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을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딸인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디올 회장 일행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1층 로비에 모여 있던 이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루이비통도, 디올도 아닌 지하 1층에 자리한 탬버린즈 매장이었다. 탬버린즈는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2017년 론칭한 향수 브랜드다. LVMH는 그룹 산하 사모펀드인 L캐터톤아시아를 통해 아이아이컴바인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적이 있는 만큼, 이 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LVMH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도 명품 거리로 꼽히는 신사동의 285억 원짜리 단독주택(연면적 305.62㎡)을 사들였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인 데다, 별도의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추정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이 주택 바로 옆에 있는 상업·업무용 건물(연면적 445.21㎡)을 340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현재 이 건물에는 스투시가 입점해 있는데, 여기서 50m 거리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매장을 향후 이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영어교육 사업을 하던 김한국 대표가 2011년 설립한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탬버린즈 등을 거느린 회사다. 특히 젠틀몬스터는 국내 회사 가운데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사업 초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 ’천송이 선글라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뉴욕 소호에 매장을 내고 2017 S/S 뉴욕패션위크에서 리한나 등 유명 셀럽의 스타일리스트인 멜 오텐버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기용해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를 아예 미국 브랜드로 아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현지화 전략이 가장 큰 성공 포인트로 꼽힌다. 틸다 스윈튼, 블랙핑크 제니, 몽클레르, 펜디, 메종마르지엘라 등과의 활발한 컬래버레이션, 갤러리 같은 매장 구성과 고급스러운 포장 등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젠틀몬스터에 이어 유니크한 디자인과 맛의 누데이크, 탬버린즈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MZ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설립 13년에 불과한 신생 회사임에도 매출 규모가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082억7053만 원, 영업이익은 1511억1463만 원이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48% 성장한 수준이다.
‌
이렇게 회사 규모를 키워온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서울 성수동, 한남동 등 요지의 부동산을 확보해 눈길을 끈다. 현재 성수동에서 연면적 3만709㎡의 옛 버닝플래닛 부지를 매수해 사옥을 짓는 중이다.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14층 규모로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이 외에도 최근 조선내화그룹의 부동산 개발 회사와 지하철 한강진역 인근 땅을 37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젠틀몬스터의 인기 비결을 ’공간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공간에서 감성적으로 자극받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발적으로 퍼뜨리도록 바이럴을 활성화함으로써 브랜드의 자본력을 높였다”는 것. 이 회사가 확보한 새로운 부동산에서 어떤 공간의 마법이 또 탄생할지 궁금해진다.
‌

#젠틀몬스터 #누데이크 #탬버린즈 #부동산 #여성동아
‌
_{‌사진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