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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짠줄 알겠다"…이재명 3번째 '불체포 포기' 냉소적인 이유 셋


입력 2023.06.20 00:00 수정 2023.06.20 00:00        정계성 기자 ([email protected])

호떡 뒤집듯 입장 바꿨던 '양치기' 전례

'포기' 구체적 방안 제시 없이 말 뿐

"구속가능성 큰 혐의 이미 재판 중,

나머지로는 구속 어렵다 판단한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대선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약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입증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에서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찬사가 터져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해 민주당을 제외한 제 정당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세 번째 불체포특권 포기에 진정성이 없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로는 △이 대표의 '말 바꾸기' 전력 △특권 포기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남은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점이 꼽힌다.


첫 번째 이유로 꼽히는, 이 대표가 '말 바꾸기'에 능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은 사실일까.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등을 청산해야할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고 반성도 없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에는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언했지만 말뿐이었다. 되레 "경찰복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특권 행사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간의 입장 변화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 역시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특권의 보호를 받고자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고, 특권을 정치의 생명줄처럼 부여잡았던 자신의 과오부터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한다"며 "민심 얻으려고 한번 써먹는 카드에 불과했던 것이었는데 인제 와서 다시 포기하겠다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권 포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후속 조치나 언급이 전혀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포함한 4명에 대해 체포동의안 재의 및 민주당 차원의 당론 가결과 불체포특권 폐지 법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는 이 대표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상황의 변화가 꼽힌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비위, 성남FC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정무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공범들이 구속됐으며, 이 대표 역시 법원의 심사가 이뤄졌다면 같은 처지가 됐을 공산이 컸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해당 건은 불구속으로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이다.


따라서 검찰이 이제 이 대표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혐의는 백현동 특혜 의혹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대장동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볼륨이 작은 사건이어서 영장 기각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인 출신인 이 대표가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장동, 성남FC 사건으로도 이미 불구속 재판을 받는 이재명을 백현동 비리만으로 구속하기에는 법원으로서 부담스럽다"며 "이재명은 구속전피의자심문에 나가더라도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계산을 했기에 이번에는 출석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이 대표가 더는 정치적으로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친명인 박홍근 전 원내대표 때와는 다르게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이번에는 원내 분위기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번 체포동의안 표결 때에도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겨우 부결에 성공했던 터다.


무엇보다 관례상 7~8월 국회 휴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를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민주당은 단 하루의 여유도 두지 않고 임시국회를 소집 중인데, 만약 국회 휴회기에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영장심사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런 명분 없이 휴가철에도 임시국회 소집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 상황의 변화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선제적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현란한 말 바꾸기 쇼에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고 했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 대표의 말 중에 대체 무엇이 진짜냐. 불체포특권도 포기한다 했더니 진짜 포기하는 줄 알더라고 할 생각이냐"며 "실컷 방탄 다해 놓고 말로만 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얕은 술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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