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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오보'로 바뀐 1시간 40분, 한덕수 운명도 바꿨다

등록 2024.12.24 18:39 / 수정 2024.12.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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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기사가 오보가 된 건 불과 2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시각으로부터는 딱 10분이 경과한 때였다. 탄핵안을 들고 접수를 위해 국회 의안과까지 갔던 민주당은 돌연 오는 26일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동의가 이뤄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며 발의를 거둬들였다.

기자는 <[단독] 민주, 한덕수 탄핵안 오늘 중 발의…"27일 표결할 것"> 해당 기사를 쓰기 전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과 통화를 했다. 이들은 모두 헌법재판관 임명 처리로 헌재의 9인 체제 완성, 이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신속히 이끌어내는 것이 제1의 목표라는 데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시간대별로 달리 연락했던 이들에겐 묘한 입장 차가 느껴졌다.

일단 먼저 연락이 닿은 인사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한대행이 쌍특검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자, 탄핵 절차를 즉시 개시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당장 오늘 발의하지 않은 점"에 무게를 뒀다. 마음만 먹으면, 이미 김용민 의원이 탄핵안을 써놓은 터라 당장 발의가 가능하지만, '절차 개시'라고 표현한 것은 한 대행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쌍특검 처리보다도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동의가 한 대행 거취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콕 짚었다. 앞서 말했듯 윤 대통령 '파면'이 이들에겐 가장 급선무인 목표였던 까닭이다.

26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넘겼는데 한 대행이 전자결재를 바로 한다면, 나머지 특검법에 대해서는 법적 시한인 내달 1일까지 기다려주는 것이고 아니라면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27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특검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이미 공수처와 경찰,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수사중인데다 헌재 심리마저 시작되면 특검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명 열흘이 된 한 대행을 곧장 탄핵소추하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부담스러운 것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내란 공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만, 외교부 차관이 방미 중인 상황에서 거대야당의 횡포처럼 비춰질 여지가 있고, 이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뒤 다른 복수 관계자가 통화에서 "오늘 한 대행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업무 시간 중 할 것이고, 곧 당 차원의 공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곧장 원내에서 발의를 알리는 백브리핑이 나왔다.

한 대행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란 앞선 관계자의 말과는 결이 다른 조치. 이유를 물으니 "한 대행이 재판관 임명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때가 3시 50분쯤이었다. 적어도 기자에게, 불과 1시간 반여 만에 전혀 다른 상황 변화가 감지됐다.

그 사이 민주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보도가 있었다"고 했다. 모 언론에선 오후 3시 8분쯤 (수정 시각) <여권 핵심 "한덕수, 헌법재판관 3명 임명 않기로 입장 굳혀">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한 대행이 민주당의 제1요구인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기로 결론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보도가 민주당 오후 의총에서 거론됐고, 만장일치로 한 대행 탄핵안을 당론 발의 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론 발의 결정을 알린 시각은 오후 3시 55분이었다.

그러나 4시가 넘어 총리실에서 입장이 나왔다. 해당 보도를 가리켜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 입장을 정한 사실이 없음을 말씀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사안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판단한다는 원칙 아래, 어떤 예단도 없이 여야는 물론 언론계, 학계 전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며 서로 상충하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도 했다.

혹시 민주당이 확인했다는 한 대행의 '의중'이 해당 기사나 혹은 기자의 이야기를 뜻했던 것일까. 그래서 부랴부랴 써놨던 탄핵안을 들고 의안과까지 찾아갔던 것일까.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한 대행 입장이 나오자 도로 칼집에 칼을 집어넣은 것일까.

대한민국의 수장이 또 한 번 탄핵 심판대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40분이었다. 임명된 지는 열흘 만이다.

민주당이 서두르는 이유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도래한 이래 최초 비상계엄 발동 주범에 대해 법의 심판이 신속하고 또 엄정하게 이뤄져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절차 역시 정교하고 신중해야 한다. 벌어진 일에 대한 심판과 동시에 상처 입은 혼란의 대한민국을 신속히 수습해야 하는 일도 당연히 국회가 앞장서 해야할 일이다. 국가 수반을 직무정지 시키는 일이 최후의 지정생존자를 정하는 '배틀로얄' 게임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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