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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hrs last two weeks / 2.6 hrs on record
Posted: 17 Dec @ 9:30pm
Updated: 17 Dec @ 9:5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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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환경 그래픽과 높은 수준의 만화, 미려한 카드 디자인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줍니다. 이 게임은 진행이 꽤 느립니다.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으며, 상호 작용은 다시 굴리기 카드 한 장을 파밍할 때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동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고 전투 중에도 네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스토리가 진행될 땐 만화책을 넘길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감상해야 하죠. 그럼에도 보기 좋기 때문에 심하게 답답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주사위 굴림과 롤플레잉에서 재미를 찾는 순간,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고 싶은 의욕은 곤두박질 치고 맙니다. 실패한 주사위 값은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진행이 아니라 단순히 게임을 망칠 뿐이며, 선택지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어도 이야기는 선형적이고 결국 하나의 답을 요구할 뿐입니다. 모든 도전 과제가 플레이를 하면 저절로 달성되는 스토리 진행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고요. 게임에서 발더스 게이트를 추구하는 건 욕심이지만, 자유도가 전혀 없고 상황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NPC들이 있는 세계는 게임에 몰입할 수 없게 합니다.

저는 세계와 이야기에 흥미를 전부 잃었기 때문에 다섯 장 중 두 번째 장을 진행하던 중 하차했는데, 사실 가장 큰 결함은 전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턴 모든 행동에 주사위를 굴리는 턴제 전투로, 주사위 굴림의 성패에 따라 적과 아군의 사기가 달라집니다. 행동 포인트는 이동과 공격 등에 다양하게 쓰이며, 이롭거나 해로운 효과를 발동하려면 카드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알맹이는 다른 CRPG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장비 세팅이나 레벨 업 등 인터페이스와 사용 체계에 차별점을 주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은 많이 들더라고요. 다만 이런 노력이 직관성을 매우 떨어뜨렸으며 사용성도 현격히 떨어집니다. 딱히 특별하지 않은 시스템을 복잡하게 비틀고 분산시켜 둬서 번잡스럽게 만들었달까요. 주기적으로 팁에 등장하는 '재밌게 즐기려면 설명을 꼼꼼히 읽어 봐라' 하는 메시지는 실패한 디자인을 시인하는 것만 같습니다. 꼼꼼히 읽고 시스템을 이해해도 재미를 높여주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만요.

게임의 난이도는 하나 뿐이며, 1장 기준으로는 매우 쉽습니다. 일반적인 레벨 디자인이라면 후반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죠. 만약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만 삐끗해도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곤 돌이킬 방법이 없거든요. 조작감이 컨트롤러든 마우스든 무척 안 좋고 원하는 행동 하나를 하기 위해 클릭해야 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인데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카메라는 자유롭게 돌려 볼 수가 없습니다. 누르고 싶은 타일이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잘못 선택되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한국어 기준으로는 컷씬에 자막도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온점 하나만 찍혀 있는 걸 볼 땐 자막이 통째로 누락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옵션에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없고요. 10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꾹 참고 스토리만 볼까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겠더라고요.


✍🏻 큐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팔로우하고 리뷰를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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