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따라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구역…청소년 유해업소 운영 금지
종로구 한 초등학교 코 앞에 성인VR방과 휴게텔 즐비…학생들 "불쾌하고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실제 올해 상반기 72곳으로 작년 보다 17곳 늘어…서울청 "자유업 운영하다 보니 담당 부서 애매"
종로구 "자유업 영업 불법 업소에 행정처분 내릴 법률적 근거 없어"…서울시 "점검 강화하도록 독려"
지난 2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보호법)이 제정돼 학교 근처에서는 청소년 유해업소의 운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 성행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만성적인 관계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에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행정처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령이 미비하고, 책임소재 또한 불분명한 것이 이유로 꼽혔다.
19일 데일리안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먹자골목을 찾았다. 이 먹자골목에는 각종 음식점과 술집은 물론 휴게텔이나 '노래장·노래바' 같은 유흥업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해당 먹자골목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가장 가까운 유흥업소는 150m 밖에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도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새롭게 제정된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라 학생의 보건·위생·안전·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신·변종 성매매 업소나 성인용품점, 유흥·단란주점과 같은 청소년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는 것인데, 특히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는 '절대보호구역', 학교 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까지는 '상대보호구역'으로 제한돼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찾은 골목은 해당 유흥업소 외에도 휴게텔, 노래장, 노래바 등 유해업소들이 초등학교 직선거리 200m 이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가운데 한 휴게텔은 지난해 11월 성인VR방으로 적발돼 운영자가 검찰로 송치됐고 현재 운영이 중단됐다.
'노래장·노래바' 역시 일반 노래방과는 다르다. 노래연습장으로 영업허가를 받는 일반 노래방은 주류를 판매할 수 없으며 당연히 접대부 고용도 금지된다. 하지만 교묘하게 간판을 제작해 노래방인 것처럼 영업하는 '노래장·노래바'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주류도 팔고 있고 속칭 '도우미'라 불리는 접대부도 이들 업소에서 제공하고 있다. '보도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여성 접대부를 '시간제'로 공급받고 있는 것인데, 이들은 노래장에 직접 고용된 접대부가 아닌 만큼 단속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 박모(49)씨는 "다른 곳도 아니고 초등학교 바로 옆에 이런 유해업소가 즐비해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단속 피하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업자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이런 곳에서는 영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정모(12)군은 "학교 바로 옆에 저런 유해업소가 있었다니 불쾌하다"며 "원래는 있으면 안 되는 곳이니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19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교육부에게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교육청과 경찰의 합동 단속에 적발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불법 유해업소는 72곳으로 드러났다. 이는 작년 전체보다 17곳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3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13곳, 서울 9곳, 인천 3곳, 광주 2곳, 전남 2곳, 대구 1곳, 경북 1곳, 전남 1곳, 충남 1곳 등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안마방, 키스방 등 신·변종 업소가 53곳, 성인용품점 7곳, 복합유통게임업 4곳, 성인 노래방 4곳, 숙박·호텔업 3곳, 유흥주점 1곳 등이었다.
이처럼 법령이 존재하는데도 여전히 학교 주변에서 유해업소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자유업으로 영업하는 불법 유해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 등이 꼽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건 정기적으로 고발 조치를 하는 것뿐이다. 대부분 벌금형을 받고 그 액수도 300만원 정도이다 보니 곧장 간판을 바꿔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벌금을 올리고 자치구에서 나서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집중 단속 기간을 정하고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처벌이 약해 불법 유해업소 영업에 대한 뿌리가 잘 안 뽑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해줘야 하는데 자유업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를 담당할 부서가 애매하고 처분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단 등 시민단체를 통해 학교 근처 불법 유해업소를 감시·점검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자치구 등에 예산을 지원해 점검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구에서 폐업 명령이나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명령할 권한은 있지만 자유업으로 영업하는 불법 유해업소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또 자유업은 미등록 업체다 보니 어느 부서에서 이를 맡아 행정처분을 내려야 하는지도 걸림돌이다. 이런 부분부터 먼저 해결돼야 불법 유해업소에 대한 행정처분도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