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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중독 질병코드 도입…설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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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 등재 결정이 왜, 어떻게 내려졌는가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 공개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티 부오레 네덜란드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결정 과정에서 학계의 의견 수렴이 불충분했고, 토론이 부족했다는 것을 그의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업계 관계자도 부오레 교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WHO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며 "과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게임뿐 아니라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게임만 콕 찝어 질병화 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WHO는 2019년 게임 중독(게임이용장애)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제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 ‘6C51’이라는 코드로 등재했다. 이후 게임업계와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찬반 논쟁을 5년간 이어오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관련 산업에 끼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게임이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초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에 따르면 게임은 국산 콘텐츠 수출액 총 53억8600만달러(약 7조4300억원) 중 34억4600만달러(약 4조5056억원)로 64.2%의 비중을 차지했다.

콘진원이 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발표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선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 도입 시 2년간 게임산업에 입는 피해가 약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로 인해 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도 분석됐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한다면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그대로 반영해 왔다. 때문에 내년에 적용될 9차 한국표준질병분류(KCD-9)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가 우려하는 산업적 영향도 있겠지만 ‘게임 중독 환자’라는 낙인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고 각종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돼 규제가 양산되고, 사회 전반에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번질 수 있다.


현재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찬반 의견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 연구 내용도 크게 엇갈린다. WHO의 국제질병분류는 각 회원국에 대한 단순 권고일 뿐이다. 정부가 WHO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업계와 학계, 게임 이용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갖춰야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임중독 질병 등재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부오레 교수의 말이 이번 세미나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정부 역시 중요한 결정에 앞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기자수첩] 게임 중독 질병코드 도입…설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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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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