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선물, 4년래 최저치까지 후퇴 [최보화의 원자재 인사이드]

최보화 외신캐스터 2024. 8. 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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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최보화 외신캐스터]
(방송 원문입니다.)

Q. 원자재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밀입니다. 지난 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식품 물가’라고 하면 최근 몇 년간 ‘상승’이 전제로 되어 있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하락하는 품목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제도 마찬가지인데요, 밀 가격이 요즘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요? = 맞습니다. 혹시 앵커님은 ‘밥파’이신가요, ‘빵파’이신가요?

Q. 저는 밥파인데요… 밥을 먹어야 든든하지, 빵만 먹으면 좀 느끼하지 않나요? = 아니요, 저는 빵순이라 맛있기만 하던데… 앵커님이 밥파이실 줄은 알았습니다. 시청자 분들은 잘 모르실 텐데, 회사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주문해 주시잖아요. 메뉴가 김밥이랑 샌드위치가 있는데, 저는 매번 샌드위치 가져갈 때, 앵커님은 항상 김밥 가져가시더라고요.

Q. 오, 빵순이에게는 오늘 내용이 아주 희소식이겠습니다. 저 같은 밥돌이(?)를 위해서 조만간 쌀도 한 번 다뤄 주세요.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서 밀 가격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추이부터 짚어 주시죠. = 네, 밀 선물이 최근 부셸당 523센트까지 내려가며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려났습니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부셸당 700센트를 웃돌았는데요, 약 2개월 간 25%나 하락한 셈입니다. 러우 전쟁 초기 당시인 2022년 3월과 비교하면 거의 60%나 내려갔습니다.

Q. 그렇군요. 수치로 들어보니 가격 차이가 확 체감이 됩니다. 이유는 뭡니까? = 공급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미국 농무부 USD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밀 생산량은 약 7억 9,619만 톤으로, 역대 최고치일 것으로 전망되고요, 미국을 제외한 밀 주재배국들의 생산량도 역시 예상치를 모두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나다, 파키스탄, 또 아르헨티나와 호주 등지의 올해와 내년의 수확량은 전달에 비해 약 590만 톤 늘어나며, 전월 대비 0.7%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같은 기간, 같은 나라들의 밀 소비량은 354만 톤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Q. 알겠습니다. 국제 밀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이런저런 이슈들도 불거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관세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 주시죠. = 한 국가를 기준으로 볼 때, 외국에서 들여오는 특정 품목의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동일한 품목의 가격은 당연히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곡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원자재가 다 해당될 텐데요,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는 농민들의 항의 시위도 적잖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EU는 지난 7월 1일부터 러시아산 곡물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했는데요, 러시아산 경질 밀의 경우, 기존의 무관세에서 톤당 148유로로 올랐습니다. 특이한 건 여기에는 가격적인 측면 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목적까지도 담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밀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을 우크라이나 침공 경비로 사용하는 걸 막으려는 겁니다. 또, 튀르키예 같은 경우에도, 오는 10월 15일까지 가공을 위한 밀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러시아산 밀을 수입해 재수출하는 튀르키예 제분업체는 관세 45%를 지불해야 합니다. 튀르키예 정부의 이같은 결단은, 자국산 밀 재고를 줄이고 가격 폭락을 방지하는, 이른바 ‘고육지책’으로 보이는데요, 전쟁 초기, 가격 폭등에 대비해 관세를 제로로 낮췄던 것과는 정반대 조치라 눈길을 끈다는 평가입니다.

Q.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초래하는 사회적인 현상들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이집트와 관련된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어떤 이야기입니까? = 네, 이것도 꽤나 흥미롭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이집트 국영 곡물 구매업체 GASC가, 밀 가격의 급락을 틈타, 대량의 밀을 사 들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집트 연간 수요의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약 380만 톤에 육박하는 밀을 한꺼번에 구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집트 재무장관인 아흐메드 쿠추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집트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이용해, 밀을 포함한 필수 원자재들을 저가매입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집트는 전세계 3위 밀 수입국입니다. 번외로, 1위는 인도네시아, 2위는 중국, 4위는 튀르키예, 5위는 알제리죠. 매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 5개 국가들이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일 뿐, 큰 변화는 없는데요, 고로 밀 시장은 이 수입 상위 국가들의 밀 구매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곤 합니다.

Q. 오,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집트는 의외긴 합니다. 그런데 이집트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밀 수입 동향에도 변화가 포착됐다고요? = 그렇습니다. 방금 언급했던 이집트와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역시나 밀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며 많은 국가들이 ‘지금 밀을 사 두자’하는 것 같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8~9월 밀 계약량은 100만 톤을 넘었다고 하는데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의 나라들이 불가리아, 러시아, 그리고 루마니아 등지에서 선적될 밀을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Q. 그런데 밀가루도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고요? 각국이 밀을 구입하는 목적이 약간 다르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 네, 보통 밀가루하면 사람이 먹는 빵이나 과자를 만드는 용도로만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동물 사료의 주재료에도 밀가루가 포함됩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밀을 제분해 우리가 먹는 밀가루를 제조하고요, 필리핀이나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동물 사료용 밀가루를 위해 다량의 밀을 예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용 밀은 단백질 함량이 11.5%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고 하는데요, 식용 밀은 현재 톤당 265달러 내지 27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난 5월 톤당 300달러에서 31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가격이 확연하게 낮아졌습니다. 반면 사료용 밀은 현재 톤당 255에서 260달러에서 거래되는데요, 이 역시 이전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밀려난 모습입니다.

Q. 그렇군요. 밀 가격이 최근 많이 안정됐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은데요, 원자재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큰 만큼, 앞으로도 계속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 맞습니다. 현재 전반적으로는 밀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있기 때문에, 국제 밀 시장은 이 부분이 촉발시킬 가격 변동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러시아 일대에 지난 5월에 발생했던 냉해와 가뭄으로 인해 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 시장조사기관인 소비에콘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산 밀 생산량은 8,420만 톤인데요, 지난 6월의 전망치였던 8,070만 톤에 비하면 4% 정도 많아진 수치라고는 하지만, ‘전세계 최대 밀 생산국’이라는 타이틀 아래 다량의 밀을 배출해냈던 지난해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프랑스, 그리고 독일 등지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극심한 무더위로 인해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자국 밀 생산량이 1,940만 톤으로, 전년비 1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요, 프랑스의 연밀 생산량도 2600만 톤으로, 지난해의 3,630만 톤에 비하면, 약 28% 적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역시 날씨의 문제로 생산 여건이 불안한 상태라고 합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
최보화 외신캐스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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