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5 위력은?…100여m 지하 관통·헤즈볼라 벙커버스터 5배 이상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10. 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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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재래식 탄두…올해 본격 양산 착수
발사관 길이 18m, 차량 바퀴 9축, 콜드론치 방식 발사
원통형 발사관, 중국 둥펑(DF)-21·31, 북한 ICBM급 발사관과 유사
헤즈볼라 타격 ‘벙커버스터’ BLU-109의 5배 이상 관통력
한국군 신형 고위력 ‘괴물 미사일’현무-5 형상과 성능 분석. 유용원 의원실 제공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현무-3, 현무-4와 함께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괴물 미사일’ 현무-5의 무시무시한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군은 올해 탄두 중량이 8t에 달하는 현무-5의 양산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현무-5는 핵을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해 온 무기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준의 탄두를 가져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지난해 8초 분량의 흐릿한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실물을 공개하는 것은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현대화하고 있는 북한이 도발 시 대량응징보복에 나서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현무-5의 대(對) 벙커 관통력은 소형 전술핵미사일에 버금간다. 사거리는 탄두 중량에 따라 △600㎞(6t) △300㎞(8t) 등으로 현무-4보다 줄어들지만,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선 우리 측 후방에서도 현무-5를 통해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관통능력은 100m 이상 수백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현무-5 수십 발로 북한 지휘부가 있는 지하 벙커와 핵시설 등을 초토화할 수 있다. 현무-5의 최대 탄두 중량은 8t에 달한다. 최근 북한이 공개한 초대형 상용탄두(4.5t) 장착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인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의 거의 2배로, 지하 100m보다 깊이 은신한 북한 지휘부 벙커까지 완파할 수 있는 위력이다.화성포-11다-4.5는 4.5t급 탄두를 장착해 우리 군의 현무-4에 맞먹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향후 이 무기를 실전 배치해 유사시 남한 내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현무-5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급 이상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5는 원통형 발사관 안에 들어있고, 발사관의 길이는 약 18m로 추정된다. 발사관을 탑재한 차량의 바퀴는 9축이며, 발사차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이 적용됐다. 콜드론치는 점화된 상태에서 발사되는 ‘핫 론치(hot launch)’와 달리 압축가스로 미사일을 발사대에서 밀어낸 뒤 공중에서 점화되는 방식으로, 발사관과 차량에 전해지는 충격이 적어 장비 손상이 덜한 장점이 있다. 북한은 그동안 중거리 미사일에만 콜드론치 방식을 적용하다가 지난해 4월 고체 연료 ICBM인 화성-18형에 처음으로 적용해 시험 발사한 바 있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현무-5를 비롯한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늘어선 차량 5대 가운데 맨 왼쪽이 현무-5다. 현무-5는 원통형 수직발사관을 직립해 발사한다. 현무-5가 민간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현무-5, 현무-4-1·4-2 등 현무-4 2 대, 현무-3, L-SAM(장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 추정 무기 체계. 백동현 기자

유용원 의원측은 지난달 30일 문화일보가 공개한 사진등 분석을 토대로 "현무-5 원통형 발사관 지지용 유압실린더 행태는 중국 둥펑(東風)-21 또는 둥펑-31, 북한 ‘화성급’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관과 유사하다"며 "발사 충격에 의한 발사대 안정성 확보를 위해 콜드론치 발사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거리급(IRBM) 이상 성능으로 추정되며 탄두중량을 높여 고위력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탄도미사일의 통상적인 탄두 중량인 1t을 기준으로 하면 현무-5의 사거리는 500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한다.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무-4·5는 단순히 벙커 버스터 수준이 아니다. 지하시설을 포함해 적 지휘부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번에 이스라엘이 사용한 벙커 버스터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현무-5의 TEL은 그 크기와 무게 때문에 9축 정도의 긴 바퀴를 가지고 있는 만큼, 2륜·4륜 구동의 일반 차량처럼 주행할 수 없고 방향 전환을 위해 바퀴 전체를 45도 등으로 튼 뒤 주행하는 ‘게걸음’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경우 도로 사정상 서울 광화문 일대 시가행진에 이 TEL이 함께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기념식 때 장비부대 분열 등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현무-1은 모두 퇴역했고,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현무-4-1’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다.

현무-4와 현무-5 모두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개발됐으나, 탄두 중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처음 공개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이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현무-5는 8t에 달한다. 탄두 중량 8t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의 F-15I 8대에서 발사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및 수뇌부가 회의를 하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한 지하 벙커를 강타하는 데 사용된 공대지미사일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벙커 파괴자)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세다. 헤즈볼라의 벙커 깊이는 60피트(약 18.28미터) 이상이었지만, 벙커 버스터 BLU-109를 포함해 수십 발의 공중투하 폭탄에 초토화됐다.

벙커 버스터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거나 땅속에 있는 벙커처럼 방호력이 높은 구조물을 부수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이스라엘 공군이 사용한 BLU-109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공중투하 폭탄으로, 최대 2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공군은 미국의 레이저 유도폭탄인 GBU-28을 2010년대부터 도입했다. GBU-28은 미국이 1991년 걸프전쟁 때 지하 30여m 깊이 벙커에 있는 이라크군 사령부를 공격하기 위해 설계한 것이다.우리 공군은 유사시 북한의 지하 핵시설과 동굴 속 장사정포 등을 무력화할 용도로 F-15K 전투기를 통해 GBU-28을 운용하고 있다. GBU-28은 공중에서 투하된 뒤 레이저 유도를 통해 목표물에 도달한다. 2t의 탄두는 지상에서 바로 터지지 않고, 20~30여m(천연 암반 기준)까지 뚫고 들어간 뒤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GBU-28은 사거리가 9㎞ 정도로 짧은 편이라 한계가 있다.

2017년부터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해제되면서 현무-4가 ‘K-벙커 버스터’로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무-4는 GBU-28과 달리 지상에서 발사되는 지대지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는 800㎞, 탄두 중량은 2t의 헌무-4는 강화 콘크리트 기준 관통능력은 24여m로, GBU-28(6여m)보다 4배 정도 강력하다. 우리 군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지대지미사일(현무)’이라고 적힌 컨테이너를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공개했는데 이것이 현무-4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블록(유형)-1도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파괴하기 위한 벙커 버스터로 개발된 무기다. 열압력탄을 사용하는 KTSSM은 1~3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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