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은 물·전기 끊겨 컵라면으로 때우는데 '업무추진비'로 한우 술자리
지난 며칠 동안 이어진 폭우로 전북지역에서 수백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도의회 법인카드를 사용한 '술자리 회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법인카드 쪼개기 꼼수' 등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가 하면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처 간부는 이를 확인하려는 <프레시안>기자에게 "카드사에 가서 물어보라"는 식의 반응으로 숨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도의회와 사무처는 '물폭탄 한우회식'에 대한 도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음에도 도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흘러 잠잠해 지기 만을 기다리는 듯한 무사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과 10일 사이 최대 300㎜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진 전북 지역은 도로와 하천, 교량 등 각종 시설물 피해가 354건에 주택 파손이 450건 가축 10만 두, 농작물 침수 3895㏊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또 폭우로 인한 주민 대피가 323세대에 700명으로 늘어났다가 아직도 100여 명 가량의 주민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가 된 10일 오후에는 말 그대로 비가 그치면서 수해 현장에서는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처참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 펼쳐졌고, 특히 물과 전기 공급마저 끊긴 상태에서 때를 넘겨가며 겨우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는 당시 상황"이었다는 피해 주민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완주군 운주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제방이 붕괴되면서 하천이 범람해 면 소재지 일대의 상가와 초등학교, 주택 등에는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정치인들이 '한우회식'을 벌인 날 수해복구 현장에서는 식당과 식료품 가게 등도 극심한 피해를 입어 복구현장에 투입된 인력들은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량이나 부식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웠다.
일부는 전주나 인근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 라면과 부식, 연료 등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학교와 관광서 직원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이처럼 전북도내 전 지역이 수 십년 만의 재난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을 '자신들의 텃밭' 정도로 여기는 민주당 국회의원과 같은 지역구 도 의원들이 피해현장으로 달려 가기는커녕 언론인들을 불러 술을 겸한 접대성 회식을 가졌다는데 대해서 도민들은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는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그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술자리를 만들고 '엄지척'을 날리는 인증샷을 찍어 국회의원 SNS에 올릴 수 있냐"며 분노하고 있다.
한 전직 도 의원은 "참담하다"면서 "전북의 정치인들이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은 전북지역이 민주당 일색으로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그들의 막강한 공천권행사로 도 의회와 시군 의회가 구성되다 보니 주민의 안위 문제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과 일부 기자들과의 '돈독한 관계설정'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인 13일, 도내 수해지역인 완주군 운주면 일대 피해현장을 돌아 본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전북 지역이 이처럼 '물폭탄'으로 인해 이재민들이 하루아침에 소중한 터전을 잃고 길바닥에 내 앉은 상태인데, 전북의 모 국회의원은 기록적 폭우가 내린 당일 오후 지역구 도의원, 도의회 출입 기자들과 술자리를 즐겼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최인 기자(=전북)김대홍 기자(=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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