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막! 이재명 시대…그 앞에 놓인 4가지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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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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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사니즘’, 조국‧김경수 카드, 사법리스크…

● 권리당원 88.14%, 대의원 74.89%, 여론 85.18% 득표
● 김민석, 전현희, 한준호, 김병주, 이언주 최고위원
● 전대 초반 선두 정봉주, 11.7% 득표 그쳐
● 호남 권리당원 4명 중 3명 전대 투표 안 해
● 90%대 지지는 사법리스크 반사이익
● ‘차기주자’ 이재명, 전국 지지율 22%, 20대 11%
● 윤석열 심판이냐, 여의도 대통령 심판이냐
●“‘人의 장막’으로 정보 왜곡, 판단 미스 가능성”
● 巨野 당 대표는 ‘위기’…견제심리 작동 가능성
● “친노‧친문이 조국‧김경수 필승카드를 만들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8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
8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85.4% 득표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김두관 후보는 12.12%, 김지수 후보는 2.48%를 득표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18.23% 득표로 1위를 기록했고, 전현희 15.88%, 한준호 14.14%, 김병주 13.08%, 이언주 12.3%로 당선했다. 전대 초반 선두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는 11.7%로 6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에 당선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2년 전 전대 때 득표한 77.7%보다 더 많은 득표로 당선함으로써 ‘이재명 시즌2’는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당초 민주당 당헌대로라면 이 대표가 2027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에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6월 17일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당헌을 개정함으로써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이 대표가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얘기가 나왔을 만큼 민주당은 이미 친명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돼 있다. 거기에 지방선거 공천까지 이 대표가 주도하게 될 경우 당내 친명세력은 더욱 확대될 공산이 크다. ‘어차피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란 얘기가 나올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8‧18 전대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한 이 대표는 바야흐로 한국 정치에 ‘이재명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이재명 대표 시즌2’는 ‘차기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예고편일까. 아니면 지금이 ‘정치인 이재명의 클라이맥스’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박찬대 원내대표‧김병주‧전현희‧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왼쪽부터)이 8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의 공통점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에 당선한 이들 가운데 김영삼(YS), 김대중(DJ),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직전 대선에 낙선한 후 다음 대선에 재도전해 당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28.03% 득표로 2위를 기록했던 YS는 1992년 대선 때 41.96% 득표로 당선했다. 같은 선거에서 33.82% 득표로 낙선한 DJ는 5년 뒤 치러진 1997년 대선에 40.27% 득표로 대통령에 올랐다. 2012년 대선에 48.02% 득표로 뜻을 이루지 못한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 41.08%로 당선했다.

2위 득표로 낙선한 후보가 그다음 대선에 당선한 비결로 ‘덧셈 정치’가 꼽힌다. YS는 민정·민주·공화 등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대선 후보로 나서 대권의 꿈을 이뤘고, DJ는 김종필·박태준까지 함께한 ‘DJT 연대’로 39만557표, 1.53% 득표율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YS, DJ 두 사람 모두 ‘덧셈 정치’ 덕에 직전 대선 때보다 득표율을 끌어올려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첫 대선 도전 때보다 두 번째 대선 득표율이 더 낮았다. 그는 ‘작은 덧셈’과 ‘큰 뺄셈 정치’가 교차한 케이스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통합당은 2014년 3월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물러났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2015년 2월 문재인 대표가 전면에 등장했다. 친문과 비문 내홍 끝에 그해 12월 창당의 한 축이던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자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20대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됐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6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창당한 김민석 의원 중심의 민주당을 흡수 합당했다.

문 전 대통령 대선 지지율이 첫 대선 때보다 두 번째 대선이 낮은 이유는 선거 구도와 관련이 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대 문재인’ 양자 구도로 치러진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대선에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5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면서 지지층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선 재수로 대통령에 당선한 이도 있지만 두 번 연속 대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경우도 있다. 1997년 대선 때 38.74% 득표로 낙선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2년 대선에 다시 도전했지만 46.58%에 그쳐 49.91%를 득표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밀려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22년 3·9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0.73%라는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YS·DJ처럼 2027년 차기 대선에 다시 도전해 대통령에 당선하는 영광의 길을 걷게 될까, 아니면 이회창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대선 2연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까.

‘어대명’ ‘확대명’ ‘구대명’
13대 대선 후보 포스터(왼쪽). 14대 대선 후보 포스터.
김영삼 전 대통령은 13대 대선에 낙선 후 14대 대선 에 당선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 때 낙선 후 15대 대선에 당선했다. [동아DB]
8·18 민주당 전대를 휩쓴 구호는 ‘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90% 넘는 이들이 대표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는 ‘확대명’ ‘구대명’이었다. 2년 전 전대 때 나왔던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호보다 한층 강력해진 것이다.

17개 시·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대표는 인천(93.77%) 강원(90.02%) 대구(94.73%) 경북(93.97%) 울산(90.56%) 부산(92.08%) 경기(93.27%) 대전(90.81%) 세종(90.21%)에서 90% 이상 득표했다. 민주당 대표 선출 때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56% 반영한다는 점에서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 후보가 당 대표에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14%를 반영하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서도 이 후보는 74.89%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구대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압도적 득표로 당선한 것이다.

다만 지역 순회 경선에서는 ‘구대명’이란 얘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핵심 지지기반으로 통하는 호남 지역 투표율이 유독 낮아 눈길을 끌었다. 15만1162명의 권리당원이 포진한 전북에서는 당대표 투표에 3만662명이 참여해 20.28% 투표율을 기록했고, 15만5842명의 권리당원이 있는 전남 지역 투표율도 23.17%에 그쳤다. 10만2925명의 광주 투표율도 25.29%였다. 전북 권리당원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당대표 투표에 참여했고, 광주·전남은 네 명 중 세 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절대 다수 호남의 권리당원이 8·18 전대 지역 순회 경선 때 대표 선출권을 포기한 이유는 뭘까.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마뜩잖게 여기는 호남 권리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8월 18일 권리당원 ARS 투표까지 종합한 권리당원 투표율은 42.18%였다.

당대표 선출 때 30%를 반영하는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표는 85.18%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두관 후보는 11.72%, 김지수 후보는 3.11%를 기록했다.

2022년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즉각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 역할이 컸다. ‘졌지만 잘 싸웠다’며 이 대표의 정치 재개를 촉구한 ‘개딸’의 열성적 요구(?)에 힘입어 이 대표는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치 무대에 곧바로 복귀할 수 있었다. 여세를 몰아 그해 8월에는 민주당 전대에 출마해 당권까지 거머쥐었다.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 지지층의 열성적 지지에 힘입어 지금의 이 대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즌1’은 사법 리스크와 함께한 2년이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불거진 대장동 의혹에 이어 백현동, 성남FC, 쌍방울 대북송금 등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 칼날이 집요하게 이 대표를 괴롭혔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대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하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후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데 이어 22대 총선에 대승을 거두며 차기 주자로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재명 1기 대표 체제가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 대표를 보호하는 ‘방탄용’ 성격이 강했다면 8·18 전대에서 압도적 득표로 다시 당대표에 선출된 ‘이재명 시즌2’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8·18 전대에 당권 도전에 나서며 이 대표가 꺼내 든 구호는 ‘먹사니즘’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자신의 두 번째 당권 도전 이유로 제시한 것. 이는 곧 유력 차기 주자로서 이 대표가 사실상 차기 대선 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민주당 내에서 나타나는 이 대표에 대한 강력한 지지세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일 수 있다”며 “집요하게 수사했는데도 집어넣지 못하는 검찰에 대한 야당 지지층의 불신이 이 대표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이미 충분히 노출된 리스크”라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창당 후 국회의원에 당선한 것처럼 사법 리스크 자체는 차기 주자 이재명 대선가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에게 앞으로 중요한 것은 거대 야당 대표로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서 얼마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느냐”라며 “야당이 정책적으로 국정을 주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가 본인이 강조하고 있는 ‘먹사니즘’에서 성과를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기대가 더 커질 수도 있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다. 그 결과 여소야대는 ‘여소거야’로 의석 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과반의 원내 제1당 거대 야당을 이끌게 된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때문에 차기 대선이 윤석열 정부 5년에 대한 심판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여의도 대통령’ 2년에 대한 심판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혁진 변호사는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 대표는 차기를 노리는 이 대표에게 ‘기회’라기보다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도 맘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까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2027년 5월부터 23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2028년 5월까지 최소 1년 동안 입법부와 행정부를 이 대표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강 제왕적 대통령이자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권력자가 탄생할 수 있기에 그 점을 우려해 이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차기 대선에 작동할 수 있다.”

당심 따로, 민심 따로
이 대표가 당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두 번째 당대표에 당선했지만 당심과 민심에는 만만치 않은 거리가 존재한다. 7월 넷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2% 득표해 1위를 기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3%, 홍준표 대구시장 3%,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3%, 오세훈 서울시장 2%, 안철수 의원 1% 순이었다.

‘구대명’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이 대표가 당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주당 밖에서는 아직 강력한 지지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경기·인천(24%)과 호남(46%)을 제외하고 서울(17%), 대전·세종·충청(19%), 대구·경북(11%), 부산·울산·경남(19%) 등 대부분 지역에서 이 대표는 전국 평균 이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세대별로도 40대(37%)와 50대(35%)에서만 평균 이상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 20대(11%)와 30대(21%), 60대(14%), 70대 이상(11%)에서는 평균 지지율을 하회했다. 특히 20대에서 이 대표는 전국 평균 지지율(22%)의 절반(11%)에 머물렀다. 이 대표 다음으로 20대에서 높은 지지를 기록한 이는 이준석 의원으로 7%를 기록했고, 한동훈 대표와 홍준표 시장이 각각 6%를 기록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는 22대 대선 때 당락을 가른 주요 변수인 세대별 투표 결과가 차기 대선에도 여전히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구대명’은 민주당 내 이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을 상징하는 단어다. 하지만 당심과 민심의 큰 괴리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구대명’이 차기 주자 이재명에게 꼭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친명 중심으로 ‘인의 장막’이 쳐질 경우 정보 왜곡이 발생해 상황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내가 옳다’는 식의 엉뚱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부터 실수가 반복되고 국민 기대나 눈높이와 다르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되면 당심과 민심 사이 괴리는 더욱 커져 지지층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22대 총선 이후 이 대표의 정치적 비중은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 조직 개편도, 차기 총리 인준도 이 대표 동의 없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가 결심하면 각종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능했기에 여의도에서는 이 대표가 국회 운영을 주도한다는 의미로 ‘여의도 대통령’이라 불린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대통령이 공포해야 법률로서 효력이 생기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한다. 22대 국회 의석 분포가 ‘여소거야’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폐기되고 있다. 22대 총선 때 민주당 1호 공약으로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법도 국회는 통과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현우 교수는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 리더십은 당내에서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아직 미완의 리더십”이라며 “국민 피부에 와 닿도록 자신이 말한 ‘먹사니즘’ 해결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느냐 여부가 차기 주자 이재명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재명 시즌1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수비’ 위주였다면, ‘시즌2’에서는 능동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내야 진정한 차기 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개의 ‘허들’, 2026년 지방선거, 사법 리스크
이 대표가 차기 대선으로 향하는 길에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는 2026년 지방선거다. 민주당은 2022년 3·9 대선 패배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22대 총선 승리로 정권 탈환을 위한 반전의 계기는 마련했지만, 승기를 굳히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2022년 참패를 만회해야 한다.

정혁진 변호사는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재명 불가론’이 불거질 수 있다”며 “당내 친노·친문 세력이 당 밖 조국혁신당과 연대해 조국이냐, 김경수냐를 놓고 필승 카드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가 넘어야 할 두 번째 허들은 2년 내내 이 대표를 따라다닌 사법 리스크다. 대선 전에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실형이 나와 사법 처리가 현실화할 경우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종훈 평론가는 “현재 야권은 22대 총선을 거치며 1차 분열한 상태”라며 “친문 일부가 떨어져 나가 조국혁신당을 창당했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으로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현실화 여부에 따라 친노·친문 세력이 결집하면서 2차 분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차기 대선 경선은 당대표 경선처럼 ‘구대명’이나 ‘어대명’ 얘기가 나오기 어렵다”며 “아무리 이 대표가 유리하다 하더라도 6대 4 정도로 앞선 수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전 새천년민주당에서 이인제, 노무현 두 후보가 맞붙었을 때 당내 경선 판도를 바꾼 것은 당시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가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2027년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만약 이 대표가 여권 대선 후보로 누가 나오더라도 압도할 수 있는 지지율이 나온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특정 후보에게 뒤처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야권 지지층 사이에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2002년 11월 15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뒤 서울 여의도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고 있다. [동아DB]
‌2002년 대선 때 ‘노풍’에 힘입어 노무현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그해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노 후보 지지율은 하락하고 2002 월드컵 열풍에 힘입어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자 당내 일각에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결국 노 후보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응해 후보단일화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선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듯 차기 대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게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라는 점에서 어떤 상황 변화가 생길지 지금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동훈과 이준석 단일화
7월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강력한 야권 차기 주자로 건재할 경우 여권 지지층에서는 ‘누가 이 대표를 꺾을 필승 카드냐’를 따져 표를 모아줄 공산이 크다. 이종훈 평론가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두 번의 의외의 선택을 했다”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 번째 의외의 선택은 2021년 전대에서 이준석 대표를 선출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은 바른정당으로 나갔다 돌아온 주변부 정치인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참신성을 높이 사 이준석을 당 간판으로 세웠다. 두 번째 의외의 선택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며 키운 상대 진영 인물을 영입해서 대선 후보로 세웠다. 두 번의 의외의 선택이 맞아떨어져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2027년 대선 때 국민의힘 지지층이 또다시 그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때까지 이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남아 있다면 이 대표를 꺾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구든 그 후보가 혜성처럼 대선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개혁신당 이준석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자 변수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민주당의 한 원로 정치인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지금 드러난 여론은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라기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워낙 못해서 상대적으로 낫다고 평가받고 있는 거다. 그런데 차기 대선은 윤 대통령과 치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윤 대통령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걱정이다. 국민은 ‘못난이 경쟁’하는 것을 싫어한다. 누가 더 비전 있는지를 따져 지지한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윤 대통령 임기는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 즉 윤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 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루도 평온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을 만큼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에서 2년 6개월은 조선왕조 260년에 비유할 만큼 긴 시간이다. 당내 열성 팬덤에 취해 ‘다 된 것’처럼 김칫국물을 들이켰다가는 2년 6개월 뒤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자명하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 감독을 지낸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도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차기 대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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