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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SK) 특혜는 없고 300억 증표는 남고"…노태우·손길승·김종인, '6공' 시절 증언 모아보니


입력 2024.08.20 13:49 수정 2024.08.20 14:17        지봉철 기자 ([email protected])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 명의의 300억원 약속어음…"노태우가 요구한 돈"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여…"김영삼 정부때 사업권 획득"

"특혜는커녕 불이익만" 노태우 비자금·SK 성장 증언 봇물…'세기의 이혼소송' 흔들까

최태원-노소영 이혼 상고심 쟁점ⓒ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앞서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뒤집거나 반박할 만한 증언과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노태우 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전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는 지난 9일 방송된 유튜브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 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자금 이야기를 해서 (선경에서 노태우 측에) 꾸준히 줬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조 씨는 5ㆍ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며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다.


앞서 SK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한 것뿐 아니라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과 달리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92년 12월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내리면서 노 관장 측이 제출한 어음과 메모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노 관장 측은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SK 측은 재판 과정에서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고록과 언론 등에서 밝힌 노태우·손길승·김종인의 증언들 ⓒ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국내 최초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당시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논란거리다.


노 관장 측은 소송에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지만,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과는 달리, 노 전 대통령 회고록 대로면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피해를 본 건 SK였던 셈이다. 실제 SK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노태우 정부 때가 아닌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이동통신 사업을 품에 안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 등이 "현직 대통령 사돈 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하자, 사업권을 일주일 만에 반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태우 정부가 사업자 선정 일주일 뒤인 8월27일 정해창 비서실장 명의로 최종현 회장과 손길승 대한텔레콤 사장, 김항덕 유공 사장에게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귀사를 제2 이동통신사업 신규 허가 법인대상으로 확정했으나 대주주인 유공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임을 이유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 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국론을 조속히 통일하고 정치사회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유공이 자기 책임하에 구성 주주를 설득, 사업권을 자진 포기해 현 사태를 수습하는 데 협조하기 바란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도 보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결국 상고심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SK 지원'의 진위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 포스트잇 메모·약속어음의 증거 능력 및 노 관장의 재산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과 맞물려 새롭게 등장한 증언들이 실제 재판에서 어느 정도의 증거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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