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심봉석 교수】
유명 연예인 2명이 정자 때문에 좌절했다. 지난 1월 한 방송에서 방송인 이상민과 배우 김승수의 정자 상태가 공개됐고, 정자 활동성 미달이라는 결과를 받아 화제가 됐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정자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난임이라고 하는데 난임의 원인은 남성 1/3, 여성 1/3, 남성과 여성 둘 다인 경우가 1/3 정도라고 본다.
남성 난임은 정자가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최근에는 남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정액량과 정자 운동성이 감소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정자 문제로 난임이 되지 않으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 건강한 정자를 위해 지금 버려야 할 습관을 소개한다.
정자가 많아야 임신 가능성↑
임신이 잘되는 건강한 정자는 정상 모양(올챙이 모양)에 잘 움직이는 정자다. 하지만 이런 건강한 정자만 있다고 해서 임신이 잘되지는 않는다. 일단 정자의 양이 충분해야 한다. 최소 4천만 마리의 정자가 있어야 정상이며, 임신을 위한 정자의 수는 1억 마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 중에서 운동성이 있는 정자의 비율은 40~60%, 정상 모양의 정자 비율은 4~15% 정도이다.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심봉석 교수는 “정상 모양의 운동성을 가진 정자는 임신에 사용되고 나머지 운동성이 없거나 비정상적인 모양의 정자는 강한 산성인 여성 질 속 환경과 세균들로부터 정상 정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임신이 잘되려면 정자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인해전술이 필요하다. 소수의 정상 정자와 다수의 비정상 정자가 조화롭게 작용해야 임신이 된다.
정액이 약간 끈적한 상태인 이유는 한 마리의 정자라도 이탈 없이 여성의 질 안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정액이 처음부터 물 같은 액체 상태로 나오면 질 속으로 보내진 정액이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액 검사는 정자와 관련된 남성 난임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다. 정액 검사를 하면 정자의 수, 운동성이 있는 정자 비율, 정상 모양의 정자 비율을 알 수 있다.
정액 검사에 필요한 정액은 비뇨의학과에 있는 작은 방(핑크 룸)에 들어가 스스로 자위를 해서 채취한다.
심봉석 교수는 “난임 가능성이 있다면 보통 3주 간격으로 2번 정액 검사를 실시한다.”며 “정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마지막 사정 이후 4~5일이 지난 시점의 정액을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사정한 지 얼마 안 되면 정액의 농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오래되면 기형 정자의 비율이나 운동성이 감소할 수 있다.
정자 생성 방해하는 생활 습관 3가지
난임을 둘러싼 정자 문제는 다양하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질병으로 인해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고 정액이 지나가는 길에 문제가 생겨 임신이 안 되기도 한다.
나쁜 생활 습관 역시 정자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심봉석 교수는 많은 남성이 무심코 하고 있지만 정자 생성을 방해하는 생활 습관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 운동 부족과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다.
오래 앉아 있으면 골반 근육이 긴장돼서 고환, 전립선, 정낭 등 요로생식기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심봉석 교수는 “빨리 걷기 30분, 근육 운동 10분 정도를 주 5회 이상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둘째, 늦게 자는 습관이다.
적절한 수면은 남성 호르몬과 정자의 생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정자 생성에 필수적인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숙면 상태에서 최대로 만들어진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밖에서 술 마시며 노는 젊은 남성이 많은데 정자 건강을 위해 새벽 2시~6시를 중심으로 규칙적이고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셋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습관이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건강한 정자 생성도 방해한다. 심봉석 교수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개발해 바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장소를 가능한 한 멀리 벗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밝은 태양을 보며 맑은 공기를 쐬는 산책도 좋다. 만약 밖으로 나가서 산책할 수 없다면 옥상이나 발코니로 나가 머리를 식힐 수 있다.
한편, 음주나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면 이 역시 정자 생성에 나쁜 영향을 주는 습관임을 알아야 한다.
건강에 좋은 습관은 정자에도 좋은 습관
정력이나 정자에 좋은 건강식품이라는 광고가 넘쳐난다. 혹하는 마음도 생기고 실제로 건강식품을 사서 먹기도 한다. 사실 정자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은 특정한 음식이 아닌 습관에 달려 있다. 앞서 말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과 같은 나쁜 습관을 피하고 닭가슴살처럼 순수 단백질 식품,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정자 생성에 도움을 준다.
심봉석 교수는 “정자 생성을 높이는 특별한 비법은 없으며 규칙적인 운동, 규칙적인 수면, 영양 높은 식사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된다.”고 말한다.
Tip. 정자와 관련된 속설 4가지 ‘진실 혹은 거짓’
속설1. 정자 건강에는 딱 붙는 팬티보다 헐렁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트렁크 팬티가 좋다! O
정자는 고환의 세정관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열이 발생한다. 고환에서 충분한 수의 건강한 정자를 만들려면 고환이 들어 있는 음낭의 온도가 체온보다
3~5도 정도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 딱 달라붙는 팬티는 골반의 혈액순환을 방해할 뿐 아니라 열을 밖으로 방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팬티가 남성 건강에 좋다.
속설2. 임신이 잘되려면 남편이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 O
담배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은 고환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고, 흡연으로 인한 혈류 장애는 성호르몬과 정자의 생성을 감소시킨다. 과음이나 빈번한 음주도 성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정자의 생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한 1년 전부터 과음을 피하고 금연하는 것이 좋다.
속설3.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정자에 해롭다! X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고환에 손상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고환 세포나 정자가 전자파의 영향을 받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스마트폰을 고환과 가까운 바지 앞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습관은 고치는 것을 추천한다. 스마트폰을 앞주머니 대신 뒷주머니에 넣으면 엉덩이나 골반의 지방세포가 전자파를 방해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전자파에 의해 고환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속설4. 아르기닌, 아연이 든 남성 영양제를 먹으면 정자에 좋다! △
아르기닌은 정자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이고 아연은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르기닌과 아연이 정자 생성과 정액 분비에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필수적인 영양소는 아니다.
심봉석 교수는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에서 배뇨장애, 전립선질환, 갱년기 증상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소변건강연구소 소장과 메디컬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오줌과 성, 인문학을 만나다>,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가 있다.
정유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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