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우산이 12만원…팬덤마케팅이 뭐길래[헛다리경제]

김진선 2024. 7.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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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과도한 소비 야기한 팬덤마케팅
불필요한 소비 주의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편집자주 - 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기 가수나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팬심을 자극하는 팬덤마케팅. 언뜻 보면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는 소비자, 매출을 올리는 기업 모두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팬덤마케팅이 과도한 가격 책정과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자들은 정품·품절을 이유로 인기 많은 굿즈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희귀 굿즈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가수 임영웅이 하나은행 광고모델로 발탁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거래 은행을 옮겼다는 어머니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하나은행은 고객들에게 포스터, 굿즈 등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팬심을 움직였다.

화장품, 생필품, 먹거리, 은행까지. 팬덤마케팅이 기업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관장이 지난 4월24일부터 5월2일까지 진행한 임영웅 굿즈 이벤트는 2만명이 넘는 새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BTS, 세븐틴, 블랙핑크 등 연예인 교통카드를 내놓은 편의점 CU의 교통카드 매출 신장률은 2022년 9.7%에서 2023년 30.6%로 증가했다. 올해(1~5월)도 무려 41.2%나 올랐다.

가수 앨범(CD)에도 팬덤마케팅이 적용된다. 앨범 안에 들어간 랜덤 포토 카드, 희귀 포토 카드 때문에 일부 극성팬들은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의 앨범을 구입한다. 앨범을 다량으로 구매해야 팬미팅 참여나 팬 사인회, 쇼케이스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다량의 앨범을 구매해 행사 응모권만 챙기고 본품은 버리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굿즈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공연 규모 확대와 MD(굿즈) 매출 상승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하이브 1분기 매출의 약 40%는 굿즈·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부문에서 나왔다.

팬심 자극… 고가에 판매되는 굿즈들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스타를 내세운 굿즈는 일반 제품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블랙핑크 포토북(한정판)은 29만5000원, 아이브 인형은 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한정판'과 '품절'을 가격 책정의 배경으로 밝혔다. 아이브 인형 판매자는 "크리스마스 한정판이고 다른 곳에서는 다 품절인 상태라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공식 홈페이지 품절 제품이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뉴진스 우산은 온라인에서 5만~1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1만원 선인 일반 3단 우산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판매자는 "일본 팝업스토어에서 구해온 제품이라 추가 금액이 붙었다. 모두 한정판으로 나온 것"이라며 "시세에 따라 금액이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당근이나 번개장터를 통해 굿즈를 재판매하는 사례도 늘었다. 작년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스타 굿즈 카테고리의 총 거래액은 700억원 이상. 2022년 대비 약 20%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약 15% 늘었다. 가장 많이 거래된 품목은 팬시·포토카드다.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인 61%다. 이 밖에 ▲인형·피규어(19%) ▲음반·영상물(7%) ▲포스터·화보(5%) ▲응원도구(3%) ▲의류·패션잡화(3%) ▲기타(2%) 순으로 나타났다.

굿즈를 구매한 팬들의 입장은 어떨까.

29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한정판 앨범에 대해 현지나씨(27)는 "원래 가격은 7만4200원인데 한정판 타이틀에 포토카드, 포토북 등 구성을 넣고 30만원 가까이 판다"며 "오랜 팬이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을 덕후라 지칭한 이보민씨(29)는 "팬심을 이용해 고가에 판매하는 행위를 오래 보다 보니 이제 반감이 들 정도"라며 "평범한 티셔츠나 맨투맨에 멤버 이름이나 사진을 넣고 10만~20만원에 파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문제"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잘 사용하면 괜찮지만, 과도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취약 소비자(청소년이나 어르신)를 공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에서도 마케팅을 진행할 때 '유용성'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고가에 판매되는 굿즈에 대해 "팬심을 악용하는 것"이라면서 "팬들이 굿즈를 구매하며 합당하다고 느끼는 것이 맞는데 몇 배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거래질서 관점에서 조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진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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