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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돈타령 스트롱맨' 트럼프를 택했다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11.07 11:36 수정 2024.11.07 12:05        박영국 기자 ([email protected])

'고상한 가치'보다 '노골적 돈타령' 택한 미국 국민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전세계 재화와 공장 폭식할 기세

정부‧정치권, 이전투구 멈추고 경제전쟁 대응 나서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24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국민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을 택했다. 전세계 모든 재화를 폭식하고 모든 공장을 옮겨놓기라도 할 듯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쳐댄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리나라에겐 불길한 소식이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높은 비중으로 흑자를 낸 국가는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놨으니 관세 폭탄은 이미 예고됐고, 우리의 제1교역국인 중국과의 파워게임은 더 극단적으로 치달아 우리가 파편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내에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을 준다는 바이든 행정부를 믿고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공장을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안면 몰수하지 않을지 노심초사해야 할 형편이다.


2017년 방한 당시 평택 미군기지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던 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보고 탐욕에 눈이 번들거리던 트럼프가 ‘저걸 미국으로 가져와야겠다’는 속내를 현실화하기 위해 무리한 압력을 행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지금까지 갖고 싶은 걸 가져보지 못한 게 없었을 터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가능성들은 미국 국민들에게는 ‘우려’가 아닌 ‘기대’요인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탐욕에 이끌리고 환호했다.


트럼프의 언어는 ‘돈’에 집중돼 있다. “저들은 돈 버는 기계다”, “저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도 미국에 공짜로 공장을 짓게 만들겠다”, “쓸 데 없는 돈 낭비를 막겠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인의 정제된 언어가 아니다. 어떤 면에선 천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직설적으로 돈 얘길 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돌발적인 트럼프의 스타일을 과거 4년 동안 겪어봤음에도 미국인들이 또 다시 그를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앉힌 배경으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지만, 결론은 ‘돈’으로 귀결된다.


전통적인 트럼프 지지층인 백인 남성은 물론,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미국 사회의 비주류까지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고 트럼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질서 유지에 힘쓰고, 환경 정책을 선도적으로 실시하며, 이민자와 소수자들에게 관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4년이 미국 국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록 저급하고 폭력적이라도 먼저 미국으로 많은 돈이 들어오도록 해야 그 돈이 돌고 돌아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다는 판단을 과반의 미국인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 국민의 민생과 충돌하면 국제 사회에서의 품격과 상호존중의 미덕은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국제무대에서는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 분야에서 화려한 기록을 쌓아 놓은 상태고, 그들과 대립하는 미국이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니, 글로벌 공급망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주변국들도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원활하게 사업을 펼치며 재화가 국내에 흘러들어오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할 채비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통령실은 영부인의 비리 의혹을 감싸느라 바깥 상황을 살필 여력은 없는 듯하다. 여당은 3분의 1 남짓한 의석수를 가진 주제에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정신 차려야 한다는 ‘당대표 파’와 대통령 방탄만이 살 길이라는 ‘대통령 파’로 나뉘어 내전 중이다.


거대 야당은 온갖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당대표를 무죄로 만들어 차기 대선후보로 올리는 데 모든 것을 내건 모습이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퍼먹는 300명의 국회의원 중 경제 얘기를 진지하게 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 현실이다.


한때 ‘삼성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요즘 삼성이 힘들다는 얘기에 삼성 주식을 샀다는 한 전직 국회의원의 소식이 오히려 반갑다. 그의 행위나 저의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쨌든 경제 얘기를 하지 않았나.


부동의 ‘경제 원톱’인 미국 국민들도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임을 보여줬다.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정치인은 아무리 고상한 가치를 내세워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이번 대선 결과를 통해 확인시켜준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은 한층 격화된 경제 전쟁을 예고한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해 온 경제적 성과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진흙탕 싸움에서 빠져나와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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