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3 점유율 감소…한투·신한·키움 일제히 상승
격차 축소·순위 쟁탈 ‘팽팽’…지각변동 긴장감↑
상품 차별화에 투심 집중…“선제적 상품화 주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60조원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굳힌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상위권 운용사의 점유율이 정체되는 가운데 중위권 운용사들은 점유율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지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톱 3에 속하는 상위권 운용사들의 ETF 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평 0.9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4위에서 6위를 차지하는 중위권 운용사들의 시장점유율은 평균 1.01%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이 지난해 말 121조원에서 현재 158조원까지 급성장한 상황에서 상위권 운용사와 중위권 운용사의 점유율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운용사간 ETF 순위 경쟁이 격화돼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음에도 중위권 운용사 세 곳이 일제히 점유율을 높였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40.25%에서 38.87%(이달 23일 기준)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6.89%에서 35.52%로 하락했다. 여전히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70%를 넘으며 ETF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으나 중위권 운용사에 점유율을 일부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
3위 자리를 두고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8.03%였으나 7.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은 4.89%에서 6.95%로 상승, 올해에만 2.06%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3.14%포인트였던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9개월 사이에 1%포인트 이내(0.85%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7.0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회사의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7%를 넘어선 것이라는 점에서 선전이 부각된다.
또 다른 중위권 운용사인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시장점유율 5위권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신한자산운용이 연초 5위 자리에 오른 뒤 자리를 지켜온 결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어 높은 상승폭(2.19%→2.99%·0.8%포인트)을 자랑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그동안 점유율 7위였으나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한화자산운용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점유율은 2.23%였지만 2.4%까지 끌어올리며 한화자산운용(2.44%→2.33%)과 6위 자리를 맞바꿨다.
중위권 운용사의 약진 배경에는 ‘상품 차별화’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운용사들은 다수의 신상품을 출시하고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경쟁사의 추격을 견제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차별성없는 ETF가 무분별하게 시장에 속출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차별성을 지닌 ETF를 시장에 제시한 중위권 운용사의 점유율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6월 특정기업(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과 함께 동반 성장할 밸류체인(핵심공급망)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ETF 4종을 출시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트렌드를 포트폴리오에 빠르게 반영하고 산업의 밸류체인을 세분화해 맞춤·장기 투자에 용이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한자산운용의 경우, 국내 유일 조선업 집중투자형 ETF인 ‘SOL 조선TOP3플러스’가 투심을 모았다. 해당 ETF는 연초 이후 순자산이 무려 2189%(162억→3708억원) 급증, 6개월 수익률은 45.27%로 국내 상장 ETF 중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올해 유가 상승과 배당 모두 노릴 수 있는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 11월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국내 반도체·2차전지주에 투자하는 ETF 2종 등을 출시했다.
이들 회사는 ETF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상품들이 많아지자 ‘양보다 질’이라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선적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ETF를 제시하는 데 주력한 만큼 투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자체적인 진단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해도 삼성·미래에셋운용의 양강구도가 견고해 중위권 운용사가 설 자리가 좁았으나 올해 주식시장을 둘러싼 트렌드 변화가 빈번히 나타나는 최근 상황이 중위권 운용사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시장 변화를 파악해 이색적인 테마를 선제적으로 상품화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몸집을 불리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