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낙인? 두렵지 않다" 텔레그램 성범죄에 시위 나선 대학생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현장]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에 피켓 시위 나선 대학생들
 시위에 나선 '서페대연' 활동가
ⓒ 이진민

'페미니즘'이 낙인이 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당당히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여성들이 있다. 주인공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줄여서 '서페대연' 일원들이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서울대 텔레그램 집단 성폭력'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피켓을 준비해 시위에 나섰다.

피켓에는 '재판부도 책임있다, 사과문으로 감형해 주는 것을 당장 중단하라', '셀카가 포르노로 돌아오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운영자 방관하는 플랫폼 제공자도 범인이다' 등 여러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들은 인터뷰에 실명으로 언급되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활동가 '다경'은 "어떤 문구를 적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 들고 오는 것부터 고생이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출근길에서 그들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얼굴이 밝혀질까 두려워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있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그들은 한국여성재판방청연대 '연대단F'와 함께 연대 방청에 나섰다.

활동가 '예진'은 "친한 동생이 딥페이크 피해자다. 증거가 있어서 신고했고 지금은 수사하는 과정에 있다. 그에게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나서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방청 연대를 마친 그들은 취재진의 제안에 갑작스럽게 카메라 앞에 섰다. 재차 얼굴을 촬영해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포토 라인에 섰다.

 포토 라인 앞에선 활동가들
ⓒ 이진민

그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믿고 저지른 범죄가 여성 성적 대상화를 통해 성적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어 죄질이 굉장히 불량하다는 재판부의 말씀에 공감한다"며 "엄벌로 끝이 아닌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들은 어쩌다 '페미니스트'가 되었을까?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처럼 당당했던 건 아니었다. 활동가 '지연'은 "과거에 서페대연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미리 대학'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강의만 듣고 도망가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첫 강의를 듣고 충격받았다. 페미니즘은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나 미투 운동 때 시작한 줄 알았는데 내가 태어나기 몇백 년 전부터 있었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후세대 여성을 위해 싸워준 사람처럼 나 또한 공부하고 행동하고 싶다"며 "투쟁하는 여성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섰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활동가 '다희'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학교였는데 불법 찰영 및 침입 사건이 발생했다"며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고 학교는 은폐하려 했다. 그 길로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활동 소감을 나누고 29일 기자회견을 대비하는 활동가들
ⓒ 이진민

그들의 꿈은 언제까지나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다. 다경은 "예전에 강남역 여성 혐오살인 사건 추모 집회에 참여했을 때는 무서웠다.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조차 두려워서 울면서 뒤에 있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안전한 공동체를 만났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다짐했다.

직장을 다니고, 경제생활을 하면서 끝까지 여성 운동가의 꿈을 지키고 싶다는 그들. 한국 사회는 이 네 명의 여성에게 큰 빚을 졌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