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인플레로 치솟는 먹거리 물가… 글로벌 식량위기 공포 [세계는 지금]

조성민 2024. 7. 13.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부른 작황 부진
올리브·코코아 폭염 여파 가격 급등
밀 생산량도 10년 내 24% 감소 관측
가뭄에 파나마운하 물길 제한 물류비 ↑
허리케인·산불 등 재난 비용도 가중
6월 지구 평균 16.66℃… 관측 이래 최고
온난화 인한 소득 감소 > 탄소 저감 비용
“기후변화 경제 손실, 전쟁 피해 맞먹어
전 세계 피해액 2050년 최대 59조달러”

“아니, 올리브 오일이 왜 이렇게 비싼 거죠?”

지난 3월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창고형 유통업체 코스트코 관련 대화방에 이 같은 성토가 쏟아졌다. 한 유통업체 올리브유 한 병 가격이 갑자기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등을 거듭, 올해 t당 1만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물가상승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 ‘기후플레이션’(기후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농작물 등 식물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맥스 코츠 연구원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온 상승으로) 식물은 잎을 통해 더 많은 수분을 잃고,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할 뿐 아니라 광합성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제학자들이 기후변화가 전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후변화 청구서’가 점점 비싸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환경 보호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올리브·코코아·옥수수… 식량 위기 올지도

올리브가 기후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가 된 이유는 온도 상승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이상 고온으로 유럽에 가뭄이 덮치면서 올리브 수확량이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은 유럽에서 기록상 두 번째로 더웠는데, 그 여파로 연초엔 올리브 열매가 잘 안 맺혔고 여름엔 채 익기도 전에 줄기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농무부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고온 현상 탓에 지난해 유럽 지역 올리브 오일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등 유럽연합(EU)은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t당 1만88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코아 역시 서아프리카의 폭우와 극심한 더위로 가격이 올해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미국 농업경제학자 제리 넬슨은 WP에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도 기온 상승에 매우 취약한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기후플레이션은 단순 가격상승이 아니라 식량 위기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주요 옥수수 재배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작황이 실패할 위험은 최근 수십년간 연간 6% 수준이었으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를 넘어서면 연간 40%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한 연구팀은 2021년 과학저널 네이처푸드 게재 논문에서 “현재처럼 대기중 온실가스가 고농도를 유지하면 10년 안에 밀 생산량은 24%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상기후·자연재해로 화물 운송비·보험료↑

기후변화는 빈번한 이상기후·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며 우리에게 또 다른 ‘별도 비용’을 청구한다. 홍수, 가뭄 등이 발생하면 화물 운송 비용과 보험료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 당국은 완공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통행 선박 수를 제한했다. WP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에는 평균적으로 하루 약 35∼40척이 지나다니는데 올해 초 10∼20척 초반까지 줄었다. 파나마운하 통행이 축소되면서 일부 화주는 수백만달러 수수료를 지불했고 일부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대 아이만 오마르 교수는 “파나마운하 상황은 지구 온난화와 재난이 심각해질수록 공급망에 더 큰 타격이 가해지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에 위치한 저수지. VOA 캡처
미국 스테이트 팜 제너럴 보험사는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주택 소유자 보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WP에 밝혔다. 지난해 봄 폭풍으로 주택 소유자 보험 손실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보험 부문 전략가인 팀 자와츠키는 “재해 손실이 매년 증가하진 않겠지만 5∼10년 동안엔 예전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인 금융 사이트 뱅크레이트의 분석가이자 전 보험 에이전트 섀넌 마틴은 기후 위기가 자동차 보험료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허리케인, 산불 또는 홍수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거주하면 재난으로 자동차가 손상되거나 파괴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손실 ‘눈덩이’… 환경에 투자해야

하버드대 경제학과 에이드리언 빌랄 교수와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디에고 칸지그 교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게재한 최근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한 국가의 지속적인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버금간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2%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지난 120년간 173개국에서 나타난 온도와 풍속, 강수량 등을 바탕으로 GDP와 인구·소비·투자·생산성에 관한 정보를 결합해 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에서 이들은 “지구 온도 상승은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극단적 폭염과 가뭄·홍수 등을 불러왔다”며 “이로 인해 투자와 국민 소득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진=AP연합뉴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역시 네이처에 발표한 최근 논문 ‘기후변화의 경제적 투입’에서 지구 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되면 2050년까지 세계 평균 소득이 최소 1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연평균 피해액은 2050년에 최대 59조달러(약 8경161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1600개 이상의 지역에서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가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와 최첨단 기후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향후 26년간 국가별 경제 영향을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필요한 비용보다 더 큰 규모로 소득이 감소한다는 점을 들어 기후변화를 막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계산된 피해는 과거 탄소 배출량의 결과로 대부분 평균기온 변화로 발생한 것”이라며 “폭풍이나 산불 등 다른 기상이변까지 고려하면 예상 피해 추정치는 약 50%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 피해액은 지구 기온 상승을 2도로 제한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6배나 크게 나타났다”면서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인명과 생물다양성 손실 등 비경제적 영향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역대 가장 더운 6월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중이다. 초여름 더위에 각국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지구 평균기온은 역대 6월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지난 4일 올해 6월 지구 평균기온이 16.66도로 같은 달 대비 관측 이래 최고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치인 지난해 6월보다 0.14도 상승한 것이다. 1940년 이래로 지난해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로 더운 달로 기록됐다. C3S는 “지난달 말까지 12개월 동안 세계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였으며 산업화 전인 1805∼1900년보다 1.64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C3S의 기후학자 니콜라스 줄리앙은 기온 상승의 원인으로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줄리앙은 “지난 1년간 온난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돼온 엘니뇨 현상이 소멸하고 라니냐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면서 “해수면 온도가 지금처럼 높게 유지된다면 라니냐가 발생하더라도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