료 파국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6월 의료대란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운 한 달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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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레스테롤 청소부 HDL,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흔히 혈관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고밀도 지질단백질(HDL)은 치매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HDL 워크숍에서 셰릴 웰링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뇌건강센터 병리학과 교수는 “HDL은 동맥경화의 원인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소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동물실험 결과 신경염증을 줄이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치매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이 워크숍에선 이달 18, 19일 HDL을 연구하는 의사와 병리학자, 기초과학자 등 전 세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콜레스테롤, 세포 성장에 꼭 필요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몸속 혈관을 막는 나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몸의 세포가 성장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영양 성분은 세포에 들어가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스스로 세포 속에 들어가지 못해 세포 속으로 주입하는 별도의 운반체가 필요하다. 세포 속으로 꼭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이다. 그리고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은 HDL이 간으로 운반해 소각한다. 음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에는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공급하는 LDL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는 몸속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송하는 HDL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혈관 기능을 좋게 만들고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을 예방하는 HDL이 ‘장수인자’로 불리게 됐다.● 채식만으론 콜레스테롤 낮추기 어려워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 미만,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C)은 130 미만, 고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HDL-C)은 60 이상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콜레스테롤 속에 포함된 HDL의 비율이다. 조경현 한국지단백연구원장(전 영남대 교수)은 “HDL 비율은 20∼25%가 대부분이지만 장수하는 사람들은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HDL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나 약물중독, 유전적 질환 등이 있을 때도 HDL 비율이 50%를 넘을 때가 많다.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등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하나이며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운반체로 LDL과 HDL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확하다. 또 흔히 육류와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역시 오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 대부분은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식단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수치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 유산소 운동으로 HDL 높일 수 있어 현재까지 HDL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HDL을 증가시키는 약을 개발했으나 심장 부작용, 체내 축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출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워크숍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쿠바산 폴리코사놀이 HDL의 양과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우에하라 요시나리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는 “건강한 일본인이 12주 동안 쿠바산 폴리코사놀 20mg을 섭취한 뒤 위약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HDL이 통계상 유의미하게 20% 이상 증가했다”며 “폴리코사놀이 HDL의 단백질 성분(apoA1)을 증가시키고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활성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HDL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조 원장은 “목에 숨이 찰 정도로 달리기나 수영을 하는 등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1시간 정도 6개월 이상 반복하면 HDL이 증가한다”며 “음식도 중요하다. 고탄수화물은 피하고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트랜스지방 가공식품인 팝콘, 감자튀김 등을 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시카고=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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