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첫 토론 이후 트럼프 우세 점쳐져
재집권시 가장 큰 타격 예상되는 배터리 산업
전기차·배터리 치킨 게임 가속화 예상
IRA 등 친환경 보조금 축소 위협
"공장 짓는 美 지역경제, 레버리지로 써야"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을 좌우할 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환경 정책 폐기'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승기를 잡았다. 최근 첫 미국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지력 저하 등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트럼프 재집권'이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한국 배터리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실적 악화는 불가피 '중론'
3일 산업연구원(산업연)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배터리 산업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효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국 배터리의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2%포인트 오른 42.4%로, 일본(40.7%)을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내 총생산 규모는 지난해 117GWh에서 2027년 635GWh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후 IRA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진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한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우리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성과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IRA 배터리 요건과 생산세액공제(AMPC) 시행으로 인한 판매량 증가, 수익 증대 등 기대했던 IRA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역시 '2024년 미국 대선이 국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강구상 연구위원 작성)' 보고서를 통해 우리 배터리 및 전기차 업체들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연구위원은 "만약 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해 IRA 청정차량 구입 보조금을 극단적으로 폐기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생산 시 들어가는 배터리 수요도 동반 감소하게 돼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IRA 폐지 또는 보조금 대폭 축소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IRA 도입 후 확정 발표된 총 투자액 3460억달러(약 480조 8630억원) 중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 78%가량이 배정돼 있다.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곳은 미시간·테네시·조지아주 등의 다소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이다. 이 지역구의 의원들은 공화당 소속이 많다. IRA는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뜻대로 지역구 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IRA의 전면 폐기보다 지역구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은 R&D(연구개발) 지원·대출 프로그램 축소, 가이드라인 수정 입법 등으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산업연은 "우리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미시간·오하이오·조지아 등 미국 내 7개 주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해당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향후 IRA 폐지안 또는 신규 시행 지침안에 대한 협상 시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배터리 '치킨 게임' 가속화…강한 자만 살아남는다
미국의 IRA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생산의 중심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시행됐다. 배터리를 생산할 때마다 보조금을 주는 것은 물론 일정 비율 이상 부가가치를 미국 내에서 창출할 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7500달러(약 1042만원)를 준다. 이 같은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북미 3대 완성차 업체는 물론 다수의 전기차 스타트업 등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 2.0시기에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전동화를 머뭇거리는 완성차 기업들에는 전기차 시장의 진입장벽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테슬라라티는 증권사 웨드부시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테슬라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보도한 바 있다. 웨드부시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아직 사업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쟁사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져 테슬라가 시장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바라봤다. 테슬라가 차량 한 대당 판매 수익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는 바이든 현 정부 정책이 철회돼도 다른 기업들보다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테슬라라티는 "테슬라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미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없이도 경쟁할 수 있는 제조업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배터리 기업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에는 보조금 축소가 단기적으로는 악재이면서도 신규 진입 기업을 제한한다는 면에서 호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중국 기조도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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