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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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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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9-05~2024-10-05
문화 일반51%
인사일반13%
음악13%
문학/출판10%
사회일반7%
방송3%
미국/북미3%
  • 고독한 미식가 “오늘은 삼겹살-삼계탕-부추전 중 뭘 먹을까”

    “오늘은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중 하나를 먹고 싶네요. 하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61)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기자간담회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했다. 2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참석에 맞춰 방한한 그는 한식을 다양하게 먹겠다는 포부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어제는 해운대 근처에 있는 곱창 전문점에 세 번째로 방문했다. 한국에 온 뒤로 일식이 한순간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2012년부터 방영 중인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중년의 직장인 고로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홀로 미식탐방을 하는 잔잔한 이야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가수 성시경과 함께 찍은 한국 편에선 돼지갈비와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선보인 ‘친한파’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아저씨가 밥을 먹기만 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다”며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금기시됐다 들었는데 방영 이후 한국 시청자가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특히 사랑받았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먹는 행위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신작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다. 그가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 메가폰도 잡았다. 그는 “일본 드라마 산업은 배우, 스태프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일본 드라마 산업에 자극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도쿄!’로 연이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로 작품을 먼저 의뢰했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어렵다. 기대하고 있겠다’는 답변이 왔단다. 그는 “다른 일본 감독이 연출하느니 차라리 내가 영화를 찍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신작에서 고로는 프랑스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다.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처럼 친숙한 한식뿐 아니라 닭보쌈처럼 낯선 한식까지 맛깔나게 먹는다. 그는 “일본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바닷가 마을의 여러 식당을 돌아보고 식당과 음식을 선정했다”며 “바다만 건넜을 뿐인데 한국과 일본 음식이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BIFF 개막식에서 신작에 등장하는 말린 낫토를 먹으며 레드카펫을 밟았을 정도로 유쾌한 성격이다. 이날도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한국말로 농담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다들 배고프죠?”부산=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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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부산서 침 꼴깍 삼킨 ‘고독한 미식가’

    “오늘은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중 하나를 먹고 싶네요. 하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61)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기자간담회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했다. 2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참석에 맞춰 방한한 그는 한식을 다양하게 먹겠다는 포부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어제는 해운대 근처에 있는 곱창 전문점에 세 번째로 방문했다. 한국에 온 뒤로 일식이 한순간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2012년부터 방영 중인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중년의 직장인 고로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홀로 미식탐방을 하는 잔잔한 이야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가수 성시경과 함께 찍은 한국 편에선 돼지갈비와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선보인 ‘친한파’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아저씨가 밥을 먹기만 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다”며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금기시 됐다 들었는데 방영 이후 한국 시청자가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특히 사랑받았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먹는 행위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신작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다. 그가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 메가폰도 잡았다. 그는 “일본 드라마 산업은 배우, 스태프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일본 드라마 산업에 자극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도쿄!’로 연이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로 작품을 먼저 의뢰했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어렵다. 기대하고 있겠다’는 답변이 왔단다. 그는 “다른 일본 감독이 연출하느니 차라리 내가 영화를 찍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신작에서 고로는 프랑스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다.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처럼 친숙한 한식뿐 아니라 닭보쌈처럼 낯선 한식까지 맛깔나게 먹는다. 그는 “일본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바닷가 마을의 여러 식당을 돌아보고 식당과 음식을 선정했다”며 “바다만 건넜을 뿐인데 한국과 일본 음식이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BIFF 개막식에서 신작에 등장하는 말린 낫토를 먹으며 레드카펫을 밟았을 정도로 유쾌한 성격이다. 이날도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한국말로 농담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다들 배고프죠?”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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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TT 콘텐츠로 막오른 ‘영화의 바다’

    “영화 ‘전,란’의 배우 강동원, 박정민이 입장합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2일 저녁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두 배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레드카펫에 들어서자 관객 수백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BIFF 개막식에서 100분 동안 수백 명의 스타가 입장하는 마지막 순서를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배우들이 차지해 가장 주목받은 것. 두 배우와 함께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높아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영화의전당 주위를 채운 것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광고였다. 넷플릭스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에 올해 BIFF에서 소개하는 ‘전,란’과 ‘지옥 시즌2’ 대형 광고를 걸었다. 영화의전당 건물 한 벽면은 디즈니플러스의 ‘강남 비-사이드’ 대형 광고가 장식했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개막작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그 영화가 OTT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개막한 BIFF는 63개국의 224개 작품이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서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세 살 아이의 생존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한국 영화 ‘수연의 선율’ 등 10편이 경쟁을 벌인다.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까멜리아상이 신설됐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는 11일 시상식으로 막을 내린다.부산=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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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는 사라지고 흥겨운 조커의 춤사위 가득

    은은한 달빛 아래 남녀가 서로를 안고 춤을 춘다. 멋들어지게 턱시도를 갖춰 입은 남자가 또박또박 스텝을 밟는다. 금발의 여자는 온몸을 남자에게 맡긴 채 따라간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둘은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 ‘라라랜드’(2016년)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환상은 부서질 것이다. 남자는 광대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입술과 코 주위를 붉게 물들였다. 분장으로 입꼬리를 올려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 여자에겐 다정하기 그지없지만 사실 이 남자는 6명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 ‘조커’다. 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어둠의 라라랜드’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관객 528만 명을 동원한 전작 ‘조커’(2019년)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에 비해 신작은 조커가 전편에서 저지른 범죄로 감옥에 갇힌 뒤 할리퀸(레이디 가가)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영화의 부제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장애를 가진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신작은 뮤지컬 영화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조커의 여자 친구 할리퀸으로 변신해 미국 가수 지미 듀랜트(1893∼1980)의 ‘스마일(Smile)’을 부른다. 조커와 할리퀸이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지난달 26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1편에서도 아서는 외톨이지만 내면엔 낭만이 있고 머릿속에선 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2편을 만든다면 아서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피닉스의 연기는 여전히 뛰어나다. 피닉스는 사랑에 빠진 해맑은 아서의 모습부터 순식간에 광기에 빠진 조커로 변하는 모습을 철저하게 재현한다. 전편 때 하루에 사과 한 알만 먹고 23kg을 감량한 피닉스는 신작에선 더 야위었다. 피닉스는 “23kg 이상 살을 빼고 연기에 나섰다. 6주 정도 매일 2시간가량 춤 연습을 하며 준비했다”며 “조커 시리즈를 촬영할 때는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조커가 부조리한 사회에 시원한 복수를 한 전편과 달리 신작은 조커의 방황과 회개에 초점을 맞춰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 영화의 주 이야기인 수감 생활과 재판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냈는지도 미지수다. 전편 개봉 당시 모방 범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폭력적인 장면을 대폭 줄여 전작의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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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영화제 점령한 N… “넷플릭스, 주인 자리 꿰찰라” 우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상징으로 불리는 ‘영화의 전당 중극장’,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우뚝 서 있는 5성급 호텔 ‘파크하얏트부산’…. 2∼11일 열리는 BIFF에서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알파벳 ‘N’ 표식이 새겨질 곳들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BIFF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지만, 올해만큼 두드러지게 눈에 띈 적은 없었다. 영화계에선 “넷플릭스가 BIFF의 손님을 넘어 주인 자리를 꿰찰 기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일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공개되는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선정된 것. 박찬욱 감독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사실보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BIFF에서 주목받는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부문에 ‘지옥 시즌2’(한국), ‘이별, 그 뒤에도’(일본),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대만)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지옥’이 BIFF에 초청된 2021년 이후 고작 3년 만에 개막작까지 진출했다”며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2022년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한 적이 있지만 BIFF의 변화는 빠른 편”이라고 했다. BIFF의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첫째 주 금요일 밤을 차지한 것도 넷플릭스다. 4일 오후 6시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있는 파크하얏트부산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가 열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전까진 자료를 통해 기대작을 배포해 왔지만 이번엔 BIFF 시기에 맞춰 내년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부산에 마련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3∼6일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 1층에 있는 대형 카페를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BIFF 방문객이 기념사진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BIFF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진 탓도 있다. 올해 BIFF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일본 거장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내한한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홍콩 배우 저우룬파 등 지난해에 비해 대중성은 낮은 편이다. 정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1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줄어든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BIFF가 넷플릭스에 개방적인 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BIFF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는 1년 가까이 지난 올 8월 개봉했지만 관객을 6만 명 동원하는 데 그쳤다. BIFF는 지난해 인사 잡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과 전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으며 명예 실추도 겪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BIFF를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면 BIFF의 변화가 시대 흐름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관뿐 아니라 영화제도 OTT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BIFF도 자체 행사의 질을 높이며 스스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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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영화 랜드마크에 빨간 ‘N’, 개막작 ‘전,란’…넷플릭스가 지배할 부국제(BIFF)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상징으로 불리는 ‘영화의전당 중극장’,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우뚝 서 있는 5성급 호텔 ‘파크하얏트부산’…. 2~11일 열리는 BIFF에서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알파벳 ‘N’ 표식이 새겨질 곳들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BIFF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올해만큼 두드러지게 눈에 띈 적은 없었다. 영화계에선 “넷플릭스가 BIFF의 손님을 넘어 주인 자리를 꿰찰 기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공개되는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선정된 것. 박찬욱 감독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사실보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BIFF에서 주목받는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부문에 ‘지옥 시즌2’(한국), ‘이별, 그 뒤에도’(일본),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대만)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지옥’이 BIFF에 초청된 2021년부터 고작 3년 만에 개막작까지 진출했다”며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022년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한 적이 있지만 BIFF의 변화는 빠른 편”이라고 했다. BIFF의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첫째 주 금요일 밤을 차지한 것도 넷플릭스다. 4일 오후 6시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있는 파크하얏트부산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가 열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전까진 자료를 통해 기대작을 배포해왔지만 이번엔 BIFF 시기에 맞춰 내년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부산에 마련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3~6일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 1층에 있는 대형 카페를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BIFF 방문객이 기념사진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BIFF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진 탓도 있다. 올해 BIFF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일본 거장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내한한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홍콩 배우 저우룬파 등 지난해에 비해 대중성은 낮은 편이다. 정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1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줄어든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BIFF가 넷플릭스에 개방적인 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BIFF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는 1년 가까이 지난 올 8월 개봉했지만 관객을 6만 명 동원하는데 그쳤다. BIFF는 지난해 인사 잡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과 전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으며 명예 실추도 겪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BIFF를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면 BIFF의 변화가 시대 흐름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관뿐 아니라 영화제도 OTT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BIFF도 자체 행사의 질을 높이며 스스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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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 포터’ 맥고나걸 교수 역… 英배우 매기 스미스 별세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맥고나걸 교수 역을 맡았던 영국 여배우 매기 스미스(사진)가 27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스미스의 두 아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가족과 친구가 임종을 지켰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2009년부터 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미국 아카데미상 2차례를 비롯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을 4차례, 미국 공연계 최고 상인 토니상을 1차례 각각 수상했다. 199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남성의 ‘경(Sir)’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다. 노년에는 2001∼2011년 총 8편이 만들어진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수이자 마법사인 미네르바 맥고나걸 역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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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매춘부 안내서가 18세기 영국 신사 필수품?

    1757년 영국 런던에서 ‘해리스 리스트’라고 불리는 작은 책자가 출간됐다. 출간 직후 책자는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신사들의 안주머니에 꽂혀 있던 필수품이 됐다. 25만 부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자의 공식 제목은 ‘해리스의 코번트가든 여자 리스트’다. 매춘부들의 신상이나 특기가 꼼꼼히 정리된 일종의 성매매 안내서였다. 유흥가인 코번트가든으로 매춘을 하러 가기 전 남자들이 몰래 읽었던 비밀스러운 책자인 것이다. 책자엔 자극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1795년 마지막 판본이 나온 뒤까지 40여 년간 모두가 그 이야기를 믿었다. 과연 책자에 담긴 이야기는 진짜였을까. 영국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해리스 리스트’의 진실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자를 쓴 건 아일랜드 출신 시인 새뮤얼 데릭이었다. 데릭은 허영심이 많았다. 매달 비싼 겉옷을 여러 벌 장만했다. 돈을 쓸 줄만 알고 벌기는 싫어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아 감옥에 가기도 했다. 데릭은 돈을 벌기 위해 매춘부에 관한 책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상은 이미 남자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 결국 데릭은 당대 최고의 매춘부와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포주를 만나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매춘가에 떠도는 여러 가지 소문을 진짜인 것처럼 그대로 받아 적었고 과장을 더해 마치 소설처럼 각색했다. 작가는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포주 이름을 따와 제목을 지었다. 출판업자들은 책자에 아름다운 여자 삽화를 넣어 환상을 자극했다. 저자는 해리스 리스트가 만들어진 과정을 좇으며 ‘매춘’을 바라보는 당대 사회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당시 매춘부는 대부분 미성년자였고 가난에 쫓기거나 성폭행을 당한 것을 계기로 매춘부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책에 이런 ‘고통’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수백 년 전 철저히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제작됐던 해리스 리스트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저자가 현장 답사 등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과거를 파고 들어간 과정은 추리소설처럼 흥미롭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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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첫날 오류로 이용자 불편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일반 상영작 예매 첫날인 24일 오류가 발생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2년 전 BIFF 예매 때도 유사한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재발된 것이다. BIFF 사무국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직후 일부 이용객들에게 예매 오류 상황이 발생했다. 영화 예매 후 결제만 되고, 정작 실제 예매는 되지 않은 것. 사무국은 270여 편의 영화 예매가 동시에 시작되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 과부하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예매가 이뤄지지 않자 BIFF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BIFF 측은 영화제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한 예매와 관련해서 25일 중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26일 현재는 예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11일 열린다. BIFF 관계자는 “일반 상영작 온라인 예매에 대비해 서버를 늘리고, 일부 작품에 대해선 분리 예매를 진행했지만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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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필, 내달 새 정규앨범 발표

    ‘가왕’ 조용필(74·사진)이 다음 달 22일 스무 번째 신규 앨범 ‘20’을 발표한다. 2013년 히트곡 ‘바운스’가 수록됐던 19집 ‘헬로’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조용필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20집은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더욱 깊이 교감하고,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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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도어 “사내이사 재선임·대표는 불가”…민희진 “진정성 없어”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이 요구한 민희진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진정성 있는 제안은 전혀 없었다”며 대표이사 복귀를 재차 요구했다. 어도어는 이사회는 다음달 17일 민 전 대표를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25일 결의했다. 민 전 대표의 기존 사내이사 임기인 11월 1일을 연장하며 안정적인 프로듀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도어 이사회는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뉴진스 멤버들 5명이 11일 사전 예고 없이 34분간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를 25일까지 대표직에 복귀하라는 요구에 대해 절충안을 내민 셈이다. 민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민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계약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말만 있었을 뿐 초안에 있던 일방적인 해지권 등 수많은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제안은 전혀 없었다”며 “정상적인 아티스트의 성과를 위해 대표이사 직위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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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왕’ 조용필, 내달 정규 20집 발표…‘헬로’ 이후 11년만

    ‘가왕’ 조용필(74)이 다음달 22일 스무번 째 신규 앨범 ‘20’을 발표한다. 2013년 히트곡 ‘바운스’가 수록됐던 19집 ‘헬로’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조용필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20집은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더욱 깊이 교감하고,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조용필은 2022년 싱글앨범 ‘로드 투 20―프렐류드 1’(Road to 20―Prelude 1), 지난해 미니앨범 ‘로드 투 20―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를 각각 발매했다. 이번 20집은 두 앨범에 수록됐던 ‘찰나’, ‘세렝게티처럼’, ‘필링 오브 유’, ‘라’ 등에 신곡을 다수 추가했다. 조용필 소속사 YPC는 “오랜 세월 벼린 조용필의 역량에 새로운 취향, 음악적 도전 정신까지 두루 담아 완성했다”고 했다.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가 수록된 1집으로 국내 가요계 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 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000만 장 돌파, 국내 가수 최초 일본 NHK홀 공연,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국내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의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9집 발표 당시 수록곡 ‘바운스’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23년 만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데뷔 55주년인 지난해엔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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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음악과 다르네” 쇼츠-릴스 타고 제이팝 ‘바람’

    “밀짚모자를 쓴 네가 흔들리는 마리골드를 닮았어.” 해 질 무렵, 야외무대에서 한 일본 여성이 노래를 부른다. 헝클어진 긴 머리에 대충 걸친 듯한 붉은 셔츠를 입은 모습이 왠지 모를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통기타와 경쾌한 드럼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허스키와 영롱함을 오가는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한국 누리꾼이 직접 편집해 올린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묜’의 일본 공연 모습이다. 이를 비롯해 다양한 아이묜의 공연 영상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 퍼지며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선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꼭 내한해 달라”는 댓글도 가득하다. 아이묜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화답했다. 제이팝(J-pop·일본대중가요)이 한국 MZ 세대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제이팝은 기존에도 일부 음악 마니아를 중심으로 1970, 80년대 일본 시티팝이 크게 사랑받았지만 최근엔 20, 30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와 가수가 인기를 끄는 게 특징이다.인기의 진원지는 SNS다. SNS를 통해 제이팝에 대한 노출이 늘면서 소비층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예를 들어 한 한국 누리꾼이 일본 2인조 혼성 그룹 ‘요아소비’의 곡을 편집해 지난해 5월 올린 영상은 현재까지 2700만 회 조회됐다. 요아소비는 지난해 12월 8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했는데 올 12월엔 1만5000석 규모의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1년 만에 규모가 2배 커진 것. 요아소비 내한 대행사 더 씨드의 홍승한 대표는 “과거엔 일본 ‘서브컬처’(하위문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제이팝을 찾았지만 이젠 달라졌다”며 “요아소비 팬에 SNS에 익숙한 20, 30대가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가요계에선 제이팝의 인기 이유로 신선함을 꼽는다. 아이돌 음악 일변도의 케이팝이 비슷한 패턴의 곡을 내놓은 점에 질린 이들이 다양한 취향을 찾다 제이팝을 듣게 됐다는 것.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일본 가수들은 아이묜을 비롯해 후지이 가제, 유우리, 요네즈 겐시 등 주로 음악성을 높게 평가받는 싱어송라이터다. 이들은 기타, 드럼 등 밴드 음악을 주로 즐기고 대부분 립싱크 없이 라이브를 소화한다. 올 6월 그룹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공연 덕에 제이팝 입문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멤버 하니가 부른 일본 시티팝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1980년), 멤버 민지가 부른 일본 싱어송라이터 바운디의 ‘무희’(2023년)가 국내 음원 상위권을 휩쓸며 제이팝을 더욱 주목하게 됐다는 것.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다시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점도 이유로 평가받는다. 일본 가수들도 적극 내한하고 있다. 올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공연 ‘원더리벳 2024’엔 걸그룹 AKB48,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 싱어송라이터 도미오카 아이 등 제이팝 가수가 다수 참여한다. 후지이 가제는 12월 2만 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에서 콘서트를 연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일본 가수들도 한국 소규모 공연장을 찾는 등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다”며 “일본에선 케이팝이, 한국에선 제이팝이 인기를 끌며 서로 음악적,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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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서 흥행 ‘비틀쥬스…’ 한국선 싸늘 왜?

    11만 명. 이달 초 개봉한 미국 거장 영화감독 팀 버턴의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21일까지 영화관에서 본 국내 관객 수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첫날인 4일 2만1784명이 관람하며 준수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점차 관객 수가 줄어들어 21일엔 951명만이 관람했다. 예매 순위가 CGV에선 33위, 롯데시네마에선 48위로 밀려났다. 이는 개봉 직후 폭발적 반응을 얻은 해외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2억7400만 달러(약 3649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팀 버턴이 2022년 내놓은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3개국에서 TV 시리즈 부문 1위를 달성했지만 한국에선 1위를 못 했다”며 “팀 버턴 효과가 국내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극장 모두 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흥행하는 작품들이 한국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전 세계에서 3억6900만 달러(약 4914억 원)를 벌어들인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는 지난달 18일 국내 개봉했지만 61만 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공포 공상과학(SF)의 대명사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부활을 이끈다고 평가받으며 전 세계에서 3억3180만 달러(약 4418억 원)를 벌어들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지난달 14일 개봉 후 국내서 195만 명이 봤다. 흥행 참패는 아니지만 해외와 국내 관객 사이에 온도 차가 뚜렷했다. 영화계에선 국내 젊은 관객들이 ‘이름값’에 휩쓸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장의 주 관객층인 20, 30대가 유명 감독의 영화나 시리즈를 무작정 찾아보기보단 자신의 취향인지 꼼꼼히 고민한 뒤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해 7월 여성주의를 담은 영화 ‘바비’가 북미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14억4600만 달러(약 1조9250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에선 ‘정서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58만 명만 관람했다”며 “요즘 젊은 관객은 취향이 맞지 않으면 해외 유행에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덕에 외국 작품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웬만한 외국 영화는 개봉 후 시간이 흐른 뒤 OTT에서 보는 풍토도 외화 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무리 유명한 외국 영화라도 초반에 흥행 열풍이 불거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대중이 극장을 찾게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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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틀쥬스, 에이리언 싹 다 참패… 해외 대박작 국내선 왜

    11만 명. 이달 초 개봉한 미국 거장 영화감독 팀 버턴의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21일까지 영화관에서 본 국내 관객 수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첫날인 4일 2만1784명이 관람하며 준수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점차 관객 수가 줄어들어 21일엔 951명만이 관람했다. 예매순위가 CGV에선 33위, 롯데시네마에선 48위로 밀려났다. 이는 개봉 직후 폭발적 반응을 얻은 해외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2억7400만 달러(약 3649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팀 버턴이 2022년 내놓은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3개국에서 TV 시리즈 부문 1위를 달성했지만 한국에선 1위를 못했다”며 “팀 버턴 효과가 국내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과 극장 모두 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흥행하는 작품들이 한국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전 세계에서 3억6900만 달러(약 4914억 원)를 벌어들인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는 지난달 18일 국내 개봉했지만 61만 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다. 공포 공상과학(SF)의 대명사인 에이리언 시리즈의 부활을 이끈다고 평가받으며 전 세계에서 3억3180만 달러(약 4418억 원)를 벌어들인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지난달 14일 개봉 후 국내서 195만 명이 봤다. 흥행 참패는 아니지만 해외와 국내 관객 사이에 온도 차가 뚜렷했다. 영화계에선 국내 젊은 관객들이 ‘이름값’에 휩쓸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장의 주 관객층인 20, 30대가 유명 감독의 영화나 시리즈를 무작정 찾아보기보단 자신의 취향인지 꼼꼼히 고민한 뒤 영화를 보는 것이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해 7월 여성주의를 담은 영화 ‘바비’가 북미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14억4600만 달러(약 1조9250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국내에선 ‘정서에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58만 명만 관람했다”며 “요즘 젊은 관객은 취향이 맞지 않으면 해외 유행에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덕에 외국 작품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웬만한 외국 영화는 개봉 후 시간이 흐른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보는 풍토도 외화 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무리 유명한 외국 영화라도 초반에 흥행 열풍이 불거나 입소문을 타지 않으면 대중이 극장을 찾게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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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명 티켓 샀는데…“레알 마드리드, 뮤직뱅크 공연 일방 취소”

    다음 달 스페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BS ‘뮤직뱅크’ 해외 콘서트가 구단에 의해 갑작스럽게 취소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뮤직뱅크 제작진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레알 마드리드 측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전 협의 없이 부당하게 내려진 구단 측의 독단적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공연 재개 요구와 함께 만약 공연이 불발될 경우 그에 따른 도의적, 재정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레알 마드리드 측에 요구했다. ‘뮤직뱅크’는 다음 달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콘서트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룹 엔하이픈(ENHYPEN), 에스파,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라이즈(RIIZE), 엔믹스(NMIXX),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등이 출연 예정이었고, 87개국에서 총 3만3000여명의 팬이 티켓을 구매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앞서 13일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현지 매체를 통해 ‘주변 주민들의 지속적인 소음 문제 제기로 인해 내년 3월까지 홈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모든 음악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제작진은 이런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 공연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K팝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청원 사이트 등을 통해 공연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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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작 없던 ‘베테랑2’ 추석 흥행 성공했지만…

    ‘베테랑 2’가 별다른 경쟁작이 없던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14∼18일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은 466만 명이다. 하루 평균 93만 명이 영화관을 찾은 셈.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52만 명이 영화관을 찾은 것에 비해 약 1.8배 높은 수치다. ‘베테랑 2’는 흥행 독주를 했다. 추석 연휴 닷새간 393만 명을 동원했다. 같은 기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의 84.5%로, 관객 10명 중 8명은 ‘베테랑 2’를 본 셈이다. 특히 13일 개봉한 ‘베테랑 2’는 18일 기준 누적 관람객 445만 명을 기록했다. 영화계에선 지난해 추석 연휴 출혈 경쟁을 벌였다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점 때문에 다른 배급사들이 ‘베테랑 2’와의 경쟁을 피해 개봉을 미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기준 ‘베테랑 2’의 좌석점유율(전체 상영관 좌석 중 해당 영화에 배정된 좌석의 비중)은 71.4%다. 다른 영화보다 높은 편이지만 올 4월 개봉 후 첫 주 좌석점유율이 85.9%에 달해 스크린 독점 논란이 일었던 ‘범죄도시 4’보다는 낮다. 점유 좌석 중 실제 표가 판매돼 좌석을 채운 비율인 좌석판매율은 ‘베테랑 2’가 38.2%로 ‘범죄도시 4’의 첫 토요일 좌석판매율인 47.5%보다는 낮다. ‘베테랑 2’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6.61로 전편 ‘베테랑’(2019년)의 평점 9.24보다 낮고, 관객들 반응도 다소 엇갈린다. 추석 연휴를 등에 업고 초반 흥행엔 성공했지만 전편처럼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달성할지에 대해 신중한 견해도 나온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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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테랑2’가 이끈 추석 연휴 극장가…작년보다 관객 50% ↑

    ‘베테랑2’가 별다른 경쟁작이 없던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14∼18일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은 466만 명이다. 하루 평균 93만 명이 영화관을 찾은 셈.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52만 명이 영화관을 찾은 것에 비해 약 1.8배 높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128만 명이 방문했던 것보단 적지만, 올여름 흥행 가뭄에 시달렸던 한국 영화계에 단비가 찾아온 것이다. 흥행을 이끈 건 ‘베테랑2’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 닷새간 393만 명을 동원했다. 같은 기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의 84.5%다. 관객 10명 중 8명은 ‘베테랑 2’를 본 셈이다. 특히 13일 개봉한 ‘베테랑 2’는 18일 기준 누적 관람객 445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6일째에 손익분기점 400만 명을 뛰어넘었다. ‘베테랑2’의 독주엔 경쟁작이 없었던 점이 한몫했다. 다음 달 1일 김고은이 주연한 ‘대도시의 사랑법’, 다음달 9일 설경구와 장동건이 주연한 ‘보통의 가족’ 등 주목할만한 한국 영화는 대부분 10월 이후에 개봉한다. 국내에서 527만 명 관객을 동원한 ‘조커’(2019년)의 후속편인 ‘조커: 폴리 아 되’도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등 9월에 해외 경쟁작도 마땅치 않다. 영화계에선 지난해 추석 연류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3편이 출혈 경쟁을 벌였다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점 때문에 다른 배급사들이 ‘베테랑2’와의 경쟁을 피해 개봉을 미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테랑’ 시리즈가 ‘신과함께’처럼 1, 2편이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으는 ‘쌍천만’ 작품이 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18일 기준 ‘베테랑 2’의 좌석점유율(전체 상영관 좌석 중 해당 영화에 배정된 좌석의 비중)은 71.4%이다. 다른 영화보다 높은 편이지만 올 4월 개봉 후 첫 주 좌석점유율이 85.9%에 달해 스크린 독점 논란이 일었던 ‘범죄도시4’보다는 낮다. 좌석점유율 중 실제 표가 판매돼 좌석을 채운 비율인 좌석판매율은 ‘베테랑 2’가 38.2%로 ‘범죄도시4’의 첫 토요일 좌석판매율인 47.5%보단 낮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난해 11월 개봉 후 1312만 명을 동원한 ‘서울의 봄’ 등 관객들은 볼만한 영화가 있다면 극장에 간다”며 “다만 한 작품보단 다양한 작품이 개봉해 흥행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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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모’의 삶 택한 이유는

    명절에 가족만 모여야 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끼리 만나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가위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에선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추석맞이 잔치가 열린다. 사유리는 자신의 집으로 친구인 배우 한그루, 가수 강남과 정인을 초대한다. 이날 사유리는 ‘자발적 비혼모’로 살게 된 이야기를 상세히 털어놓는다. 5년 전 교제하던 연인과 결별한 뒤 산부인과에서 폐경 위기 진단을 받은 고통스러운 기억부터 정자 기증을 통해 홀로 아들 젠을 낳기까지의 여정을 가감 없이 나눈다. 올해 세 살이 된 젠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송편을 빚는다. 사유리는 “처음부터 젠에게 아빠가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고백한다. 친구들도 제각기 상처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2022년 이혼한 한그루는 아이들에게 처음 이혼 이야기를 꺼냈던 때를 회상한다. 한그루는 “오히려 부모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인 이상화와 결혼한 강남은 “아내에게 잡혀 산다”고 토로하면서도 “결혼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결국엔 아내 말이 다 맞다”고 애정을 과시한다. 정인은 2019년 둘째 아들 출산 당시 남편인 가수 조정치가 무좀 때문에 수중분만을 함께하지 못할 뻔했던 일화를 공개해 웃음을 선사한다. 방송은 16일 오후 8시 10분에 볼 수 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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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어느 날 죽은 이로부터 공책 더미를 물려받았다. 공책엔 여러 생각이 흩날려 쓰여 있다. 인간관계, 삶, 종교, 철학 등 주제는 다양하다. 대부분 암호문처럼 복잡하거나 축약해 짧게 적혀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죽은 사람은 부모도, 형제도 아니다. 1년에 두세 번 만나 식사하는 사이였을 뿐이다.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왜 공책을 남겼는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당시 맨부커상)을 2011년 수상한 영국인 저자는 신작 장편소설에서 이런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내밀한 공책이 있다면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완벽한 이해란 가능한가. 신작에서 주인공인 중년 남성 ‘닐’은 세상을 떠난 옛 선생 ‘엘리자베스 핀치’의 공책을 물려받는다. 닐은 20여 년 전 대학에서 열린 성인 대상 강의에서 엘리자베스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닐은 엘리자베스의 공책을 읽으며 평소 과묵했던 엘리자베스에 대한 다양한 진실을 알게 된다. 가족과 교류가 적었고, 연애나 결혼에 큰 관심이 없던 엘리자베스의 속마음을 읽는다. 엘리자베스가 과거 한 강의로 인해 비판을 받은 과정에서 겪은 상처도 이해해 나간다. 특히 닐은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331∼363)의 삶에 빠져든다. 율리아누스는 로마 제국을 휩쓸던 기독교를 거스른 인물이다. 처음엔 진실을 탐구하는 자로 추앙받다가 이후 배교자로 낙인찍혔다. 닐은 율리아누스라는 한 인물이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자신 역시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뿐 다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말이다. 사실 한 인간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하지도 않다. “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해하는 일을 포기하란 말은 아니다. “현재의 과제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교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자신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본다. 뭐, 사람으로 살려면 자기 역사를 잘못 알아야 한다”는 문장에선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작가의 통찰력을 맛볼 수 있다. 소설 후반에 이르러 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엘리자베스의 전기를 쓸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닐은 쓸 것인지, 쓰지 않을 것인지 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공책을 읽으며 자신이 과거보다 엘리자베스를 더 잘 이해했을 거라 짐작한다. 신간은 옛 선생의 죽음 이후 펼쳐지는 제자의 추적기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 읽는 맛도 있다. 다만 약 80쪽에 이르는 율리아누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읽는 과정은 다소 고될 수 있다.이호재 기자 [email protected]}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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