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티메프 사태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4.08.20 07:02 수정 2024.08.20 07:02        이나영 기자 ([email protected])

에스크로 계좌 도입·정산시스템 개편 등 자구안 제시

핵심인 자금 조달 계획은 빠져 …현실적 해결 방안 절실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검은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티몬·위메프(티메프)가 법원에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없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메프는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첫 회생절차 협의회에서 에스크로 계좌 도입, 정산시스템 개편, 이익률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앞서 티메프는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를 승인해 내달 2일까지 회생 절차를 멈추고 시간을 주기로 한 상태다.


ARS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회사가 최대 3개월 동안 채권자들과 자금조달 및 변제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그대로 종료될 수 있다.


티메프가 제출한 자구안에는 구조조정 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투자를 받고 이 자금으로 상당수 채권자에게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 3년 안에 재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판매자들에게 정산하지 못한 금액 변제안에 대해서는 소액 채권자 채무의 일정금액을 우선적으로 변제해 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 등 총 10만명의 채권 상환을 완료하겠다고 제시했다.


채권 금액대가 큰 미정산 판매자의 경우 분할 변제하거나 일정비율을 먼저 변제하고 나머지는 출자 전환(채권자가 기업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주식을 받는 방법)하는 형식을 제안했다.


기관과 같은 특수관계자 채권단에 대해서는 전액을 출자 전환한 뒤 무상감자하겠다고 했다. 특수관계자 채권액은 티몬이 지난 6월 말 기준 약 2000억원, 위메프 300~4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자구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밝힌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각각 1000억원 정도다.


양사 대표는 “이른 시일 안에 투자자를 구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달 말까지 시한이 확보됐기 때문에 투자자를 계속 만나면서 투자의향서(LOI)나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핵심인 투자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도한 부채와 회생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에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냐는 얘기다.


티몬과 위메프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도 법원에 ARS 프로그램 형태의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구영배 대표의 큐텐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 3사가 모두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결국 티메프는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는 등 ARS 프로그램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생 절차에 돌입,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일에는 적기가 있다고 한다. 티메프는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오는 30일 열릴 2차 회생절차 협의회에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할 때다.

'기자수첩-유통'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